[목요논단] 멀미 줄이는 안정적 사회가 돼야한다
[목요논단] 멀미 줄이는 안정적 사회가 돼야한다
  • 박창원 교수 충남도립대 인테리어패션디자인과
  • 승인 2016.07.20 1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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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인생을 살다 보면 삶의 멀미를 느낄 때가 있다. 멀미는 뇌의 인식기대와 현상과의 차이에서 오는 이상감각의 신체적 현상이다. 하지만 우리의 신체에서 오는 멀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의 과정에서도 우리의 생각과 너무 다른 경우를 당하면 멀미가 나는 것이다.
고등학교를 서울에서 보낸 나는 학교가 멀어 등교 시간이 약 1시간 이상 걸렸다. 명문고를 가겠다는 일념으로 가까운 고등학교를 놔두고 먼 곳으로 다녀야만 했던 나는 매일 등교를 하면서 엄청난 사람들에 겨우 끼어 타는 만원 버스를 타야만했다. 가방은 그 만원 버스의 사람들 틈에서 항상 끈이 끊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끊어진 것은 가방끈만이 아니었다. 멀미를 하는 내 정신은 거의 끊어질 직전까지 늘어져 있었다. 겨우 학교에 가면 나는 녹초가 됐다. 점심시간이 되어야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 시절에 나는 학교에서 소풍을 버스를 타고 멀리 갈 경우 거의 10번은 갈아타야 소풍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버스를 타자마자 토할 것 같아 도저히 참지 못하고 바로 내린 경우도 있었다. 어느 학기에는 소풍을 간다고 집에서 나와서는 도저히 버스를 탈 엄두가 안나 소풍을 포기한 적도 있었다. 정말 도저히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신촌의 한 3류 영화관에서 소풍을 가지 않고 월하의 공동묘지란 영화를 보았던 기억이 난다.
나는 귀가 얇아 사기를 잘 당하는 편이다. 사기꾼들과 사업을 논할 때 내 생각은 멀리 소풍을 떠난다. 사기꾼들이 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나를 속일 때면 나는 맑은 하늘의 프라타너스사이를 달리는 상쾌한 차 안에 있는 것 같다. 그 때는 더위가 가신 쌀쌀한 가을기운을 느끼며 하이킹의 노래가 절로 들린다. 그 좋은 돈을 버는데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으랴. 그런데 사기를 당해 내가 가지고 있는 돈까지 다 날리고 나면 갑자기 멀미가 난다. 생각한 것과 현실이 다르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멀미는 이렇게 현실과 생각의 부조화에도 나타난다.
이솝우화에 자기가 물고 있는 고기를 놓친 강아지 이야기가 있다. 강아지 한 마리가 고기를 물고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밑에 물을 보니 웬 강아지가 고기를 물고 있었다. 이 강아지는 밑에 있는 강아지의 고기가 욕심이 나서 으르렁거리고 협박하며 짖어댔다. 그러자 자신의 입에 있던 고기가 밑으로 떨어져 떠내려가 버리고 말았다. 자기가 물고 있던 고기도 잃어버린 것이다. 이 강아지의 생각은 생각과 현실이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이때 강아지는 갑자기 멀미가 났을 것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있다. 그 거위는 매일 황금알을 하나씩 낳아 주인은 부자가 되었다. 그러나 욕심이 생긴 거위주인은 한꺼번에 황금을 빼내고자 거위의 배를 가른다. 거위의 배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거위 배속에는 황금이 있는 것이 아니라 황금알을 만들어내는 기관이 있을 뿐이다. 이때 주인은 멀미가 났을 것이다. 
우리가 각자의 생각을 가지고 현실을 살아가면서 우리의 생각대로 세상일이 되지는 않는다. 결혼할 때는 너 없으면 못살 것 같았던 그대가 이혼할 때는 너 때문에 못산다고 절규한다. 현실에서 멀미가 나는 경우이다.
미친 사람들도 세상에 적응하는 방법이 있다. 사람들과 같이 있을 때는 미치지 않은 척하면 된다. 멀미가 나도 멀미나지 않는 방법을 찾아봐야 할 것이다. 천재들 역시도 세상을 바라보면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자신들의 삶을 조망하는 과정에서도 멀미가 날 것이다. 그 과정에서 현실과 같이 살아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
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모두 문제적 인간들이라고 소설 사회학자인 루시앵 골드만은 이야기했다. 그 문제적 인간들은 모두 현실이란 벽을 마주한다. 그들은 그 앞에서 멀미가 난다. 멀미는 존재와 실존 사이에 느끼는 사르트르의 소설 구토의 주인공들만 느끼는 것이 아니다.
요즘 검찰, 고위직 공무원, 장차관 등 우리들에게 멀미를 일으키는 많은 뉴스거리들이 있다. 국민들이 많이 어지럽다. 지도층부터 국민들에 멀미를 줄여주는 노력이 있어야 우리 사회가 안정된 사회로 나갈 수 있다. 안정된 사회로 나아가 국민들이 현실감을 찾고 멀미를 줄일 수 있는 정치인들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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