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붕어빵에 붕어 없다는 ‘일명 김영란법’ 맞다
[월요논단] 붕어빵에 붕어 없다는 ‘일명 김영란법’ 맞다
  • 임명섭 주필
  • 승인 2016.07.31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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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김영란법’이라고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이 마지막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헌법재판소를 넘었다. 헌재는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기자협회 등이 제기한 헌법소원심판에서 4개 쟁점에 대해 모두 합헌 결정을 내리며 논란에 마침표를 찍었다.
마지막 관문을 넘어선 김영란법은 대법관의 합헌 7명, 위헌 2명으로 의견이 나눠지긴 했으나 합헌 결정으로 오는 9월 28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부정부패를 척결하기 위한 입법의 정당성을 헌재가 마지막으로 새삼 확인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반부패법이라고 할 수 있는 김영란법 시행으로 공직은 물론 사회 전 분야에 큰 변화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위헌 논란이 제기된 핵심 조항도 모두 합헌 결정이 났다. 한 두 조항이라도 위헌 결정이 날 것으로 본 일부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그만큼 부정부패 척결이 시급한 과제라는 인식이 담겨 있기도 했다. 이제는 투명하고 청렴한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시대 정신의 반영이라고 봐야 한다. 김영란법은 직접 대상자만 약 400만 명에 육박하는 전례없는 법안이다.
그동안 수백-수천만 원을 받고도 대가성이 직무와 관련성이 없다고 내세워 법망을 피해가던 흥청망청 접대와 향응 문화는 종말을 고하게 됐다. 반부패 법안 도입 취지에는 모두가 공감하지만 행정력 미비, 일부 경제부문의 위축, 사정당국의 악용 가능성 등이 공존하고 있어 당분간은 후폭풍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란법은 공직자와 언론사 임직원, 사립학교·유치원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장 등이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과 관계없이 본인이나 배우자가 100만 원을 넘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형사처벌 받도록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 사회 각 부문에 걸친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반세기 이상 투명성과 공정성을 희생해 온 게 사실이다. 빡빡한 일처리보다 어느 정도의 재량은 미덕인 것처럼 여겨 지기도 했다.
그 결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34개국 중 27위 부패 공화국이라는 오명까지 얻어냈다. 현행법은 직무관련성과 대가성 모두 입증돼야 형사처벌을 할 수 있었는데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공직자가 1회 100만 원 또는 매 회계연도 300만 원이 넘는 금품을 받으면 직무관련성과 관계없이 형사처벌을 받도록 됐다.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해 배우자가 100만 원이 넘는 금품을 받은 사실을 알고도 신고치 않을 경우 처벌을 받도록 됐다. 때문에 벌써부터 재계를 비롯한 경제관련 단체 등에서는 소비 위축을 비롯해 후폭풍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특히 외식업계에서는 당장 50% 이상의 자영업자들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보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헌재의 결정을 강력하게 규탄하면서도 벌써부터 3만 원 미만 메뉴 만들기에 나섰다.
일부 대형 유통점과 백화점에서도 법규에 맞는 선물세트 만들기에 한창이다. 법 시행에 앞서 사회 곳곳에서 대 변화의 바람이 세차게 불어 닥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영란법은 경제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분야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검찰의 권력이 더욱 비대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영란법 처벌대상 행위나 적용 대상이 광범위한 만큼 법조계에서는 수사기관이 정치적 목적으로 김영란법을 악용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아울러 권력기관을 감시해야 할 언론마저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 되면서 검찰의 눈치를 살펴야 되는 처지가 됐다는 얘기도 간과할 수 없다. 벌써부터 헌재 결정을 놓고 반발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게 현실이 됐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후퇴시켰다”며 강력하게 규탄했고, 한국기자협회는 헌재의 결정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헌재의 합헌으로 대한민국이 투명사회로 나아갈 길이 트여졌다.
이제는 더 이상의 소모적 논쟁을 접고 김영란법의 조기 정착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두 달 뒤면 김영란법이 본격 시행되는 만큼 우리 사회의 부패 문화를 바꾼다는 법 취지를 충분히 살릴 수 있도록 보완작업도 서둘러야 한다.
실효성을 높이려면 시행 전 손질하는 게 바람직하다. 빠진 내용을 바로잡고 되살리는 데 20대 국회가 나서야 할 일이다. 정부 원안의 적용 대상에서 입법 과정에서 국회의원이 슬그머니 빠진 것이 대표적인 개악이여 법 개정을 통해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20대 국회에서 여야가 의원 특권 내려놓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회의원이 빠진 이 법은 붕어빵 안에 붕어가 없다는 반쪽자리 김영란법이라는 비난이 높아 법 다운 법이 되려면 국회의원부터 이 법이 적용되도록 고치는 것이 첫 행보(?)인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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