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논단] 서비스의 고도화가 필요하다
[목요논단] 서비스의 고도화가 필요하다
  • 박창원 교수 충남도립대 인테리어패션디자인과
  • 승인 2016.08.2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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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산업에 대한 창조적 고도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에 대한 국가적인 인식은 어떻게 되어 있는가.
얼마 전 크리에이티브 코리아라는 대한민국 브랜드가 표절 논란에 휘말렸다. 그러나 정작 황당한 것은 표절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었다. 국가 브랜드 창출을 위한 총 예산 66억 원 중, 가장 중요한 디자인 비용은 2000만 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창조를 대하는 대한민국의 자세가 암울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방자치 단체를 향한 많은 국민적 욕구들이 있기에 지자체들은 많은 사업을 준비해야한다. 또한 끊임없이 그 니즈들을 채워줄 수 있는 아이디어가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예산은 한정돼 있다. 그렇다보니 무료로 가까운 전문가들에게 그에 대한 보고서를 요구한다. 물론 그들에게 줄 수 있는 돈은 없다. 그에 대한 예산이 항상 세워져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빠른 시간 내에 그 해답을 세워야하기 때문에 그 요구사항에 자세한 조사를 할 시간도 여건도 안 된다. 그들은 기존에 있던 몇 가지 자료들을 편집하여 그 공무원들의 요구에 맞춰준다. 그러면 담당 공무원들은 그들에게 고마음을 표하고 후일 기회가 있을 때 그들에게 필요한 것을 도와준다. 가장 현실적인 공공부문의 문제해결 방법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그 보고서가 해당 지역의 깊은 니즈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보고서에는 전문가들의 한정된 시각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가령 근대 도시의 특성을 살린다고 할 때 근대도시에 대한 역사적 인식, 예술적 인식, 경제적 인식 등이 함께 고려되지 않으면 도시를 재생하는데 피상적인 결과만을 낳는다. 공무원들이 가장 잘하는 벤치마킹을 통하여 다른 지역과 비슷하게 도시재생이 이뤄진다. 공무원들의 수준만큼만 도시재생 등의 지방자치단체의 사업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철저한 니즈 파악이 중요하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브랜드를 만드는 사업의 디자인부문에는 66억 원 중 2000만 원만 투자한다. 디자인이 가장 핵심적인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3%의 예산만을 배정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창조에 대한 시각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건이 아니었나 싶다.
반면 작년 행자부가 수상한 세계3대 디자인 상인 IF디자인에서의 대상이라는 성과는 벤치마킹이 아니다. 이 성과에는 창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포함되어있다. 프레임의 변화가 어떤 성과가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예시이다. 이는 서비스디자인협의회와 함께 한 결과에서 온 것이다.
질 높은 서비스의 영역에서. 서비스를 제공자의 수준에서 인식하지 않고 서비스를 받는 사람들의 니즈를 철저하게 파악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서비스디자인은 그러한 니즈파악과 디자인 씽킹을 통한 창조적 문제해결능력에서 성과를 나타내고 있는 분야이다.
얼마 전 모 지방자치단체에서 여성전용 해수욕장을 개발하여 오픈한 적이 있었다. 여성들이 비키니를 입는데 남자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게 하자는데 그 취지가 있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결과는 해수욕장에 아무도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성들이 비키니를 입지 않는 것에는 남성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운 것보다는 다른 이유들이 있었고, 여성들이 비키니를 입는 이유 역시 잘못 파악 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서비스 디자인이 간과된 결과일 것이다.
노인들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하여 80대로 분장한 20대 여성 디자이너인 패트리샤 무어의 디자인 태도를 기억해야 한다. 이는 서비스 산업의 접근에 대해 중요한 요점을 보여준다. 이 역사적인 사건은 1970년대 모 유명 디자인회사의 회의에서 시작되었다.
그곳에서 혁신적 냉장고 디자인에 대한 논의 중 패트리샤 무어는 세련된 최신 디자인으로 노인들이 쉽게 여닫을 수 있는 냉장고를 만들자는 제안을 한다. 그러나 답변은 부정적이었다. 그런 사람들을 위한 디자인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녀는 그 뒤로 디자이너의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사용자들을 위한 디자인이 가장 중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노인들을 위한 디자인을 위해, 3년간 노인으로 분장하고 노인과 같은 조건이 되기 위해 자신의 거동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다리에 철제보조기를 달아 뻣뻣하게 만드는 등 노인들의 불편함과 공포를 직접 느껴본 것이다. 이를 통해 무어는 혁신적인 디자인을 창출해낼 수 있었다.
만약 무어가 노인들에게 설문조사만을 진행하였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서비스 중심의 체제변신을 통해 갤럭시 노트7의 혁신을 이룬 삼성의 주가가 일본 1위 기업인 토요타를 넘어섰다. 서비스가 왜 중요하고 상품의 품질가치를 높일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디자인은 실사용자의 내밀한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최대한 능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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