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논단] 충성스러운 돼지껍데기 조직
[목요논단] 충성스러운 돼지껍데기 조직
  • 박창원 교수 충남도립대 인테리어패션디자인과
  • 승인 2016.09.07 1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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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껍데기의 역할은 돼지의 내장을 한 군데 모아놓는 것이란 유머가 있었다.
조직원들을 한데 모으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충성이라는 돼지껍데기로 그들을 한데 묶는 방법이다.
충성도 경쟁을 통해 보스에게 모든 것을 집중시키면 그 조직은 보스의 말 한마디에 모든 것이 움직인다. 불안한 정권을 안정시키기 위해 충성도 경쟁을 벌이고 있는 북한의 김정은 정권을 봐도 충성 경쟁심은 보스의 입장에서 보면 고효율의 조직통합의 방법인 듯 싶다. 충성 경쟁도에서 밀리는 조직원은 제거하면 되니까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는 데도 그만이다. 지금 북한은 아무리 국무총리급이거나 장관급이라고해도 안경을 닦거나 졸았다는 이유만으로도 기관포 앞에 한 점 살 조각으로 산화되고 만다. 아버지와 같은 고위 관료들도 무릎을 꿇고 대화를 해야 할 정도로 절대적 충성심을 요구한다.
박근혜 정부를 향한 국회의원들의 충성경쟁심이 사회의 이슈가 되고 있다. 부정으로 검찰에 고발된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한 문제를 언급했다고 하여 국회의장의 탄핵에 여당 의원들이 앞장서는 코미디가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코메디는 윤창중이라는 박근혜 정부 초대 대병인의 정계복귀 선언을 보면서도 새삼 과거 그의 발탁의 의무점에 고소를 띄게 한다.
윤창중은 대통령 미 방문 시에 동포 2세인 미국의 한 여대생에게 성추행을 저지르고 자신의 숙소로 불러 알몸으로 맞이했다는 추문 사건으로 대통령 방문 일정 중 한국으로 소환돼 해임된 사람이다. 이렇게 부적절한 인물이지만 청와대 대변인으로 발탁된 것은 충성 경쟁에서 정권 초기 박근혜 정부가 선호하는 조건을 갖췄던 것으로 판단된다. 윤창중은 극 보수적인 언론인사이다. 박원순 시장을 종북 세력이라고 규정하고 박 시장이 당선되면 종북 세력들이 서울시청 요직을 꿰차고, 종북 시위꾼들이 광화문 광장에 모여 김일성 장군님 만세 함성을 터뜨리고야 말 것이라고 칼럼에 썼다.
야당 대통령 후보인 문재인의 지지자들에게는 권력만 주면 신발 벗겨진 것도 모르고 냅다 뛰어가는 정치적 창녀라고 비난했다. 참으로 극단적인 보수이다. 진보그룹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면 비판할수록 더 통쾌하고 시원할 수 있고 그러한 극 보수적인 성향이 그를 대변인으로 발탁하는 기준이 되었다는 의심이 간다. 하지만 역설로 이렇게 너무 강한 보수적 색채와 함량미달의 언행들이 박근혜 정부의 인사문제와 연결되면서 박근혜 정부의 가장 큰 실정 중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70년대 유신시대의 군부 전성시대와 공안탄압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지금이다. 충성이 최고의 기준이 되는 것은 군부쿠데타로 헌정을 문란한 박정희 정권과 전두환 정권의 가장 큰 특징이다. 서로 충성도를 경쟁하다보니 오버하는 행동들을 하고 있다. 박정희의 죽음은 서로 충성을 경쟁하던 차지철과 김재규의 갈등에 의해 이뤄진 것이 아니던가?
옛날 모 장관이 청와대에 안테나를 꽂아두고 자신의 경질이 논의될 때마다 방송과 대대적인 행사를 벌여 살아남았던 사례가 있다. 경질될 위기에 빠지면 좀 더 강력한 발언으로 충성도를 높여주는 것이다. 요즘 보면 대통령에게 충성을 다했던 인사가 여당 대표로 선정되었고 서로 앞 다퉈 대통령에게 충성을 다하려는 국회의원들의 행태를 볼 수 있다.
충성은 보통 사람들이 먹고살자면 선택하는 방식이다. 충성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상황에서 모든 사람들이 충성에 매달리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자신의 보스에게 열의와 신의를 지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 조직의 존재 기준이 충성이 제일 조건이 된다면 조직을 지켜나가는 나머지 가치들은 사라져버리고 우리 국민이 가장 싫어하는 간신배만이 판치는 세상이 될 것은 자명하다.
그렇다고 윗사람을 공격하고 위계를 흔들라는 말이 아니라 다만 주군에 대한 충성이 모든 것의 기준이 되고 지도자에게 모든 초점이 맞춰진다면 국민이 그들의 눈에 들어올 수 있겠는가? 간신배의 모든 관심은 민의가 아닌 최고권력자에게 있다. 약자인 국민에게는 억압하고 누르지만 힘 있는 자들에게는 한없이 온순하고 약하다. 이것이 간신배들에게 항상 발견되는 성향이다.
윤창중이 다시 등장했다. 박근혜 정부가 인사의 문제에 있어 운이 없어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발탁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국가를 운영하는 정부가 하는 일로 보기엔 너무 석연찮다. 오히려 너무 보수적이고 충성도 높을 것으로 보이는 인사들을 선택하다보니 우리의 가치와 맞지 않는 인재들이 등장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판단된다. 조직의 존재가 충성도를 통해 단결하는 모습과 기능은 돼지의 내장을 한 군데 모아두는 돼지껍데기의 기능으로 조직이라는 유기체를 전락시킨다. 청와대와 국회의 조직을 돼지껍데기 조직으로 전락시켜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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