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시평] 먼 훗 날을 생각하고 정책을 세워라
[충남시평] 먼 훗 날을 생각하고 정책을 세워라
  • 김법혜 스님 / 민주평통자문회의 중앙상임위원
  • 승인 2016.10.03 15:5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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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 쌀이 넘쳐난다. 4년 연속 풍년이 들었기 때문이다.
양곡 창고마다 재고가 수북해지면서 쌀값은 바닥을 모른채 곤두박질치고 있다.  때문에 수확의 기쁨을 누려야 할 농민들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하다.
‘풍년의 역설’이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등장한다.
통계청이 밝힌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의 하루 평균 쌀 소비량은 172.4g으로 지난해 보다 3.3% 줄었다는 발표가 있다.
보통 밥 한 공기에 들어가는 쌀이 100∼120g인 점을 고려하면 국민이 하루에 공깃밥 2그릇도 먹지 않는 셈이다. 30여년 전에는 한 사람이 한해 128.1㎏의 쌀을 소비했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62.9㎏으로 뚝 떨어졌다. 그러나 쌀 생산은 오히려 늘었다. 논 면적은 해마다 감소하지만 다수확 품종이 보급되고 재배기술이 향상되면서 쌀 수확량은 줄어들지 않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쌀 생산량을 420만t으로 추정했다. 벼 재배면적은 지난해보다 줄었지만 기상여건이 좋았고 병충해·태풍 등이 비켜가면서 벼 이삭이 풍성해져 풍년이라는 설명이다.
당연히 쌀 시장은 과잉 생산으로 몸살을 앓게 됐다. 때문에 햅쌀값은 80㎏ 1가마당 13만8000원으로 지난해보다 20% 넘게 떨어지고 있다. 그래서 농민들은 쌀값 보장을 요구하며 시위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국내 쌀 재고량은 175만t이다. 지난해 같은 싯점보다 많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권장하는 적정 재고량의 2배 이상을 웃도는 상황이다. 이 쌀의 보관료만 한해 5000억 원이 들어가고 있다.
먹고 살기 힘들던 시절 귀하게 대접받던 쌀이 이제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고 있다. 정부는 남아도는 쌀 처리를 위해 여러 가지 소비 확대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아프리카를 비롯한 외국 원조에 쓰거나 저소득층에 무상으로 나눠주는 방안 등도 검토됐다.
중국 등에 수출도 추진하고, 묵은 쌀은 가축 사료로도 제공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만지작거리는 정책마다 번번이 헛바퀴만 돈다.
올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금으로서는 뾰족한 대안이 없어 보인다. 경색된 남북관계를 감안할 때 당장의 대북 지원은 불가능해 보인다. 외국 원조 역시 만만찮은 가공·운송비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고충을 덜어 놓고 있다.
국내 보관비 보다 8배 많은 돈이 드기 때문이다. 저소득층이나 무료급식소 등에 무상 공급 방안도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다. 무상공급분만큼 시장 소비가 사라져 결국 농민에게 피해가 되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묵은 쌀을 가공식품이나 가축 사료로 무한정 공급하기도 힘들다. ‘쌀의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고 쌀값 안정 효과에도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있다. 이런 조치는 일시적으로 쌀 재고를 줄이는 효과는 있을줄 모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못 된다.
결국 쌀 생산을 줄이고 국민에게 밥을 더 먹게 하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는 일이 됐다. 급기야 정부와 여당은 쌀 생산기지인 농업진흥지역(절대농지)해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농지를 줄여야 쌀 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의 악순환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찮다. 땅 투기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농지를 다른 용도로 바꾸면 흉년이 들거나 국제곡물가격이 오를 때 쌀값 폭등을 부추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농업진흥지역을 풀 경우 농업 투자가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있어 고민스러운 속내를 내비쳤다.
농민단체들도 진흥지역 해제는 쌀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되고 “부동산 투기만 조장하는 조치”라고 반대하고 나섯다. 쌀값 폭락은 생산과잉의 문제라기보다는 무분별한 밥쌀용 쌀 수입 때문이라며 쌀 수입부터 먼저 조절한 뒤 쌀 대책을 논의하는 게 맞다는 게 농민들의 주장이다.
벼 대신 다른 작물을 심도록 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벼 이외의 작물을 심는 농가에 인센티브를 줘 쌀 생산을 줄이자는 얘기다. 또 쌀 소비촉진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견해도 여전하다.
바쁜 직장인이나 학생들의 아침밥 먹기를 응원하기 위해 ‘내일의 아침밥’이라는 초간단 레시피를 정부가 직접 제공하는 것도 이런 맥락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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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2016-10-05 09:29:44
아침을 거르는 저희집도 쌀소비감소에 한목을 했네요ㅠ
의장님의 훌륭하신 의지와 목표에 저도 동참하겠습니다~
뜻하신 모든 계획들이 평탄하게 이뤄질수 있도록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