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강속구보다 더 중요한 것
[기고]강속구보다 더 중요한 것
  • 양형주 목사
  • 승인 2016.11.21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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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도안교회 양형주목사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던 박찬호 선수는 그의 자서전, 『끝이 있어야 시작도 있다』에서 자신의 안타까웠던 것 하나를 고백한다. 그것은 자신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이후로 한결같이 강속구만 던질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세게 던져야 하고 더 세게 던져야 살아남는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컨트롤은 정확하지 않아도 어떻게든 빠른 공만을 던지려 애썼다. 그러다보니 실수가 많아졌다. 경기 기복도 심했다. 그러던 그가 메이저리그에서 은퇴할 쯤에 새삼스럽게 깨달은 것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빠른 공보다 정확한 공을 던지는 것이 더 중요하더라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가만히 주변을 보니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투수들 대다수가 자신과 같았다. 정확한 공보다는 빠른 공을 던지는데 열을 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어떤 선수는 무리하게 빨리 던지려다가 정확한 공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지도 못한 채 일찍 선수생명이 끝나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들의 삶이와 비슷한 경우는 없는가? 많은 경우 우리에게도 정확한 방향성은 우선순위에서 두 번째로 밀려난다. 방향보다 당장에 빨리 치고 나가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그래서 다들 빨리 나가려고 애쓰지만, 정작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헤맨다. 빨리 가려면서 서둘러야 한다. 그래서 바쁘다. 바쁘다 보면 이 방향이 정말 내가 가야 할 방향인지, 이 방향이 내가 원하는 인생에 정확하게 적중하는 방향인지 거의 생각할 틈이 없다.
초등학생, 중학생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지는 이른바 ‘칼빵’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자살을 기도한 흔적처럼 보이도록 자기 몸에 상처를 내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SNS를 통해 자랑처럼 퍼뜨리고 있다. 무모하지 않는가? 그러나 이것이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나름대로 인기와 인정을 받는 한 방식이 되었다. 방향은 중요하지 않다. 무모한 에너지만이 넘치고 있는 것이다.


‘죄’라는 단어를 헬라어로 ‘하마르티아’라고 한다. 이는 올바른 표적에서 벗어난 것을 말한다. 빠르게 날아가기는 하지만 죄는 방향이 왜곡된 에너지인 것이다. 방향은 잘못되었어도 엄청난 에너지가 실리기 때문에 어디로든 날아가서 꽂히기는 하지만 그 결과는 파괴적이다. 
요즈음 우리 사회에는 분노와 스트레스의 에너지가 넘친다. 이는 자칫 잘못된 방향으로 무모하게 달려갈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바쁘지만 잠시 걸음을 멈추어보자. 정신없이 달려왔는데 어느덧 11월의 끝자락이다. 이제 2016년도 한 달 남짓밖에 남지 않았다. 지금 내 인생의 방향은 어떠한가? 제대로 가고 있는가? 이대로 가도 괜찮은 것일까? 다른 이들이 다 간다고 나도 대세를 따라서는 안된다. 이제는 각자가 잠시 가던 달음질을 멈추고, 걸음의 방향을 다시 한 번 점검해야 한다.

[대전도안교회 양형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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