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내란치고 희한한 내란, 재앙이 아닌가
[월요논단] 내란치고 희한한 내란, 재앙이 아닌가
  • 임명섭 주필
  • 승인 2016.11.27 1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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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한민국은 일종의 내란을 겪고 있다. 하긴 내란치고는 희한한 내란이다. 이런 내란은 재앙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재앙은 늘 겹쳐서 온다더니 지금이 꼭 그런 것 같다.
계절도 겨울로 접어 들었지만 나라 안팎도 겨울 처럼 찬바람이 휘몰아 치고 있다. 경제 리더십은 장기 실종 상태다. 정치가 ‘한국’을 송두리째 무너뜨릴 태세다. 이번주부턴 정치판이 더 요동 칠지도 모른다.
국회는 국정조사를 시작하고 특검 인선도 완료해야 한다. 야당은 탄핵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더 이상 미룰 여유가 없다. 이번주 안에 정치권에서 대타협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불안한 것은 국민들 뿐이다. 그런 판국에  집권 여당의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총대를 메겠다”며 ‘내년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나섰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야당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추진에 대해 성경에 나오는 “예수를 팔아먹는 유다가 돼 달라”며 ‘예수와 유다’의 비유를 들어 한 말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이 대표가 왜 이런 말을 했을까. 이런 와중에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근거도 없는 “박 대통령이 미용을 위해 2000억 원을 썼다”고 했다가 “액수에 착오가 있었다”고 번복했다.
얼마 전에는 “계엄령까지 준비하는… 무지막지한 대통령”이라는 말로 구설을 타기도 했다. 또 “박원순 서울시장이 살수차에 물을 끊을 게 아니라 청와대에 식수를 끊겠다고 할 지 모르겠다”는 등 강성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얼마 전 국무회의에 참석해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는 발언으로 문제가 되자 국무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박 시장의 돌출 발언을 놓고 민중혁명을 선동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의 황당한 행동을 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일부 발언을 “똥볼”이라고 비난하자 양향자 민주당 최고위원은 “박 위원장은 오른손을 박근혜정권 부역자들과 잡고 싶은 것”이라고 공격했다.
정치권의 이같은 막말은 지도자들 마다 심각해 졌다. 지난 주말에도 서울 도심과 전국 주요 도시에서는 5차 촛불집회가 대규모로 열렸다. 가뜩이나 들끓는 민심으로 무슨 불상사가 일어날지 모르는 정국에 정치권이 막말로 촛불집회에 기름을 붓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정치권의 책무는 자명해야 하는데 정치권이 무책임한 막말로 대통령에 실망한 민심을 한 번 더 실망시키고 있다. 다분히 선동성 언사로 비춰지고 있다.
헌법에 따라 대통령을 탄핵하겠다고 하면서 뒤로는 ‘하야 투쟁’에 매달리고 있어 안타깝다. 야권이 촛불 민심에 무임승차해 정권을 얻겠다는 태도는 버려야 한다.
헌법 절차에 따라 난국을 수습하려는 믿음이 가는 행보로 가야 옮은 처사다.
정제 안 된 막말과 극단적 보혁 진영 대결에 빠져들수록 또 다른 역풍이 불게 마련이다. 막말은 정치인들의 자해행위임을 인식하기 바란다. 여당도 비주류와 주류의 첨예한 대립은 볼쌍스럽다.
일부 여당 당직자의 탈당 깃발을 빼 든 것도 그렇다. 게다가 40여 명의 비박계 의원들이 박 대통령의 탄핵에 동의했다는 얘기도 성급했다. 대통령의 리더십이 무너진 상황에서 ‘집안싸움’이 당을 풍비박산할 위기에 내몰린 것으로 보였다.
이런 여당의 자중지난은 신호탄이 될 수도 있지만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야 3당이 박 대통령 탄핵을 추진키로 했으나 이것 역시 새누리당의 표결이 중요한 변수다.
탄핵안 의결 요건(재적 의원 3분의 2)에 달하려면 범야권 의원 171명에다 새누리당 의원 29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금 나라는 바람 앞의 등불 신세다. 정치세력이 파벌 이익만 따지다가는 공멸할 수 있다.
청와대도 더 솔직해야 한다. 때아닌 의약품 비아그라 등의 구입도 국민을 향해 정확이 밝혀야 한다. 이번 사태의 본질이 무엇인지 국민들은 궁굼해 하고 있다. 본질을 흐리고 올바르지 못한 여론 몰이는 국가를 흔들는 것이다.
사람에게는 사생활이 있고 사생활의 보호는 “여성으로서” 뿐 아니라 인간으로서 보호받을 권리다. 촛불 민심과 국민의 의사를 폭넓게 수렴하여 대통령의 퇴진과 탄핵에 따른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세부 수습 방안을 조속히 마련했으면 한다.
촛불이 지속되면서 국민의 지상 명령을 왜곡하거나 둔화시키려는 정치권은 반성해야 한다.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않는 게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일이다.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말이 곧 행동”이라고 했다. 이렇게 거칠고 품격 없는 막말 쏟아붓기를 계속한다면 국민들은 그들의 수권 능력과 정체성에 대해 회의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일찍이 고대 로마의 디오니시우스는 “나라를 멸망하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선동 정치가들에게 권력을 맡기는 일”이라고 했다.
 [임명섭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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