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周易)으로 본 세상] 진리를 따르는 지혜와 수괘(隨卦)
[주역(周易)으로 본 세상] 진리를 따르는 지혜와 수괘(隨卦)
  • 김재홍 충남대학교 교수
  • 승인 2016.11.29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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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금의 세상은 혼돈의 시대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따르면서 삶을 살아가야 할지. 분별하기가 어렵다. 그동안 숱한 대립과 갈등 속에서 무엇이 정의이고, 불의인지 혼란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 가치관이 혼란한 상태 속에서 체념한 채 이기적인 삶을 살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러나 최근의 평화시위의 질서의식이나 경찰당국의 대처방식을 보면 정말 민주적인 시민의식이 성숙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의 보면서 자긍심이 생기고 어깨춤이라도 추고 싶을 만큼 신명이 난다. 무엇이 옳은 것이고, 무엇이 그른 것인가.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인 요인이 있으나 행복한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우리가 따라야할 보편적인 진리가 반드시 존재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주역의 택뢰수괘(澤雷隨卦)에서는 사람이 따라야 할 구체적인 길을 밝히고 있다. 수(隨)는 따를 수이다. 그 따름의 유형에는 사람을 따르는 것, 물건을 따르는 것, 목적과 일을 따르는 것, 진리를 따르는 것 등이 있다. 그러나 주역에서 도(道)인 수도(隨道)는 나를 버리고 ‘성인지도’인 진리를 따라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천도(天道)인 원형이정(元亨利貞)을 따르면 허물이 없다.
수(隨)는 천도를 따르는 것이다. 수(隨)는 옛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때에 따라 변동하되 그 도에 따르는 것이 수(隨)이다. 그러므로 형통하다는 것이다. ‘수괘’는 양이 음의 아래에 있어 움직이며, 음은 양의 위에 있어 기뻐하니, 음양이 서로 따라서 크게 형통한 것이다. 다만 음양에는 그 존비와 선후의 차례가 있으니 바르게 해야 이롭다는 것이다.
공자는 이에 대해 “귀한 사람이 몸을 굽혀 천한 사람의 뒤를 따라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나를 낮추어 민심을 즐거워하면서 따르는 것이 수(隨)라는 것이다. 남을 따라가는 ‘수’의 덕은 나를 버리고 겸손한 마음으로 ‘성인지도’를 따름으로써 크게 통한다. 그 결과 천하 만민이 모두 기쁜 마음으로 알맞은 때에 적합한 일을 함으로 실패가 없다고 말한다. 따라서 군자는 날이 밝으면 일을 시작하고, 해가 져서 날이 어두우면 집으로 돌아가 편안히 ‘성인지도’로써 잔치하면서 편안히 쉬라고 말한다.
올바르게 따라가야 복을 받는다.
수괘(隨卦)는 남을 따라가는데 대한 길을 말하고 있다. 다른 사람을 따라 변화할 때는 변화하는 것도 좋지만 몇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먼저 공명정대한 바른 길을 따라 갈 수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 변화하는 것도 좋지만 공명정대한 길이 아니라면 바른 길은 굳게 지키고 있어야 한다고 한다.
끝으로 남을 사귀는데 자기와 연고가 있는 사람만을 골라 사귀는 것이 아니고 문 밖에서 공명정대하게 천하 사람들을 널리 사귀라고 한다. 즉 문 밖으로 나가서 공명정대하게 남과 사귀면서 큰 공적을 이룰 수 있는 것은 그가 바른 길을 잃지 않고 지키며 사귀어야 할 사람과 사귀며 따라가야 할 사람을 따라가기 때문이다.
소인에 메이면 장부를 잃는다.
사람들을 사귀고 따르면서 ‘소인지도’에 잡혀 있으면 장부를 잃게 된다. 군자는 바른 길을 벗어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괘에서는 장부와 소인을 더불어 같이 사귈 수 없다고 한다. 즉 소인과 장부는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소인지도와 군자지도를 겸해서 사귀고 친할 수 없다고 한다. 권력과 이권에 욕심이 많은 사람들은 만족보다는 힘 있는 사람들에게 아첨하여 부귀영달을 바란다. 그러나 바른 길을 굳게 지키는 것이 좋다. 그러므로 소인지도를 버리라고 권하고 있다.
아름답고 성실한 믿음으로 따르면 길하다.
‘수괘’에서는 나를 내세우지 말라고 말한다. 따름이란 대의나 진리를 따르는 것이다. 그러나 본인의 뜻을 얻기 위해서 천하의 많은 사람들을 따르게 한다면 이것은 교만이다. 왜냐하면 성인이나 진리보다 나를 앞세우니 흉하기 때문이다.
남을 따라가는 사람은 성실한 믿음으로 바른 길(正道)을 행하며, 총명한 지혜를 가지고 있으면 허물이 없게 된다고 한다. 세상일이란 부당하게 얻은 것을 가지고 있으면 비록 바른 일을 하고 있어도 흉하며 화를 입게 된다고 한다.
이러한 사물의 이치를 밝게 알고 성실한 믿음으로 바르게 나아가면 화를 면하고 밝음이 있다는 것이다. 겉모양은 그럴 듯하나 속이 올바르지 않은 사람을 가리켜 위선자라고 한다. 논어에서 말하는 교언영색이란, 이런 사람처럼 겉모양은 겸손하고 화려하지만, 속으로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하여 권모술수를 쓰는 사람을 말한다.
‘수괘’에서는 ‘성인지도’를 따름이란 아름다운 성실한 믿음으로 따르는 것이다. 그리고 성인은 진심으로 천하의 현인들을 따르니 길하며 복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천도(天道)와 하나가 되어야 한다.
천도와 하나가 되어야 한다. 상고시대에 동이족이 세운 중국의 은나라의 마지막 왕이었던 폭군 ‘주왕’처럼 사람들을 강제로 따르게 하여 민심을 억지로 얽어 메어둔다고 한다. 그 결과 은말(殷末) 주왕시절에는 민심이 악화돼 결국 나라를 잃었던 역사적 사실이 있다.
수(隨)란, 나를 버리고 성인지도인 진리를 따라 가는 것이다. 우리는 인간적인 욕심으로 재물과 권력, 이권을 따른다. 그러나 ‘수괘’가 제시한 따름의 이치는 기쁨으로 움직여서 진리를 따르는 것이다. 인생의 차표는 한 장이다. 이 소중한 시간 속에서 우리는 늘 진리와 현실적인 이익을 두고 번민한다.  이제 생각을 바꾸어 진리를 따르는 선택에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
이것이 개인의 행복과 가치 있는 삶을 영위하는 방법이다. 아름다운 진선미의 세상을 만들려면 만시지탄이나 성현들의 말씀에 귀를 기울여야만 한다.
[김재홍 충남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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