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주 칼럼] 지금 있는 자리를 힘써 지키라
[양형주 칼럼] 지금 있는 자리를 힘써 지키라
  • 양형주 목사 대전도안교회
  • 승인 2016.12.11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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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영국에 사는 조 바틀리라고 하는 89세 된 할아버지 한 분이 그 지역 신문에 두 차례나 아주 자극적인 구직광고를 냈다.
광고 제목은 “지겨워 죽겠으니 살려주세요!”였다. 그리곤 그 옆에, ‘89세 노인, 주 20시간 이상 근무, 청소, 가벼운 정원일, 간단한 가구 조립 가능’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제목이 너무 재미있어 이 사연이 언론에 공개되고 인터뷰 요청이 잇따랐다.
이 분이 언론에 밝힌 사연은 이랬다.
2년 전 아내와 사별하고 혼자 책을 읽고 TV시청을 하며 시간을 보냈는데, 이제는 더 이상 이 생활을 견디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원래 영국군 공수부대 출신이었고 지금은 은퇴 이후 연금으로 생활하고 있었다. 그런데 일을 하지 않고 연금으로 생활을 하면서부터 자기의 존재의미를 찾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일할 때는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꼈는데, 이제는 더 이상 아무 일도 하지 않고 하루 종일 집 안에만 틀어박혀 있는 내가 ‘나’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일하지 않고 연금만 받고 생활하는 것, 사실 많은 분들이 꿈꾸는 삶이 아닌가? 그런데 이 할아버지 같은 경우는 더 이상 이런 자신이 자기 같지 않더라고 고통을 토로했다.
최근 들어 비상식적일 정도로 잠에 취해 사는 20, 30대가 늘어나고 있다. 그 이유는 현실을 회피하고 싶어서다.
취업을 준비하거나, 사회에 막 발을 들여놓기 시작할 때 받는 스트레스를 버거워하며 잠으로 달아나는 것이다.
이처럼 현실을 부정하고 잠으로 도망가는 수면 과다증은 일종의 정신질환이다. 이는 일종의 우울증 증세다.
전문가의 진단에 따르면 보통 우울증 환자 중 80%는 불면증상으로 고생하지만, 20%는 수면 과다증으로 나타난다. 사실 많은 분들이 수면부족에 시달린다. 잠이라도 실컷 자보고 싶은 소원이 있는 분들도 많다. 그런데 그렇게 자꾸 잠으로 도망가서 현실을 회피하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수면중독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자, 이런 것 보면 현실을 회피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또 영국의 할아버지의 경우처럼 일터를 떠나 아무 일 안하고 무력하게 있는 것 또한 그리 좋아 보이지도 않는다.
중요한 것은 조금 힘들고 어려워도 마땅히 우리가 있어야 할 자리, 바로 그 자리에 대한 확신을 갖고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이다.
연말이 되면 마음이 뒤숭숭해진다. 지금 내가 있어야 할 자리를 박차고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은 마음도 많다. 더 이상 아무 일 하지 않고 쉬면서 놀기만 하고 싶은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도망가고 싶은 이 자리는 한 때 내가 그토록 바라고 기다리던 자리는 아닌가? 도망가고 싶은 지금 이 자리는 사실 나에게는 너무나도 소중한 자리다.
삶에 감당해야 할 무게가 크다보니 이 자리에 대한 소중함을 잊어버린 것은 아닌가? 그 자리를 힘써 지켜보려고 새롭게 결심해 보는 것은 어떤가?
[양형주 목사 대전도안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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