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시평] 주민들이 뽑는 이장 투표도 무효표는 없다
[충남시평] 주민들이 뽑는 이장 투표도 무효표는 없다
  • 김법혜 스님 / 민주평통자문회의 중앙상임위원
  • 승인 2016.12.19 18:2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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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에서 무효표는 기권과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 실수가 아니라 의도적 무효표는 찍을 후보가 없다는 적극적인 의지의 표현으로도 해석된다. 어쨌든 무효표가 당락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 그러려니 하며 웃고 넘겨도 그만이다. 
하지만 근소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될 때 마다 무효표는 늘 뜨거운 감자가 돼 왔다. 실제 2014년 6·4 지방선거 때 부산시장과 경기도지사 당선을 두고 무효표 논란이 거센적이 있다.
부산시장 선거에서 서병수 후보는 무소속 오거돈 후보를 2만여 표 차이로 눌렀지만 무효표는 이보다 2.6배 많은 5만여 표에 달했다. 경기도지사에 당선된 남경필 후보와 낙선한 김진표 후보의 표차도 4만여 표였지만 무효표가 무려 14만여 표였다.
두 곳 다 선거일 직전 사퇴한 통합진보당 후보에 던진 표가 무효로 처리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또 다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나온 7장의 무효표를 두고 온갖 이야기가 나왔다.
찬성 때 ‘가(또는 한자로 可)’, 반대 땐 ‘부(또는 否)’를 투표 용지에 기재토록 고지했는데도 엉뚱한 표가 쏟아졌다. ‘가’에 동그라미를 그렸거나 ‘가’를 적고 마침표를 찍기도 했다.
‘가’를 썼다가 두 줄을 긋고 ‘부’를 쓰고, 다시 두 줄을 그은 뒤 ‘가’를 써 갈팡질팡한 표도 있었다. 한자로 ‘否’가 아닌 ‘不’를 적어 무효가 되기도 했다. 이들 무효표가 실수인지 의도적인 것인지는 당사자가 아니니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가’를 써놓고 추가 표기를 해 무효 처리된 표는 찬성 인증샷을 남기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탄핵을 반대하고 싶은 일부 의원들이 의도적으로 죽은표를 만든 것으로 보여 ‘꼼수 논란’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무효표 7장의 배경에 관심이 쏠린 이유다. 아무튼 표결 방법이 무기명 비밀 투표인 관계로 7장의 무효표를 누가 만든 건지, 어느 당 소속인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 이런 의도적 꼼수가 아니더라도 대통령 탄핵이라는 엄중한 투표에서 제 한 표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 선량들을 보는 국민의 마음은 어땠을까?
어떤 이유로 무효표가 됐든 해당 의원들이 비겁하거나 찌질하거나 둘 중의 하나임은 틀림없다. 심정적으로는 탄핵에 찬성하지만 박 대통령을 생각해 기권 의사를 나타냈다는 분석도 있다.
규정에 맞지 않는 오기의 결과이자 국회의원의 책임과 권리를 저버린 행태였다. 무기명으로 진행된 본회의장 한쪽에 부스로 투표장이 마련됐다. 혹시 기표 내용이 보일까 봐 국회 직원들이 서서 가림용 커튼을 일일이 닫아 주는 등 보안을 철저히 했다.
‘찬성이 아닌 표’라는 점을 감안하면 무효표는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이 던졌을 가능성이 크다. ‘나를 공천해 줬는데…’ ‘지역이 영남이라…’처럼 민심보다 의리를 고민하다 무효표를 만들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야당이나 비박계 의원들이 정치적 계산에 따라 무효표를 만들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소신껏 투표하되 무기명의 장막 뒤에 숨어 장난을 치라는 게 아니다.
반대였다면 반대, 찬성이라면 찬성, 기권이라면 기권을 하면 될 것이 아닌가. 차라리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의원은 투표에 불참했다. 소신껏 투표하되 무기명의 장막 뒤에 숨어 장난을 치라는 게 아니다. 
여론과는 다른 결정이라도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표했다는 점에선 무효표의 주인공들이 반성해야 한다. 여러가지 고민 끝에 고의로 무효표를 만들었다고 이해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단순한 기표 방식조차 숙지하지 않고 기표에 참여한 국회의원들과 기초 한자도 몰라서 틀리게 기표했다는 국회의원은 그 자질을 의심할 수 밖에 없다.
안타까운 무효 7표다. 그런 국민의 수준보다 한없이 후진적인 정치인들의 부끄러운 민낯이자 직무유기였다. 마을의 주민들이 이장을 뽑을 때도 무효표는 나오지 않는다.
물론 국회의원도 사람인지라 한 두 표의 무효가 나올 수 있지만 7표나 나왔다는 것은 의도적이라고 밖에 볼 수 없어 되돌아 볼 일이다.
[김법혜 스님 / 민주평통자문회의 중앙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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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가인 2016-12-21 08:19:57
무효표를 찍은 무책임한 국회의원들 ㅡ
자신감이나 주체성도 없는 찌질이라
법혜스님의 명쾌한 지적에 동감이요

정경호 2016-12-20 12:34:25
참으로 지당하시고도 우리나라와 정치인은 물론 국민 모두에게 생각과 깨우침을 주시는 말씀입니다
글을 읽으며 탄식과 더불어 반성하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