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周易)으로 본 세상] 난세극복의 지혜와 명이괘(明夷卦)
[주역(周易)으로 본 세상] 난세극복의 지혜와 명이괘(明夷卦)
  • 김재홍 충남대학교 교수
  • 승인 2016.12.27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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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고시대 중국의 은(殷)나라는 동이(東夷)족이 세운 나라이다. 은나라의 마지막 왕은 주(紂)임금이다. 주임금은 하(河)나라의 마지막 왕인 걸(桀)임금과 함께 중국의 대표적인 폭군으로 지칭되는 사람들이다.
그 시절에 폭군 주왕과 관련된 고사(古事)가 있다. 은나라의 삼현 중에 기자(箕子)와 주왕(紂王)에 관한 이야기이다.
기자는 밝은 덕을 갖춘 사람으로 조카인 주왕의 폭정에 간언하다 듣지 않고 도리어 자신을 해하려 하자 이를 모면하기 위해서 거짓으로 미친 체하여 스스로의 밝음을 감추었다고 한다. 자신을 보존함으로써 후세에 그 도(道)를 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 문왕(文王)은 주왕시절에 서쪽의 제후로써 서백(西伯)이라고 칭해졌던 희창(姬唱)이라는 사람으로 후일 아들인 무왕이 주나라를 세우자 문왕 추존이 된 사람이다. 그 당시 문왕이 밝은 덕으로 주나라를 잘 다스려 민심을 얻자, 이것을 두려워한 당시의 폭군인 주왕이 문왕을 유리(琉璃)라는 지역의 옥에 가두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도 안으로는 밝은 덕을 감추고 밖으로는 유순하게 주왕을 섬기는 방법으로 큰 고난을 넘겼다. 또 문왕이 유리지역의 감옥에 갇혀있으면서 폭군에게 시달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나아갈 바를 가르쳐주기 위해서 주역을 연역했다.
이러한 역사적인 사실에 나타난 기자(箕子)와 문왕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자신의 밝은 덕을 감추고 백성과 나라 전체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때를 기다렸다. 두 사람 위기극복의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런 내용과 위기를 극복하는 지혜에 대하여 주역 지화명이괘(地火明夷卦)에서 다음과 같이 소상하게 밝히고 있다.
첫째, 난세의 어려움에도 올바르면 이롭다. 
‘지화명이괘’에서 명이(明夷)는 밝을(明)자와 상할 (夷), 감출 (夷)자이다. 밝음이 상했다거나, 밝음을 감춘다는 의미이다. 즉 난세 암흑천지, 무질서를 의미한다. 이러한 난세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지혜를 말하고 있다. 
‘명이괘’ 괘사(卦辭)에서 “밝음이 상할 때에는 어려울 때 정(貞·正)함이 이롭다”고 한다. 즉 어려운 일은 있으나 정도(正道)로 해야 이롭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공자는 밝음이 땅 속에 들어간 것이 명이(明夷)이니, 안으로는 어질고 밝으며, 밖으로는 유순함으로 큰 어려움을 당함이니, 문왕이 이를 몸소 겪었다. ‘어려움이 있어도 곧아야 이롭다’는 것은 그 밝은 것을 가린다는 말이다. 또 안으로 어려움이 있어도 능히 그 뜻을 바르게 한다는 말이다. 기자(箕子)가 몸소 이것을 행했던 것이다.
문왕과 기자(箕子)는 다 같이 안으로는 밝은 지혜가 있어 천도를 환하게 알고 있지만 밖으로는 모르는 척하여 큰 어려움을 돌파해 나갔다. 다시 말해 속으로는 밝으면서 겉으로는 어둡게 행동하여 자신의 어려움을 극복한 것이다.
둘째, 백성들에게는 밝음을 감추고 다가서라.  
‘명이괘’에서는 “밝은 것이 땅 속으로 들어간 것이 명이(明夷)이니, 군자는 이것으로서 백성에 임해서는 어두운 것을 써서(상대방을) 밝게 한다”고 했다. 군자가 많은 아랫사람을 가까이 할 때 안으로는 세상의 이치를 다 알면서도 밖으로는 어리석고 모르는 듯한 태도로써 백성의 허물을 눈감아주면서 나라를 다스려 차츰 백성을 밝은 데로 이끌어 나가는 것을 말한다. 이 말은 백성들을 다스림에 있어서 매사를 밝게 살펴 잘못을 다 드러내기보다는 백성들을 살피는데 있어 어리 석하게 처신해 화합과 관용의 덕으로써 다스려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천도의 자각으로 어려움을 씩씩하게 극복해라.
‘명이괘’에서 “밝은 지혜를 감춤에 왼쪽 다리를 상함이니, 건장한 말로 구원을 받는다면 길(吉)할 것이다”고 하였다. 왼쪽다리가 약간 상(傷)했다는 것은 옥중에 갇혀있는 문왕의 처지를 비유한 말이다. 문왕이 비록 옥에 갇혀있어 자유스럽지 못하지만 세상일을 다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씩씩한 말로 하면 좋다는 것은 도와주는 사람이 건장하다면 그 화를 잘 모면해 길하게 되는 것이다. 이때 건장한 말이란 천도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어려움을 벗어나려면 천도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순한 덕으로 천도를 자각하고 천리에 순응해 나감으로써 질곡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넷째, 명이(明夷)에 때에는 자신의 재능과 능력을 감추고 때를 기다려라.
은나라의 폭군 주왕의 이복형 미자(微子)라는 사람은 주왕의 마음속까지 들어가 그의 의도를 짐작했다고 한다. 즉 미자는 주왕의 심복이기 때문에 나라가 곧 망할 것을 안다는 것이다. 결국 ‘미자’가 주왕의 마음을 알기 때문에 취하는 행동이 신주(神主)를 몰래 감추어서 대궐문 밖으로 가져나가는 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명(命)이라 보았던 것이다. 또 거짓 미친 척을 한 기자(箕子)의 태도도 주왕의 말로를 예측할 수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겉으로 미친 척 했지만 안으로 밝은 덕을 가지고 천도를 근원으로 정도(正道)를 행하여 처신하고, 후일 세상에 많은 공헌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역사의 한 단면을 두고 보면 태평성대와 난세의 순환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사도 이러한 흥망성쇠의 순환과정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사람들은 작은 것을 크게 미화를 시켜 높고 그것을 산처럼 세상에다 드러내고 자랑하고 싶어 한다.
사람들은 작은 앎을 가지고 크게 자랑하는 우(愚)를 범하기도 한다. 반대로 작은 잘못은 감추려고 한다. 내가 가진 사향(麝香)을 싸고 또 싸서 감춰도 그 냄새가 멀리까지 날아간다고 한다.
즉 작은 것을 감추고자 하는 어두운 마음은 되레 사람들의 비난을 초래할 뿐이다. 그러므로 나아갈 때 나아가고 물러설 때 물러설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오늘날 리더의 덕목이 아닐까.
[김재홍 충남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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