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시론] 한 지붕 두 가족으로 갈라진 새누리당
[충남시론] 한 지붕 두 가족으로 갈라진 새누리당
  • 임명섭 주필
  • 승인 2016.12.28 1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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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여당의 지루한 집안싸움이 결국 한 지붕 두 가족으로 갈라지는 운명을 맞았다.
지난 총선 전부터 삐걱대던 친박·비박의 접시 깨지는 소리를 낸 지도 1년이 다 되어 가다가 끝내 화학적 결합을 못하고 갈라서게 된 꼴이 됐다.
집권당이 중심을 잡기는커녕 친박·비박으로 나뉘어 갑판 위에서 우왕좌왕할 바엔 이참에 헤쳐모이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집단 탈당을 선언한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 29명은 ‘보수신당’(가칭) 창당추진위원회를 열기 위해 창당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27일 탈당계 제출을 시작으로 발기인 모집과 창당대회,원내대표단 선출, 원내 교섭단체 등록에 나선 후 내달 20일까지 당명등 창당 작업을 완료할 방침이다.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들은 집단으로 탈당(분당)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새누리당 내분에 종지부를 찍었다. 우리 정치사에서 보수 성향 정당의 분당 사태는 처음이다. 헤쳐 모여가 새누리당 스스로를 위해서도 좋을 수도 있을지 모른다. 심정적 이혼 상태에서 친박·비박 타령을 이어가느니 결별 후 국민의 지지를 받는 쪽을 중심으로 결집해 대선에서 심판을 받는 게 낫다는 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일지도 모른다.
물과 기름처럼 겉도는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을 청산하고 갈라서 제 갈 길을 가야 하는 마음은 오죽하겠는가. 보수세력 사이에서는 이러다가 정말 보수의 궤멸을 초래하고야 말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팽배하기도 하다.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 등 비박계 의원 등은 회동에서 탈당을 결의하고 즉석에서 탈당계를 작성한바 있다. 분당행 열차에 동승한 의원 수가 원내교섭단체(20명) 구성요건을 웃돈 것만으로도 보수 여당으로선 초유의 사태다.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들의 집단 탈당 선언은 1990년 1월 3당 합당으로 민주자유당이 창당된 후 26년 만에 이뤄지는 보수 세력 분열의 시작으로 볼 수 있다. 추가 탈당 예상 의원을 포함하면 비주류 탈당 의원이 앞으로 더 늘어날지 만약 늘어난다면 국민의당(38석)을 제치고 원내 제3당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어쨌든 새로 등장하는 보수 신당은 내년 상반기로 예상하는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정계개편으로 촉발될 것으로 관측된다. 탈당파 의원들은 새로운 보수정치를 기치로 내걸었다. 또 일부 의원은 가짜 보수와 결별하고 진정한 보수정치의 중심을 세우고자 새로운 길을 가기로 결심을 했다고 자부하기도 했다. 탈당파 의원들이 진정한 보수 가치를 구현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친박계(주류)는 어린아이들이 원하는 것 달라고 떼쓰다가 뜻이 이뤄지지 않자 가출하는 것과 다를 게 없어 이들의 탈당 선언을 놓고 ‘배신의 정치’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국민들의 눈에는 헌신과 책임 대신 정파의 이익을 앞세우는 세력으로 비쳤다. 4·13 총선 공천 과정에서 패거리 정치를 일삼았고 그 결과 총선에 참패한 후에도 처절한 반성이 없었다.
대통령 탄핵소추까지 온 사태에 책임을 지고 고개를 숙이기는커녕 친박계는 정우택 의원을 원내대표로 만들어 끝까지 당권을 놓지 않으려 했다. 비박계 역시 마냥 명분만을 좇았다고 할 수 없다.
막판까지 잔류와 탈당을 두고 주판알을 튕기며 정치적 셈법을 하는 모습이 측은하기도 했다. 그렇다 보니 새누리당에서 누가 탈당하든 분당하든 아예 관심을 접은 유권자들도 많다.
이념적 성향이 제각각인 의원들이 실리만을 좇아 한 정당에 뭉쳐있는 것보다 노선에 따라 분화하는 것이 국민의 선택 폭을 넓힌다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 새누리당을 뛰쳐나오는 세력은 지역 연고주의에서 탈피해 보수정치를 어떻게 혁신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할 것이다.
그리고 보수층 유권자들의 엄중한 심판을 받아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에도 불구하고 당내에서는 누구도 “내 탓이오!”라며 책임지는 인사가 없지 않은것이 안타깝다.
임시 봉합한 상처는 결국 다시 터지게 마련이다. 국민은 두 계파 간 싸움을 더이상 지켜볼 여력이 없다. 소도 웃을 것이다. 비주류가 탈당하면 누가 진짜 보수이고 누가 보수의 탈만 쓴 가짜 정치 패권 집단인지를 명백히 가려져야 한다.
나라를 위해서도 진짜 보수는 재건돼야 하고 가짜 보수는 사라져야 마땅하다. 싫든 좋든 한국 보수세력을 대표하는 새누리당이 이렇게 지리멸렬해서는 차기 대선을 기약하기 불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친박과 비박은 이 비정상적인 동거를 빨리 끝내야 한다. 보수라는 대의를 위해 한발씩 물러서지 못해 갈라서 각자 갈 길을 가는 편이 됐다. 그게 역사에 큰 죄를 짓지 않는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충남일보 임명섭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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