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시론] ‘꼬끼오’ 우렁차게 새벽을 깨워주길
[충남시론] ‘꼬끼오’ 우렁차게 새벽을 깨워주길
  • 임명섭 주필
  • 승인 2017.01.11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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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시골에서 암탉이 낳는 달걀을 기다려 밥상을 차렸다는 얘기가 있다. 이 귀한 달걀은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 몫이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혼자 먹지 못하고 빤히 쳐다보는 어린 자식들의 입에 달걀찜을 나누어 먹였다.
그리고 아이들은 소풍을 갈 때나 찐 달걀을 실컷 먹을 수 있었다. 추억의 식습관 때문에 달걀은 한국인이 선호하는 완전식품으로 사랑받아 왔다. 그랬던 달걀이 최근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산란계가 3분의 1가량 살처분되면서 달걀 1판(30알)값이 생닭값의 배로 뛰고 있다.


달걀 대란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전국의 유통 매장에서는 ‘1인 1판’ 판매 제한에 들어간 지 오래다. 공시가격은 35% 올랐다 하지만 한 판에 1만 원이 넘는 곳이 허다하다. 특히 제빵 업계는 달걀이 많이 들어가는 20여 개 품목의 빵 생산을 이미 중단했다.
식당도, 가정에서도 흔했던 달걀 반찬을 구경하기가 어려워졌다. 서민들의 밥상에까지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달걀 대란이 언제 해결될 지 기약도 없다.
직접적인 원인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의 여파로 알을 낳는 산란계가 대량으로 살처분됐기 때문이다.
영양식품인 달걀을 구하기조차 힘든데다 가격 통제마저 불가능해 달걀 대란을 겪고 있는 셈이다. 달걀 한 알도 사기 어려워진 혼돈 속에서 새해를 맞았다. 달걀 값이 엄청나게 오른데다 공급마저 딸려 시중에서 달걀이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사안이 심각함을 느낀 정부가 뒤늦게 관리에 나섰지만 뛰는 달걀값 잡기엔 역부족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겨우 내놓은 방책이 달걀 수입이다.
정부가 달걀 수입을 발표하면서 고시한 산지기준 국내 달걀 가격은 137원인데 미국(환율 1200원/달러)은 101원, 캐나다 164원, 호주 157원 꼴이다. 가까운 동남아쪽에서는 AI이 무서워 수입하지 못하고 먼 나라에서 사들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수입비용을 더하면 국내 달걀 소매가격이 한 판(30개)에 1만5000원대 이상으로 형성돼야만 수입 달걀의 가격 경쟁력이 생긴다. 틈새에 물량이 딸리자 유통과정에서 부조리도 활개치고 있다.
가격급등 배경에는 달걀 수집판매상들의 담합이나 사재기가 개입됐을 공산도 작지 않다. 물량 방출을 하루나 이틀씩 늦추는 등의 숫법으로 가격 구조를 왜곡시키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들이 달걀을 하루만 늦게 시중에 풀어도 가격이 한 판에 50원 이상 수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사상 최악의 AI 참변에서 계속되는 재난 행정이다.


조기 차단했어야 할 시점에 철새 탓하다가 시간을 허비했다.
그런 사이 피해자는 양계 농가와 전 국민으로 불어 났다. 달걀은 자양강장 식품이고 뇌 세포 구성 성분인 레시틴을 함유하고 있어 지능과 기억력 향상에 효과가 있고 노화 방지 등의 영양식품이여 서민들로 부터 인기가 높다.
오랜 역사를 지닌 달걀 음식 문화가 하루아침에 무너졌는데도 정부는 구경만 하고 있는 꼴이 됐으니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을 수 밖에 없다. 도대체 재난 극복의 능력이 있는 나라인지 묻고 싶다.
설 명절을 앞두고 달걀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알 낳는 씨닭인 산란종계가 병아리를 낳고 그 병아리가 산란계가 되는 데까지 걸리는 기간은 6개월, 산란계가 알을 낳기까지는 또 6개월이 걸린다.


당장 AI 사태가 끝난다 해도 달걀 대란은 길게는 1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급한 불을 끄는 것도 문제이지만 차제에 사태의 장기화에도 대비해야 한다.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더는 해마다 격는 AI사태로 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항구적인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소를 잃었으면 외양간부터 고쳐야지 소를 아예 키우지 않겠다는 발상은 무책임하다. 부실 대응을 되풀이하지 않게 방역 매뉴얼을 정비해야 국민들이 정책을 신뢰할 것이다. 붉은 닭의 해 ‘정유년’인데 Al로 산란닭 마저 씨가 마를 지경이 됐다.
병마를 이겨낸 닭이 다시 알을 낳고 ‘꼬끼오’라고 우렁차게 새벽을 깨워주길 속절없이 기다려본다.
[충남일보 임명섭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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