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시론] 풍자를 가장한 인격 모독은 예술이 아니다
[충남시론] 풍자를 가장한 인격 모독은 예술이 아니다
  • 임명섭 주필
  • 승인 2017.02.01 16:3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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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 년 전 파리, 왕립아카데미의 살롱전에서 한 장의 누드화를 둘러싸고 소동이 빚어진 글을 읽은 기억이 난다.

당시 화제가 된 에드아르 미네의 작품은 여인이 침대에 비스듬히 누운 나신의 주인공을 비너스에서 19세기 파리의 전형적 매춘 여성으로 바꿔치기한 것이다.
고전 회화의 이상형 나체와는 전혀 다른 도발적 누드이고 게다가 홀딱 벗은 여인이 민망할 정도로 관객을 빤히 응시한다는 점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당시 마네의 명작 처럼 한국에서도 때 아닌 주목을 받은 풍자 그림이 장안을 뒤 흔들었다.

얼마 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곧, 바이! 전’이라는 시국 비판 풍자 전시회에 등장한 박근혜 대통령의 누드 풍자 그림을 놓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그림은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를 패러디한 것으로 세월호가 침몰하는 모습 앞에 나체 상태의 박 대통령이 편안한 모습으로 잠들어 있는 그림이다.

박 대통령 복부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 초상 사진과 ‘사드’라고 적힌 미사일이 그려져 있다. 또 박 대통령 옆으로 ‘주사기 다발’을 들고 있는 국정 농단 사태의 중심축인 최순실 씨도 넣었다.
이 풍자 그림이 지나친 표현 방식으로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박 대통령이 비록 국정 농단 사태로 대통령의 직무정지 상태이긴 하지만 싫든 좋든 일국의 대통령인데 소위 국회의원이 이런 일을 저질럿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게다가 직설적이고 외설적인 대통령 풍자 그림을 ‘민의의 전당’에 내걸었다니 국회도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주인공은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일파만파 확산됐다.
공론장이 돼야 할 국회가 개인의 신념을 홍보하는 공간으로 이용됐다니 말이나 되나. 문제가 심각하고 사안의 폭발력이 만만치 않자 민주당도 표 의원을 윤리심판원에 회부하기로 하는 등 법썩을 피웠다.

예술인들의 정치 패러디는 지금껏 있어 온 한 장르이고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존중돼야 마땅하긴 하다. 그리고 풍자는 풍자일 뿐인데 너무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이해는 된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기도는 정도가 아니다. 예술인들의 건전한 시국 비판은 당연한 것이지만 도를 넘어서면 분노를 부추길 수 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풍자를 빙자한 인격 모독과 여성인권 유린 문제까지 거론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뭐든지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고 하지 않았던가. 유명 누드화에 박근혜 대통령의 얼굴을 합성해 ‘대통령 성 모독 그림’을 예술이란 이름으로 국회 의원회관에 내걸다는 것을 표련의 자유로 쉽게 넘겨야 하는가.

한마디로 풍자를 가장한 인격 모독이고 성희롱이나 다름없다. 또 국회안에서 이런 전시회를 열렸다니 정신이 있는 사람들인지 묻고 싶다. 정치의 품격과 국격을 훼손시키는 막장 완결판이나 다름이 없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유명인이라면 작품의 영역에서 얼마든지 풍자의 대상이 될 수 있긴 하다. 국가 최고 지도자라고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한 나라의 여성 대통령을 상대로 이런 식의 성적 모욕을 안겨주며 조롱하는 건 풍자가 아니다.

여성 혐오다. 많은 비판과 반대가 있던 최고 지도자라 해도 남성 대통령을 향해 이런 식의 나체 그림으로 풍자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표 의원은 “표현의 자유”를 운운하며 공격을 한다는 건 예술에 대한 적절한 태도가 아닌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그리고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가 싸구려 저질 밤무대는 아니다. 국회와 국민을 모독한 표 의원은 당장 무릎 꿇고 사과해야 한다. 당도 표 의원을 중징계하고 국회는 속히 윤리위원회를 열어 가장 강력한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

표 의원의 일방적인 예술에 대한 적절한 태도로 맞서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예술과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인격 살인을 해도 괜찮다는 말인가. 우리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는 인간 존엄성을 신장하기 위한 수단이지 타인의 명예 훼손까지 허용하는 무제한의 권리는 결코 아니다.

표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영입한 1호 인물이다. 표 의원은 표현의 자유라고 옹호했지만 도가 지나쳤다. 대통령이든 누구든 동의를 얻지 않은 채 누드화의 모델로 패러디하는 것은 성희롱을 넘어 성폭력이자 인격살인이다.
국회 의원회관에 이런 낯뜨거운 그림이 며칠씩 걸려 있었다는 건 나라 망신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지 참담하다. 표 의원은 공당의 국회의원으로서 자격이 없다.

[충남일보 임명섭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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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은파더 2017-02-01 21:44:58
환생경제나 보구서 이런 글을 쓰던지...봤겠지. 봤지만 그건 유쾌한 풍자극이고 더러운잠은 여성 인격모독이겠지. 내로남불 정신으로 사는 사람은 그냥 일기장에 일기나 쓰는게 여러사람 피로감 안주는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