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주 칼럼] 사람 준비가 먼저다
[양형주 칼럼] 사람 준비가 먼저다
  • 양형주 목사 대전 도안교회
  • 승인 2017.02.0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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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났을 당시 조선을 통치하던 선조는 왜구에 대해 철저한 대비책을 세워놓고 있었다.
류성용이 남긴 징비록에 따르면 선조는 절박한 위기감을 갖고 전쟁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왜군과의 전투에 대비해서 남쪽 지방 산성들을 개축하거나 신축하기 시작했고, 유능한 무장들을 전선에 재배치하였다.

그럼에도 우리는 당시 조선이 제대로 전쟁준비를 하지 못해서 왜구의 침입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하게 된 원인 중 하나는 선조 23년에 조선통신사 사절단이 일본에 갔다 와서 선조에게 한 보고 때문이다.

그 때 사절단 부사였던 동인 김성일이 일본을 둘러보고는 선조에게 “일본이 쳐들어오지 않는다”고 보고했었다. 그래서 이 보고에 기초해서 전쟁준비에 태만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역사의 기록들을 살펴보면 선조는 이와 달리 일본의 침략 가능성을 예상하고 전쟁에 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여기에 문제가 있었다. 선조는 물리적으로는 오랫동안 준비를 했지만, 백성들의 마음을 잘 준비시키지는 못했던 것이다. 한동안 태평한 세월들이 계속되었고, 그래서 백성들은 전쟁이 일어날 것을 믿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자꾸 전쟁을 대비한 성읍을 쌓는 강제 부역에 동원되다보니, 필요성을 절감하기는커녕 쓸데없는 일에 억지로 동원된다며 원망만 늘었던 것이다.
게다가 선조에게 전쟁이 없을 것이라고 보고했던 김성일은 영남출신이었는데, 그의 영향력으로 인해 영남지역 관리들과 백성들은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확고히 믿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선조가 산성건축에 제일 신경을 많이 쓴 지역이 바로 영남지역이었다.

이처럼 하드웨어는 철저하게 준비했지만, 이 지역의 백성들과 병사들은 그 마음에 전쟁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았다. 그러다 전쟁이 터지자 전쟁의 주체가 되어야 할 휴먼웨어인 병사들이 두려움에 사로잡혀 제대로 싸우지도 않고, 그토록 힘들게 쌓아올렸던 성읍을 버리고 달아나 버렸다. 도망가기에 급급했던 것이다.

이런 것 보면 어떤 물리적인 하드웨어를 준비하기 이전에 휴먼웨어의 준비가 훨씬 중요함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사람이 얼마나 준비된 사람인지, 비전이 어떠한지, 얼마나 강력한 사명의식으로 준비되었는지를 보지 않고 겉모습으로만 판단한다.

우리 사회는 사람을 얼마나 준비시키는가? 나는 주변 후배나 동료를 세워주는 사람인가? 사람에 대한 안목, 사람에 대한 준비에 더욱 필요하다.

[양형주 목사 대전 도안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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