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시론] 막가파식 김정은 정권 심판만 남았다
[충남시론] 막가파식 김정은 정권 심판만 남았다
  • 임명섭 주필
  • 승인 2017.02.22 16: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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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망명객인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독살당한 사건은 헐리우드 영화 ‘디 인터뷰’의 장면을 연상시킨다. 그의 이복동생으로서 북한 지도자인 김정은이 미국 정보기관에 의해 암살된다는 내용이였다.
주인공이 교체되었고 무대가 평양에서 쿠알라룸푸르로 바뀌었을 뿐이다. 김정은이 암살 지령을 내렸을 것이라는 개연성이 특히 눈길을 끈다. ‘디 인터뷰’가 아니라도 이번 사건은 가히 첩보영화 이상의 수준이다.

김정남이 진작부터 신변 위협에 시달렸다는 것부터가 긴장을 자극한다. 그를 쫓는 북한 요원들과 승객으로 붐비는 국제공항, 슬그머니 따라붙은 두 명의 여인, 장난치듯 내뿜은 독약 스프레이. 각각의 팩트가 극적인 요소를 더해 줬다.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벌어진 실제 김정남 독살사건의 여파가 국내외에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이 사건의 배경을 둘러싸고 갑론을박도 한창이다.
말레이시아 당국의 수사로 사건 전모가 이미 북한의 소행으로 드러나고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온 세계가 경악하며 사태의 추이를 예의 주시하는 상황에서 국내는 ‘가짜 뉴스’가 기승을 부리고 각종 음모론으로 국론 분열을 부추기는 게 문제다. 김정남 독살이란 무모한 일로 이득을 볼 세력이 있다는 게 이들 음모론의 요지다.
심지어 최순실 사태에서 벗어나려고 꾸민 일이라는 황당한 내용의 가짜 뉴스가 버젓이 등장하기도 했다. 정확한 정세 분석과 투명한 소통이 우리 사회에 발붙여야 할 판에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니 정신이 나간 사람이 아닐 수 없다.

허무맹랑한 유언비어에 놀아나는 것이야말로 국가안보를 뒤흔드는 망국병임을 망각해선 안 된다. 인터넷과 SNS에는 황당한 거짓 주장이 나도는 가운데 북한의 억측처럼 여기는 사람이 있다면 착각도 큰 착각이다.
처음에는 독침에 맞아 죽었다고 하더니 이제는 독 스프레이로 죽었다고 한다. 이런 식의 유언비어가 나돌기도 했다. 천안함 폭침, 세월호 침몰 때의 판박이다. 당시에도 미국 핵잠수함 충돌설, 정부 공작설 등 온갖 유언비어가 난무하지 않했던가.

지금도 그것을 철석같이 믿고 유포하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닐 것이다. 북한을 거드는 내용들이다. 우리 사회는 유언비어에 멍든 지 오래다. 최근에는 가짜뉴스까지 판을 치고 있다.
그 결과 건강한 국민의식은 마비되고 국론은 증오로 갈가리 찢기고 있다. 유언비어는 사회를 병들게 하는 독버섯이나 다름없다.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

정부는 더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 하며 인터넷 사이트는 자정에 나서야 할 것이다.
최근에는 나라를 이끌겠다고 나선 대선주자까지 안보관만큼은 확고해야 하는데 그렇치 못한게 아쉽다. 국가 안위와 국민 생명을 지킬 자신이 없는 사람은 국가지도자가 될 자격도 없다.

김정남 독살사건으로 핵과 미사일을 보유한 사실을 상기시켜준 셈이 됐다. 이런 안보위기에 정치권이 아직도 중심을 못 잡고 있다. 야당 대선 주자들은 사드 당론 책정을 놓고도 우왕좌왕하고 있는가 하면 사드 배치를 반대할 명분이 많이 약해졌다는 등 제동을 걸기도 했다.
또 사드 배치에 부정적 이였으나 최근 기류를 감안해 슬쩍 입장을 바꾸기도 했다.게다가 사드 배치 문제는 다음 정부로 넘기는 것이 정권 교체기에는 도리라고 발뺌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핵과 미사일을 머리에 이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도 이처럼 정치권이 무감각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더욱 염려스러운 것은 김정은이 언제 어떻게 도발을 감행해올 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계속되는 경제난과 체제유지 부담에 따른 정신적 압박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분석도 유력하다. 최근 미사일 도발과 김정남 독살만 보더라도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국제 공조는 더 이상 ‘전략적 인내’로 일관해서는 안 된다.

막가파식 테러를 자행한  김정은 정권을 국제사회로 부터 심판을 받을 수 밖에 없음을 깨닫게 해야 한다. 이번 김정남 독극물 테러를 계기로 북한 핵무기뿐만 아니라 생화학무기에 대한 경각심과 국제사찰 대상이 되도록 돼야 할 것이다.[충남일보 임명섭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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