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시론] 국민 모두가 승복하고 차분하게 기다리자
[충남시론] 국민 모두가 승복하고 차분하게 기다리자
  • 임명섭 주필
  • 승인 2017.03.08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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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호(號)의 명운을 가를 ‘운명의 한 주’가 시작되면서 정치권이 긴장과 혼돈의 터널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탄핵심판 선고를 눈앞에 두고 탄핵 찬반단체가 대규모 집회로 막판 총력전에 나섰다.
3·1절에도 국민들의 마음은 편치 않게 했다. 일제의 모진 탄압 속에서도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일제에 분연히 맞선 것과는 달리 대한민국이 국론 분열로 쪼개지는 듯한 분위기로 불안했다.

이같은 불행한 현실이  탄핵을 촉구하는 진영과 탄핵을 반대하는 진영으로 각각 나눠져 촛불 행렬과 태극기 물결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극심한 대립으로 나라를 휘청거리게 하는 것은 결코 순국선열들이 건설하고자 했던 대한민국은 아닐 것이다.
탄핵을 사이에 놓고 요란스런 두개의 열차가 각기 다른 방향으로 종착역을 향해 달리는 모습은 충돌 위기여 매우 불안 스러웠다. 헌법재판소는 13일 이전에 탄핵선고가 예고됐다.

이제까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놓고 양측의 팽팽한 변론도 긴장감 속에 끝이났다.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은 헌법을 위반한 박 대통령을 단호히 파면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대통령을 탄핵해야 할 만큼 중대한 법 위반이 없고 심판 절차에도 심각한 흠결이 있다며 탄핵의 부당성을 주장했다.
81일간에 걸친 헌재의 심리도 종료됐고 8인 재판관의 평의도 끝나 이제 선고만 남았다. 헌재가 국회의 탄핵소추에 대해 인용할지, 기각할지, 아니면 각하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그 무엇도 확실한 건 없다. 그럴수록 한국 민주주의의 운명을 가를 결과를 기다리며 탄핵을 주장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 모두 불안과 우려 속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탄핵 찬성과 반대 진영의 열망이 강할수록 더욱 극단적인 대립과 충돌이 빚어질 수 있다. 촛불 행열과 태극기 물결 속에서 튀어나온 ‘혁명’이니 ‘내란’이니 ‘아스팔트 위의 피’니 하는 섬뜩한 말들은 단순한 기싸움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어 불안스럽다.
그동안 집회 현장에서 혈서와 야구방망이까지 등장해 섬듯한 느낌마져 들었다. 세 대결을 벼르는 것 같아 폭력사태로 이어질지 걱정해야 할 정도였다. 다행스럽게 불상사가 없어 한숨을 거뒀다.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모였다는 이들이 극한 대립과 증오를 선동하는 건 어떤 명분으로도 합리화할 수 없다. 이대로 가다간 헌재가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인용하든 기각하든 나라가 두 동강날까 걱정스럽다.

불길한 징후는 여러 군데서 감지된다. 누구든 탄핵 결정에 불복해서도 안 되겠지만 국회든 특검이든 그럴 빌미를 줘서도 곤란하다. 법치주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 헌재를 뒤흔들려는 여하한 시도는 자제돼야 할 시점이다.
지금은 모두가 차분하게 헌재 결정을 기다려야 할 때다. 어떤 결정이 나오더라도 모두가 승복해 헌법질서가 바로 서도록 해야 한다.대한민국은 더 이상 갈라져서는 안 된다.
국민과 정치인, 탄핵심판은 분열된 나라를 치유와 통합으로 이끌 수 있도록 책임 있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할 때다. 헌재는 그간의 심리 결과를 토대로 법과 증거에 따라 현명한 결정을 내려 주기를 바란다.

물론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같은 사안을 놓고도 다른 관점과 논리를 펼 수는 있다. 더이상 ‘불복종 투쟁’을 벌여서는 안 된다. 광장에 나가 들끓는 민심에 기름을 붓는 일도 이제는 멈춰야 한다.
나라가 사분오열되는 일은 있어서는 안된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흔드는 위험하고도 과격한 행동은 헌재의 선고로 멈춰야 한다. 정치권도 국민에게 헌재 판결에 승복하도록 설득해야지 분열을 부추겨서도 안 된다.
헌재는 어떤 외부의 압력에 흔들림이 없이 오직 진실에 입각해 판단해야 한다. 그 결정에 정치권을 포함한 모든 국민들이 승복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믿는 법치이자 민주주의다.

온 국민의 꿈이 이뤄질수 있도록 흥분을 가라앉히고 다같이 힘을 모아야 헌재의 선고를 받아 들이자. 탄핵 후 대한민국이 극단적 대립으로 분열의 길이 계속된다면 미래를 향해 통합의 길은 막힐지도 모른다.
국난 때마다 국민이 일치단결해 위기를 극복했던 선조들의 지혜가 절실한 때가 다시 닥쳐온 것 같다.[충남일보 임명섭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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