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시론] 또 ‘포토라인’에 선 우리나라 대통령
[충남시론] 또 ‘포토라인’에 선 우리나라 대통령
  • 임명섭 주필
  • 승인 2017.03.22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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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은 검찰 청사 앞 포토라인에서 “국민에게 송구스럽고,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는 짧은 메시지만 남기고 청사안으로 들어갔다.
포토라인은 유명인사에 대한 취재 과열 경쟁으로 인해 발행할 수 있는 몸싸움 등 불상사를 예방하려는 목적으로 설정한 일종의 취재 경계선을 말한다.
포토라인은 취재를 제한한다는 의미보다는 공정한 취재를 위해 상호간의 편의를 고려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포토라인에 섰던 유명인사는 많았으나 우리나라 대통령들이 포터라인에 섰던 전례가 있었다.

노태우·전두환·노무현 등 전직 대통령 3명이 피의자 신분으로 포터라인에 서는 굴곡진 헌정사를 보여줬다.
전직 대통령들의 포터라이에 서 있는 순간을 지켜본 국민들은 한결같이 착잡함을 느꼈다.
대통령으로 4번째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또다시 검찰청 포토라인에 섰다. 박 전 대통령은 헌재로부터 파면당해 형사상 불소추특권이 상실된 입장이여 일반인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조사를 원칙 그대로 적용했다. 전직 대통령이라고 해서 특혜를 베풀었거나 반대로 정치적으로 과도한 표적도 삼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 본인도 대통령이란 신분 때문에 그동안은 검찰이나 특검 수사에서 조사가 무산됐으나 이번은 직접 검찰에 출두, 장시간 조사를 받았다.
때문에 앞서 다녀간 전직 대통령들처럼 검찰 앞 보도진이 진을 치고 있는 포토라인을 거쳤다. 검찰에 출두한 박 전 대통령이 조사에 협조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박 전 대통령은 작년 10월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불거진 이래 지금껏 말로만 ‘진상 규명 협조’를 밝혔을 뿐 검찰과 특검,헌재 등의 조사에 직접 응하지는 않았다.
헌법재판소에 보낸 최종 의견서에서도 “단 한 번도 사익을 위해 또는 특정 개인의 이익 추구나 다른 사람을 도와주기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했거나 행사한 사실이 없다”는 결백만 답했을 뿐 직접 조사장에는 출석치 않했다.

하지만 이번 검찰 소환에는 그동안 결백만 주장한 것과는 달리 사실관계 조사에 협조함으로써 국민적 의혹을 풀어주는데 최선을 다했다. 국정 최고 지도자를 지낸 입장에서 당연한 처신이라고 본다.
지난 4년간 대한민국을 통치한 최고 지도자가 하루아침에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해 포토라인에 선 것을 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불편했다. 정치적 책임과 사법적 책임은 별개이므로 박 전 대통령의 ‘무죄 투쟁’을 나무랄 수는 없다.
검찰은 검찰대로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법의 잣대에만 놓고 철저하게 수사를 했으리라 생각된다.
검찰이 신경써야 할 것은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과 공정한 법 적용이다.

박 전 대통령의 유·무죄 여부와 관계없이 전직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는 것만 해도 우리 헌정은 이미 깊은 상처를 입었다. 비극도 이런 비극은 없다.
이번이 4번째 전직 대통령이 포토라인을 넘었는데 국제적으로 창피할 뿐이다. 우리나라는 5공화국 이후 7명의 전직 대통령 중 노태우, 전두환 2명은 구속됐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검찰수사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영삼, 김대중, 이명박 대통령은 본인은 무사했지만 재임기간 중 혈육이 구속되는 등 고통을 겪었다. 한마디로 대통령의 임기 말과 퇴임 후를 정상적으로 보낸 대통령은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이 부끄러울 뿐이다.

그 위로 거슬러 올라가도 마찬가지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하와이로 망명해 먼 이국땅에서 생을 마쳤고, 박정희 전 대통령도 부하의 흉탄에 숨졌다.
이른바 민주주의를 한다는 나라 중 국가수반이 이렇게 예외 없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나라는 한국뿐일 것이다.
매번 정권 임기 말이면 되풀이되는 대통령 주변 권력형 비리는 우리 정치 시스템에 결정적 하자가 있음을 증명해 줬다.
이제 구조를 뜯어 고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5년 후 우리는 또 같은 지점에서 똑같은 한탄이 되풀이 될지도 모른다.
오욕의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부패 청산과 제도 개선하는데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꾸는 국가 대혁신에 모두가 나서야 한다.[충남일보 임명섭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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