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배 칼럼] 20년 전 IMF외환위기를 잊지말자
[김원배 칼럼] 20년 전 IMF외환위기를 잊지말자
  • 김원배 목원대학교 전 총장
  • 승인 2017.03.27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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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인 1996년 필자는 연구년 교수로 미국의 일리노이주 어바나 샴페인에 있는 일리노이 주립대학에 머물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자 가족들과 함께 유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대학을 막 입학한 아들은 대학에 휴학을 하고, 고등학교 1년생인 딸은 다니는 학교를 포기하고 미국의 고등학교 1학년에 입학할 준비를 하고 왔기 때문에 나름 바쁜 생활을 하면서 보람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이들은 조금은 불만스러운 생활이였지만 부족한 어학실력을 향상시켜보겠다는 욕심으로 열심히 공부하면서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그런대로 의미 있는 시간들을 보냈다.
약속된 기간 1년이 지나고 1997년 2월에 귀국을 하면서 아내와 딸아이를 현지에 남겨둔 채 아들과 함께 귀국을 하였다.
귀국 전부터 국내의 외환사정이 좋지 않다는 뉴스를 접했지만 그런대로 환율은 안정이 되어 큰 어려움은 없었다. 그런데 귀국 후 외환사정이 어렵게 되었고 달러당 900원대의 환율이1000원가 되더니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1400원 ~1500대가 되어 더 이상 두 집 살림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결국 딸만 남겨두고 아내는 급기야 귀국을 하였는데, 딸 아이 하나 공부시키는데도 매월 달러를 송금하면서 쩔쩔매었던 기억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아픈 추억이다.

작금 우리경제가 제2의 외환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며 경제학자들이 심심찮게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경제의 낙관론자들은 1997년 당시의 외환사정과 지금의 외환사정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을 하면서 안심해도 좋다는 말을 한다. 그러나 우리경제의 비관론자들은 지금의 국내시장이 1997년 외환위기 때와 유사한 상황이며 세계경제의 불황으로 언제 어려움이 닥칠지 모른다는 주장을 하면서 대비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직전에도 우리정부는 지나친 낙관주의로 국민들께 선심정책을 시행했다.

당시 김영삼 정부는 국민들에게 견문을 넓혀야 한다며 글로벌정책을 장려하면서 자녀들의 해외유학 및 국민들의 해외여행을 장려하는 정책을 실시했다. 국고가 차있으니 국민들은 안심하고 자녀들을 조기 유학시키고 국민들도 가고 싶은 해외여행 다녀오라며 행복한 생각에 빠지게 했다. 그러나 그런 정책을 시행한 후, 얼마 되지 않아 차 있다던 국고는 해외자금이 유출되면서 국고가 비어있다는 소문이 났으며, 소문나기 무섭게 외국의 채권자들이 앞다퉈 채권을 회수하는데 정부는 속수무책이였고 급기야 IMF의 구제금융으로 국가부도의 위기를 면할 수 있었다.

이때 우리국민들이 보여준 지혜와 협동심은 전 세계적으로 높이 평가 받았으며 그와 같은 협동정신이 IMF관리를 조기에 탈출하는 계기가 되었다. 1달러의 외화라도 모아야겠다는 일념으로 어린아이들로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집에 보관하고 있던 돌 반지를 비롯한 각종 금붙이를 앞 다투어 정부에 기증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빨리 IMF관리를 벗어나는 국가가 되었다.
1997년 외환위기의 원인을 살펴보면 새해 들어 1월에 재계 순위 10위인 한보그룹의 부도를 시작으로 단기자본조달비중이 높아진 대기업들이 연쇄 부도를 내었다.
4월에는 삼미그룹이 도산했고, 7월 기아차, 11월 해태그룹 등 주요 기업들이 부도를 맞으면서 한국경제가 파산 직전의 위기를 맞았다.

기업들의 이 같은 도산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주된 원인은 구조조정의 실패 때문에 경상비용은 늘어나는데 생산성은 떨어져 영업이익의 감소에 기인된 것이라 하겠다.
지금 우리경제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학자들은 작금의 기업환경이 1997년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들이 내세우는 근거는 국내 조선업의 경기침체와 한진해운을 비롯한 해운업의 부도, 자랑하던 철강업의 부진 등을 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통령의 탄핵으로 5월 조기대선이 있어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이나 기업인들 그리고 일반 국민들에 이르기까지 더 이상 국가경제를 위기로 몰아넣는 우를 범하지 말고 1997년 외환위기를 반면교사로 하여 유비무환의 정신으로 우리 모두 지혜롭게 대처하기를 기대해 본다.   [충남일보 김원배 목원대학교 전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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