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주 칼럼] 우리가 알지도 못했을 때에
[양형주 칼럼] 우리가 알지도 못했을 때에
  • 양형주 목사 대전 도안교회
  • 승인 2017.04.16 18: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6·25 전쟁 중 경남 가야산 상공에 F-51 머스탱 전투기 4대가 떴다.
이 전투 편대의 편대장은 해인사를 거점으로 한 인민군 패잔병 900여 명을 소탕하라는 명령을 받고 출동했던 중이었다. 
각각의 전투기마다 230kg짜리 폭탄 2개, 로켓탄 6개, 기관총 1800발씩을 장착하고, 또 편대장의 전투기에는 250kg짜리 네이팜탄까지 무장했다.
먼저 출동한 미국 공군 정찰기가 해인사 마당에 연막탄을 떨어뜨렸다. 그걸 표적삼아 폭탄을 투하하라는 신호였다. 그러나 편대장이었던 김영환 대령은 “각 전투기는 내 지시 없이는 폭탄을 사용하지 말라”이렇게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는 사찰 주변 능선을 향해 기관총 공격만 했다.

그러자 미군 정찰기에서 독촉이 빗발쳤다. “해인사를 네이팜탄과 폭탄으로 공격하라. 편대장은 뭐하고 있나” 그러자 김영환 대령은 못들은 척 하고 다시 지시를 내렸다.
“각 비행기는 폭탄공격을 하지 말라” 대원들은 해인사에서 멀리 떨어진 곳의 인민군을 향해 폭탄을 떨어뜨렸다.
결국 얼마 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제된 해인사 팔만대장경은 이렇게 무사히 보전되게 되었다.
그날 저녁 정찰기 조종사였던 미군소령과 김영환 편대장 사이에 설전이 벌어졌다. “연막탄 흰 연기를 보았는가?” “봤다” “왜 엉뚱한 곳을 공격했는가?” “거긴 사찰이지 않는가?” “국가보다 사찰이 중요한가?” “사찰이 국가보다 중요할리 없다. 그러나 공비보다 중요하다. 무엇보다 그 사찰에는 공비와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문화유산 팔만대장경이 있다”

공비 몇백 명 죽었다고 전쟁이 끝나지 않는 것 아닌가? 결국 김영환 편대장의 용기 있는 결정 덕에 해인사 팔만대장경과 장경판전이 보존될 수 있었다.
우리가 알지도 못했던 때에 어느 용기 있는 군인의 희생정신이 있었다.
우리의 삶은 이처럼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이들의 수고와 헌신 덕분으로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생각해 보라. 지금 내 생명이 있게 된 것, 이 땅에 태어나 지금까지 건강하게 살아온 것, 누군가의 수고와 희생으로 이 자리에 서게 되지 않았는가?
이렇게 볼 때 우리의 생은 한 마디로 ‘선물’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알지도 못했을 때에 나를 위해 많은 이들이 수고하고 헌신한 소중한 은혜의 선물로 지금까지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것을 종종 잊어버린다. 우리의 삶이 선물임을 잊어버릴 때 우리의 삶에는 공로의식이 들어간다.
내 삶에 주어진 은혜로 감사하기 보다는 없는 것에 불만을 품고 더 노력해야 하고 더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게 된다.
오늘날 무한경쟁의 사회 분위기는 이런 생각들을 더욱 강화한다. 우리는 우리가 알지도 못했을 때에 주어진 선물이 있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참 어색해 한다.
그러나 정신없이 달려가던 달음질을 잠시 멈추고 스스로를 돌아보자. 많은 사람들의 수고로 내가 여기까지 오지 않았는가? 이제 우리의 삶에 감사를 회복해야 한다.
매일 저녁 자기 전 그날 감사한 제목 세 가지씩만 적어보면 어떨까? 생각과 정서에 커다란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우리의 삶은 정말 귀한 선물임을 새삼스레 발견하게 될 것이다.[양형주 목사 대전 도안교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