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시론] 서해 어민들 얼굴에 웃음꽃 피었다
[충남시론] 서해 어민들 얼굴에 웃음꽃 피었다
  • 임명섭 주필
  • 승인 2017.04.19 1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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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반도 신진항에는 봄꽃게잡이에 나섰던 어선들이 만선의 깃발을 나부끼며 돌아오는 등 활기가 넘쳐나고 있다. 갓 잡아 온 알이 꽉 찬 싱싱한 봄꽃게와 시원한 바닷가에는 관광객들로 크게 붐볐다.
신진항은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 땀 흘리는 어부와 상인, 그리고 관광객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바다냄새와 사람냄새가 물씬 풍기는 작은 항구다.

신진항처럼 요즘 서해안에는 봄꽃게잡이 어선들이 전국에서 몰려들고 있다.
서해안에서 잡히는 난류성 어종인 봄꽃게는 수온에 따라 북쪽으로 이동하는데 3월 말부터는 알이 차고 살이 붙으며 4월 말에는 절정을 이루게 된다. 그래서 서해바다에는 씨알이 굵은 봄꽃게잡이가 한창이다.
항구마다 밤새 꽃게잡이에 나갔던 어선들은 만선으로 돌아와 배안의 꽃게를 내리느라 어민들의 분주한 모습만 봐도 흐뭇해 했다. 만선으로 돌아오는 어민들의 얼굴은 봄햇살만큼 이나 화사하게 보였다.

봄꽃게는 봄이 제철이지만 그동안 가격이 비싸 식탁에서 보기 드물었다. 게다가 중국 어선들까지 무분별하게 서해로 몰려와 해산물을 씨가 마를 정도로 싹쓸이했기 때문에 어획량도 줄어 어민들은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런데도 중국 어선들의 불법 어로를 정부마저 수수방관하는 바람에 어민들의 속이 까맣게 타들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정부가 중국 어선들의 불법조업에 대한 강력한 단속에 나서자 올해는 봄꽃게의 어획량이 크게 늘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대비 1일 평균 30여% 나 더 잡히고 있다.
봄꽃게 어획량이 늘어나자 산지의 봄꽃게 값은 지난해에 비해 20-30%가 내렸다. 본격적인 어획철이되는 이달 말쯤에는 봄꽃게 값은 더 내려갈 전망이다. 그렇지만 어획량이 많아 항구로 돌아오는 어민들의 얼굴에는 함박 웃음으로 가득했다.

서해안 천수만에서 잡히는 봄꽃게는 영양분이 풍부하고 살이 통통하다. 또 이곳의 봄꽃게는 단단한 껍질과 청록색의 윤기가 나는 것이 특징이여 게장을 담그거나 탕을 끓여 먹으면 맛이 좋아 봄철 최고의 수산물로 손꼽히고 있다.
무엇보다 꽃게잡이 어민들이 가장 반가운 것은 서해 꽃게 어장이 조용하다는 것이다. 해마다 봄꽃게잡이 철만 되면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역에서 중국 어선들이 떼지어 다니며 불법어로를 일삼았는데 올해는 눈에 띄게 줄었다.
이는 해경 특별경비단의 창단과 함께 강력한 단속 탓에 중국 어선들이 서해 5도 주변에서 조업이 급감되는 등 큰 효과를 얻어 내고 있다. 게다가 북한의 6차 핵실험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반도 주변에서 한, 미 해상훈련을 하는 등 요인도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유야 어찌됐든 우리 어장을 휘젓던 중국 어선들이 사라진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단속을 강화할 때만 반짝 효과에 그쳤기 때문이다.
교활하고 흉포한 중국 어선들의 행태로 보아 단속이 자칫 느슨해지면 언제라도 다시 출동할지 모른다. 중국 어선들의 불법조업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서해뿐 아니라 최근에는 동해에까지 출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치어까지 싹쓸이하는 불법 남획으로 우리 바다에서 어족 자원의 씨를 말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 상태가 계속되면 머지않아 우리 식탁에는 국내산 생선이 사라질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사드 보복’의 치졸한 중국에 우리 어민들의 생계 터전을 내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 무력 대처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단 한척의 중국 어선들이 우리 해역을 넘보지 못하도록 원천 봉쇄해야 한다.
봄꽃게 풍년을 누린 서해안 어민들은 항구로 돌아올 때마다 바다를 지켜준 해경과 군에 고마운 마음으로 만선의 기쁨이 교차되고 있다. 봄꽃게는 산란기의 꽃게 자원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지난 1974년 처음으로 금어기를 도입했다. 때문에 지난해부터는 전국적으로 봄꽃게 포획 금지 기간을 6월 21일부터 8월 20일까지로 일원화 시킨 바 있다.[충남일보 임명섭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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