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시론] 정규직 전환에 봇물 터졌다
[충남시론] 정규직 전환에 봇물 터졌다
  • 임명섭 주필
  • 승인 2017.05.24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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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방문지로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찾아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요구가 봇물을 이루며 해당 기관,업체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고용센터 상담사와 우정사업본부 상시위탁집배원의 정규직화를 주장한 데 이어 정부세종청사 환경미화원 등도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고 나섰다.
현재 공공기관 비정규직은 파견·용역 등 간접고용을 포함해 11만8000여 명에 달하고 있다. 이들이 한꺼번에 정규직화 요구에 나선다면 큰 혼란과 갈등이 생길까 걱정스럽다.

공공기관 비정규직 중에는 상당수가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정규직 임금의 50~60% 밖에 받지 못해 정규직화 필요성에 공감한다. 정년은 보장된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는 지자체는 정규직 전환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하지만 지자체가 이들의 기준 인건비를 손질해야 정규직화가 가능해 예산 확보가 따라야 한다. 때문에 단기 내 정규직화는 재정상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규직 전환은 뒷감당을 못할 수 있다.

대전시는 본청 각 부서, 5개 구청, 산하 공사·공단 등에 정확한 비정규직 인원을 파악하고 있다. 아직 세부 방침은 정하지 않았으나 정부 정책에 맞춘다는 계획이다. 충남도 역시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종합대책을 마련해 올해부터 연차적으로 정규직화로 바꿀 계획이다.
세종시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 TF는 비정규직 인원 파악, 일자리위원회 설치, 시설관리공단 위탁 여부 등 정규직 전환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자체의 무기계약직은 정규직으로 보지만 정규직과 같은 대우가 아니라 처우개선이 필수다. 무기계약직은 정규직에 비해 낮은 임금과 복지 혜택이 부족하다.
가장 큰 문제는 그에 따른 비용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처럼 수익성이 높은 곳은 그래도 여력이 있겠지만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는 공공기관은 언감생심일 뿐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는 모두가 공감해 기관, 업체들이 적극 호응하려는 분위기가 짙지만 섣부르게 전환했다가는 엄청난 경영 압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긴장하고 있다. 정규직 전환으로 발생하는 적자는 정부 지원이나 공공요금 인상으로 충당해야 할 가능성이 높은데 그렇게 되면 결국 국민이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이다.

자신의 몫이 줄어들 것을 염려하는 기존 정규직의 반발과 인건비 증가로 신규 채용을 줄이면서 청년 일자리가 감소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 볼 일이다. 물론 비정규직을 별도 직군으로 분류해 정규직화 하거나 자회사를 설립해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무늬만 정규직화이여 노동계에서 반대해 실행이 쉽지 않다. 문 대통령이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지만 선결해야 할 과제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요구는 새 정부에 첫 시련을 안길 수도 있다. 비정규직이 늘어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복잡한 원인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해결해야 할 줄 안다. 무엇보다 기득권 노조의 양보와 기업의 채용 문턱을 낮출 노동시장 유연화 등 사회적 대타협을 이끌어 내야 한다.
이는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800만 명이 넘는 민간 부문 비정규직까지 감안한 근본 해법을 찾는 길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1호 국정 과제인 일자리위원회에 비정규직 단체도 참여시키기로 하는 등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는 연간 1조 원이 넘는 돈이 들어가야 한다. 공공기관 비정규직 ‘0’는 세금으로 해결하거나 공공 서비스 요금 인상 등을 통해 충당하는 수 밖에 없다는 사실도 감안해야 한다. 때문에 국민들이 순순히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비정규직 차별을 없애자는 문 대통령의 의지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의욕만 있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면밀한 계획을 토대로 시장 환경을 고려하며 하나씩 차분히 풀어나기야 성공할 것이다.  

‘일자리 대통령’을 자임한 문 대통령의 1호 사업을 성공하려면 정규직 전환 못지않게 81만 개 일자리나 제2, 제3의 알파고, 4차 산업혁명의 거친 물결에 잘 대응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비정규직보호법은 약자를 돕는다는 근사한 명분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신통찮았다.[충남일보 임명섭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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