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시론] 상황판 설치도 좋지만 결과가 중요하다
[충남시론] 상황판 설치도 좋지만 결과가 중요하다
  • 임명섭 주필
  • 승인 2017.05.31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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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참모들과 같은 건물인 청와대 비서동인 여민1관 3층 집무실을 새로 만들어서 공개했다.
이 집무실에는 약속했던 대로 청년 실업률 등이 표시된 일자리 상황판도 세워졌다.
원형 탁자만으로 사무실이 꽉 찬 느낌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참모들과 원활한 소통을 위해 비서동인 여민관에 마련한 집무실이다. 87㎡ 규모로 크기는 본관 집무실의 절반 정도다.

집무실에는 후보 시절 공약했던 일자리 상황판이 설치됐다. 75인치 모니터 2대로 고용률과 청년실업률, 경제성장률 같은 18개 지표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게 짜여졌다.
일자리 상황판은 두 개의 화면으로 구성됐다. ‘일자리 양은 늘리고 격차는 줄이고 질을 높인다’는 정책 방향에 따라 일자리의 양과 질을 나타내는 일자리지표 14개, 노동시장과 밀접한 경제지표 4개 등 모두 18개의 지표가 왼쪽 화면에 출력되게 됐다.
또 오른쪽에 위치한 보조화면에는 18개 지표의 최근 2년간 추세 및 문재인정부의 4대 일자리 정책인 ‘민간·공공일자리’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청년고용’ ‘창업 성과’ 동향을 표시했다.

상황판 내용은 국민들도 인터넷으로 볼 수 있는 방안을 추진 중에 있다.
청와대 비서동 여민1관 3층 집무실에 놓인 원형 탁자는 문 대통령이 민정수석 때 사용했던 것으로 쓰지 않고 보관하던 것을 꺼내 왔다.
문 대통령은 새 정부의 경제정책은 일자리로 시작해 일자리로 완성된다며 매일 상황판을 점검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일자리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어 일자리 창출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모처럼 좋은 정책이다.

일자리 문제는 절박한 국가 현안임이 틀임이 없다. 10%를 웃도는 청년실업률과 60%대 중반에 겨우 턱걸이한 고용률은 일자리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단적으로 말해 준다.
그런 점에서 일자리에 임하는 새 정부의 결연한 자세는 바람직하고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상황판부터 붙인다니 1970년대 청와대와 정부 부처에 붙어 있던 수많은 상황판 풍경을 다시 보는 것 같다.
대통령이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하고 상황판을 들여다 보면서 숫자를 세고 있으면 공무원들은 그 숫자의 노예가 될 수 밖에 없다. 기업에게 일자리 동향을 실시간 관리하겠다고 나선 점은 기업에 대한 커다란 압박으로 우려되기도 할 것이다.
일자리는 구호만 요란하다고 생겨나는 게 아니다. 왜 취업 사정이 악화하는지 근본 원인부터 따져봐야 한다.

취업 호황을 누리는 미국, 일본과는 달리 국내에서 고실업 사태가 장기화하는 것은 경제의 성장엔진이 꺼진 탓일 것이다.
우리 경제의 최우선 과제가 성장동력 회복과 일자리 확대라는 점에서 창업 활성화로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정책 방향 제시와 함께 핵심 공약인 일자리 정책을 직접 감독할 때 성공을 거둘 것이다.
지금의 척박한 창업 환경을 감안할 때 성과를 낙관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기존 업체들도 한 번 고용한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는 경직된 노동구조에서 강성 노조까지 판치고, 온갖 규제는 천국을 이루고 있는 것도 문제다.

그런 지옥 같은 기업 환경에서 투자가 일어나기를 기대하는 것은 희망사항 일 것이다. 그래서 많은 대기업이 국내 투자를 외면한 지는 오래다.
일부 중소기업인은 “뭣 하러 골치 아프게 기업하느냐”며 공장을 팔고 빌딩 살 생각도 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정부의 일자리 상황판이 반짝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그렇게 해서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에 성공한 나라는 지구상 어디에도 없다.
청와대 일자리 상황판에는 노동개혁과 규제 철폐에 관한 항목은 없는 것만 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대기업의 등을 떠민다고 일자리가 만들어질리 만무하다. 병을 낫게 하려면 원인을 찾아 치료해야 한다. 대증요법으로 상황판 빈칸을 메운다면 병만 덧나게 할 뿐이다.
임기 내에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눈앞의 성과에 집착하다간 자칫 부작용을 낳을 소지도 없지 않다. 날마다 숫자를 점검하면서도 멀리 내다보는 안목이 도욱 필요하다.
봉우리가 높으면 골도 깊기에 4차산업혁명의 파고가 거센만큼 변화의 물결 속에서 일자리 정책도 전환이 필요할 때 다.[충남일보 임명섭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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