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시론] 나라의 안보 위기가 급하고 중하다
[충남시론] 나라의 안보 위기가 급하고 중하다
  • 임명섭 주필
  • 승인 2017.06.07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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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의 중요성은 새삼 설명할 필요가 없다. 당장 미국 없는 북핵 대응 역시 상상하기 어렵다. 주권국가들인 만큼 국익을 놓고 충돌할 때도 있었지만 동맹의 대의가 실질적으로 흔들린 적은 없다.   
반대로 북한 정권은 끊임없이 주한미군 철수 등 동맹 해체를 요구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사드 문제로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청와대는 당초 작성된 보고서 초안에는 ‘사드 발사대 주한 미군 캠프에 보관’이라는 문구 때문에 몇 차례의 감독 과정에서 일부 사실이 삭제된 채 두루뭉술하게 기재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문제가 커졌다.
국방부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추가 반입 사실을 청와대에 보고할 문건에서 의도적으로 이같은 사실을 누락했다는 논란은 작지 않은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본질도 아닌 ‘사드 부실 보고’가 악화 됐다. 그러자 문재인 대통령은 사드 보고 누락 진상조사 지시로 외교적 후폭풍은 일파만파로 번졌다. 문제의 사드 포대는 통상 6기의 요격미사일 발사대와 X밴드 레이더, 차량형 교전통제소, 발전기와 냉각기 등으로 구성되게 됐다.

주한 미군과 우리 군 당국은 지난 3월 발사대 반입을 대외적으로 공개했다. 당시 경북 성주포대에 배치 과정도 언론 등에 노출했다. 나머지 발사대와 장비 등의 추가 반입에 대해 한미 양 쪽은 공식적으로 확인해주지 않았고 성주포대로의 추가 배치 정보도 알리지 않았다.
우리 군 당국으로서는 미국 측의 보안유지 요청이 있었다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연유로든 사드 장비 배치에 관해 새 정부의 국정기획자문위는 물론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까지 제대로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이번 진상 조사는 당연하다.

얼마 있으면 새정부 첫 한미정상회담도 예정돼 있는데 이같은 사실이 숨겨져 있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물론 사드 보고 누락 파문이 당장은 정상회담의 변수가 되지는 않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더 길어지면 한미 동맹에 균열이 생길 수도 있을지 모른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이런 일로 국민을 불안하게 해서는 안 된다.
이번 진상조사 결과 정권 인수인계 과정에서 고의적으로 누락시킨 관계자에 대한 문책이 이뤄졌다.
그리고 사드배치 지역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도 다시 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사드배치의 정상 운영은 늦어질 전망이다. 그런 중대한 사안을 순리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진행됐다는 것 자체가 상식에 맞지 않다.

절차적 정당성은 필요하다고 할지는 모르나 먼저 생각할 것은 국익이라는 사실이다. 이번 일로 한미동맹에 금이라도 간다면 그 뒷감당은 어찌할 것인가.
우려되는 건 앞으로 있을 한미 정상회담에서 사드 배치를 주요 의제로 다룰 경우 이번 사태가 한미 간에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일으킬지 모른다는 점이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 자체를 번복할 게 아니라면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우리 측은 용지를 이미 제공했고 몇 기의 발사대를 반입하느냐는 미군 측 결정에 달려 있어 우리가 좌지우지할 것은 아닌 줄 안다.

한국 측이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동맹이 흔들리면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되는지부터 냉철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사드 배치로 인한 주한 미군과 그 장비 및 시설은 결국 북의 위협으로부터 한국 국민과 국토를 지키기 위한 것이다.
핵심은 국가 안보와 방어인데 사드가 마치 미군만을 위한 것인냥 한국측 일부에서 생각하고 있는 건 착각이다. 우리 정부의 내부 보고 문제가 한·미 관계 악화로 확대되거나 안보 동맹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건 절대로 안 된다.

우리 내부에서 잘못이 있다면 엄정하게 바로잡는 게 당연하다. 사드 관련 혼선은 차분하게 진상을 파악하고 조용히 후속 조치를 취하면 될 일이다. 요란하게 소란을 키우는 건 외교 악재를 자초할 수 있다.
새로운 외교 악재를 추가하기엔 나라의 안보 위기가 너무나도 급하고 중하다. 지금 한반도 안보 정세는 위중하다. 이미 미국은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국내적 조치’라고 선을 그었지만 과연 미국이 그렇게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안보 관련 사안은 신중히 다뤄져야 한다. 핵·미사일의 방어용 무기를 놓고 한·미 동맹의 균열을 초래하는 악재가 되어서는 안 된다.[충남일보 임명섭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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