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시론] 쌈짓돈처럼 쓴 특수활동비 투명화 하라
[충남시론] 쌈짓돈처럼 쓴 특수활동비 투명화 하라
  • 임명섭 주필
  • 승인 2017.06.14 1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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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 ‘촌지(寸志)’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마음 속에 지닌 자그마한 뜻’을 말 한다.
그런데 ‘촌지’는 뇌물성 돈봉투를 가리키는 말로 변했다. 자그마한 뜻을 서로 주고 받는다는 뜻의 촌지가 사회적으로 비리의 온상으로 번했다.
‘촌지’는 어감만큼이나 의미가 좋은 말이다. 하지만 촌지를 무엇으로 주고 받느냐가 문제다. 학부모가 선생님에게 자기 자식을 잘 봐달라는 뜻으로, 또는 약점을 들킨 취재원이 취재기자에게 눈감아 달라는 뜻으로 돈봉투를 꾹 찔러 주는 것도 촌지다.

이런 것들은 ‘마음 속의 자그마한 뜻’이 아니라 음흉한 모략이다. 한 마디로 뇌물이다. 이처럼 남에게 뇌물로 주는 돈을 ‘꾹돈’이라 한다. 옳지 않은 목적을 위하여 남몰래 ‘꾹 찔러주는 돈’을 일컫는 말이다.
이같은 ‘검은 돈’을 뇌물로 주고받는 돈을 이를 때 ‘촌지’가 아니라 ‘꾹돈’이라 하면 어떨까?
사회는 촌지처럼 쓰이고 관가에서도 아무런 근거를 남기지 않고 쉽게 쓸수 있는 돈이 특수활동비다.

특수활동비가 문제가 되자 특수활동비를 제대로 쓰일수 있도록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 “청와대의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의 절반 정도를 절감해 쓰겠다”고 나섯다.
눈에 띄는 대목은 일부 비품을 사들이는 데 드는 비용을 대통령 사비로 처리하기로 했다고 한다. 대통령 부부의 식비를 포함해 치약과 칫솔 등 개인 비품을 사는 데 드는 비용을 앞으로는 대통령이 직접 처리하기로 했다.
이처럼 대통령이 선제적으로 특수활동비를 줄이며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 각 부처는 특수활동비의 대폭 감축될 것으로 보여진다. 특수활동비는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다.

현금으로 지급되고 사후 영수증 처리도 하지 않는 탓에 이른바 ‘눈먼 돈’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논란을 빚은 검찰과 법무부의 ‘돈봉투 만찬’ 때 사용된 돈이 특수활동비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얘기는 달라졌다.
지난해 특수활동비가 가장 많이 책정된 기관은 국가정보원이고 다음이 국방부와 경찰청으로 1000억 원이 넘는 예산이 잡혀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특수활동비감축에 앞장서자 정부 부처들도 특수활동비 집행에 투명성을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번 문제가 터진 검찰의 돈 봉투 만찬 사건의 핵심도 수사비로 사용돼야 할 특수활동비가 ‘눈먼 돈’으로 오갔다는 사실이 시끄럽게 했다. 기획재정부의 특수활동비 집행지침을 보더라도 이번 사건의 격려금이 용도에 맞는 것이여 의심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관행을 근거로 면죄부를 준게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들고 감찰결과로 국민설득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돈봉투 만찬’에 연루됐던 관련자들은 강한 조치인 면직 징계가 청구됐다.

이번 사건에 대한 정부의 기본 시각을 충분히 이해되고 해당자들의 불명예 퇴진은 기정사실화 될 것이다.
문제는 이런 사실이 처음 알려지면서 의혹이 제기되자 수사비 보전 및 격려 차원에서 돈 투를 주었다고 해명했지만 어딘지 석연치 못한건 사실이다.
특수활동비는 국회의원과 대법관, 헌법재판관 등도 마찬가지로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국민들의 혈세를 축내는 적폐는 사라져야 마땅하다. 문제점이 드러난 특수활동비에 대해 대대적인 수술이 절실하다.

정부가 편성한 특수활동비는 해마다 엄청나다. 그런데 이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알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영수증도 필요 없어 ‘눈먼 돈’이나 다름없다.
대통령도 청와대 특수활동비를 줄여 일자리 쪽에 돌리고 사적 생활비는 직접 부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수 활동비를 쓰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수사나 정보 수집, 기밀처리 과정에서 돈이 필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제멋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국민적 정서다. 필요한 예산은 검증이 가능한 지출 항목에 편입해 투명하게 사용하면 된다. 이참에 혈세를 쌈짓돈처럼 쓰는 특수활동비의 관행이 차제에 바로잡혔으면 한다.[충남일보 임명섭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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