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시론] 영화산업에 변화의 바람 일으킨 ‘옥자’
[충남시론] 영화산업에 변화의 바람 일으킨 ‘옥자’
  • 임명섭 주필
  • 승인 2017.06.21 17: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영화 ‘옥자’가 결국 대형 멀티플렉스에서 상영불가 결정나 국내 스크린의 90%가 ‘옥자’의 상영을 거부했다. ‘옥자’의 제작사인 미국 넷플릭스가 극장 개봉과 인터넷 상영을 동시에 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극장에서 상영된 영화만 영화인가, 아니면 온라인 동영상으로만 보는 영화도 영화로 봐야 하는가. ‘옥자’로 인해 영화의 정의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제70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옥자’는 개봉(29일. 국내개봉)되지는 않았지만 작품의 내용보다 영화 상영방식을 두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우리는 영화 이야기를 할 때 그 영화를 어느 극장에서 보았느냐가 영화의 일부분인양 말하곤 했다. 우리의 옛날 영화관은 시설 면에서 시네마테크의 훌륭한 영화관과는 거리가 먼 협소한 영화관이 대부분였다. 단관인데다 스크린 마저 작고 사운드 시스템도 형편없고 의자는 멀쩡하던 허리도 디스크 증상을 불러올 정도로 불편한 시설이였다. 때문에 문화적 향취를 느끼기는 커녕 영화를 선택할 권리조차 사라진 멀티플렉스 시대에 관객은 차라리 소비자라 불리는 게 옳은 시대였다.

하지만 그 곳에는 영화 산업이 아니라 예술로서 대하는 문화적 향취가 풍겼다. 지금은 대부분 잘 되는 영화만 몰아서 틀어대는 스크린 독점은 말할 것도 없고 요일·시간·좌석별 차등요금제로 슬그머니 관람료를 받고 있을 정도다.
게다가 입장료보다 더 큰 수익을 영화관안에서 파는 팝콘 장사와 10분의 광고 상영으로 거둬들이는 수압도 짭짤하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였으나 시대가 바뀌면서 이런 파렴치한 장사치들의 좌판 위에 펼쳐진 영화는 예술이라기 보다 기업형으로 변해 버렸다.

그런 가운데 이제는 굳이 극장에 가지 않더라도 방 안에서 리모컨을 꾹꾹 눌러 대거나 밖에서도 스마트TV, 태블릿, 스마트폰, PC 등으로 영화를 볼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영화를 처음 만나는 곳이 반드시 극장일 필요가 있느냐는 고민을 하게 변했다. 최근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옥자’를 놓고 넷플릭스와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이 그린 평행선을 함께하고 있어 무제가 됐다.
영화 ‘옥자’는 600억 원이란 엄청난 제작비를 투자해 만들었다. 대작이라고 하지만 지금까지 내려온 ‘선 극장, 후 온라인’의 룰이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는 두고 볼 일이다.

물론 영화를 보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좋은 쪽의 선택권이 넓혀지는 쪽으로 쏠리는 것이 아직은 클 것이다. 그리고 넷플릭스와 멀티플렉스도 모두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라 각자 입장을 굽히지 않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또 하나 있다.
극장에서 보는 ‘옥자’와 손 안에서 접하는 ‘옥자’가 다를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감독이 그렇게 찍었다. 필름보다 더 필름 느낌을 주는 최신형 디지털 카메라를 구해 촬영했다.

언제 어디서라도 편리하게 영화를 볼 수 있는 시대지만 극장만큼 압도적인 경험을 제공해 주는 곳은 없다. 관객 대부분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 감독이 의도한 바를 제대로 전달하고 관객이 몰입해 작품에 빠져들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애쓴다면 극장을 찾는 발길이 잦아들지는 않을 것이다.
영화제 심사위원장인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이 극장에서 상영하지 않는 영화는 수상을 배제한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옥자’는 넷플릭스라는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업체의 유통망을 통해서만 볼 수 있으며 우리나라를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는 극장에서 상영되지 않는 영화다.

‘옥자’가 영화계에 던진 파문은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 영화산업은 상영과 배급,제작으로 구성된다.
이번 ‘옥자’ 파문의 배경은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상영업자들과 영화제작자들이 미국 넷플릭스의 유럽시장 진출을 막는 과정에서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영화 ‘옥자’가 영화계에 던진 파문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 상영 시스템에 큰 변화가 예견되기 때문이다. 극장보다 온라인 동영상을 통해 영화를 볼 수 있어 세계 190개 나라에서는 온라인을 통해서만 ‘옥자’를 볼 수 있게 됐다.

영화산업에 거세게 몰아치는 변화의 바람을 피할 수는 없게 됐다.국내 영화산업의 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다.
아무튼 영화 ‘옥자’가 상영되는 극장은 벌써부터 높은 예매 열기가 높아 ‘옥자’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것을 알수 있다.[충남일보 임명섭 주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