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현 칼럼] '혼자 밥 먹는 나, 이상한 건가요?'
[김창현 칼럼] '혼자 밥 먹는 나, 이상한 건가요?'
  • 김창현 서울대학교 지리학 박사
  • 승인 2017.07.31 18:1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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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은 자폐’ 발언이 화제다.
최근 ‘알쓸신잡’ 출연으로 인해 더욱 주가를 높이고 있는 ‘맛 칼럼리스트’, 황교익 씨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혼밥(혼자 밥먹기를 줄인 신조어)은 자폐’라고 말했다. 또 그는 혼밥족을 “소통을 거부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이에 대해서 해당 프로그램 진행자는 ‘인간관계의 스트레스 때문에 혼자 밥을 먹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황교익 씨는 이에 대해서 “싫어도 극복해야지, 숨어드는 것은 자폐”라고 주장을 이어갔다.
인터넷 언론사 디스패치는 지난 24일 해당 발언을 <”혼밥人은 자폐아”… 황교익, 위험한 발언>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이에 대해서 황교익 씨는 개인 페이스북 페이지에 ‘쓰레기 언론’이라는 과격한 표현까지 써가면서 본인의 입장을 해명했다.
그는 자폐를 ‘사회적 자폐’라는 의미로 사용했지, 결코 선천적 장애를 가진 사람으로 매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쨌든 그는 ‘자폐’가 비유적 표현이며, 정제된 표현을 고민해보겠다는 정도로 물러섰다.
황교익 씨의 ‘혼밥은 자폐’ 발언이 무려 3개월 전(2017년 4월 17일) 일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디스패치가 보도하지 않았다면 조용히 넘어갈 일이었다. 디스패치는 논란이 된 기사를 삭제하며 황교익 씨에게 사과의 말을 전하는 것으로 사태는 일단락되었다.
황교익 씨가 우려하는 것처럼, 혼밥과 혼술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를 이루고 있다. 1인가구의 급격한 증가와 개인주의 문화확산은 혼밥과 혼술이라는 자연스러운 문화 현상을 낳았다. 그러나 아직까지 집단주의 문화가 많이 남아있는 한국에서 혼밥은 여전히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일단 혼자서 밥을 마음 놓고 먹을 공간이 많지 않다. 바쁜 점심시간에 4인용 테이블을 혼자 차지하고 있노라면, 음식점 주인이 눈치를 주기 일쑤이다.
공간보다 사람들의 시선이 더 문제다. 또한 혼밥을 하다가 우연히 아는 사람이라도 만나면, 꼭 눈치 없이 ‘왜 혼자 밥 드세요?’라고 물어본다. 그런데 바꿔 생각해보면 매일 3번씩이나 먹는 밥을 모두 사람들과 어울려서 먹는다는 것 역시 굉장히 피곤한 일이다. 오히려 혼밥 시대에는 다음과 같은 질문이 필요한 지도 모른다. “어떻게 그렇게 매번 밥을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서 드세요?”
보다 본질적인 차원에서, 다른 사람이 혼자 밥 먹든지 말든지 크게 관여하지 않는 것이 서로를 위한 배려일지 모른다.
요컨대 ‘혼밥 자폐’ 발언은 과(過)했다.
황교익 씨가 무리한 단어선택을 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그는 ‘맛 칼럼리스트’라는 직업을 만들었다고 할 정도로 한국 방송에서 독보적 존재이다. 식재료, 역사, 조리법에 대한 그의 탁월한 지식은 그를 ‘맛 스타’로 만들어주었다.
만약 그가 ‘소통을 위해서는 때로는 모여서 밥 먹는 것도 중요하다’는 정도로 말했다면, 지금과 같은 논란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프로 방송인답게 대중의 귀에 쏙쏙 박히는 ‘자폐’라는 단어를 선택했고, 그 파장은 3개월이 지나서야 나타났다.
왜곡보도 논란을 떠나서, 혼밥 논쟁은 소통의 정의에 대한 견해 차이로 읽을 수 있다. 회사에서 상사는 “우리 소통하자”면서 회식을 가고 싶어하는데, 젊은 직원들은 왜 “그냥 혼자 먹을게요”라고 조심스럽게 말하는지 생각해보면 좋을 것이다.
권력관계에 따라, 회식(會食)도 누군가에게 소통이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스트레스이다. 같이 가자고 한 번 더 말하기 보다, 눈치 보지 않고 혼밥하게 해주는 것이 오히려 진정한 소통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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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팬이에요 2017-08-02 21:12:12
매드라이프형인줄알고 들어왔는데 아니여서 일단 기사는 다 읽어봄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