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시론] 성급함은 자칫 독이 될 수도 있다
[충남시론] 성급함은 자칫 독이 될 수도 있다
  • 임명섭 주필
  • 승인 2017.08.23 16:1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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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새 정부 출범 100일을 기해 대국민 보고대회 자리에서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국정 목표”라고 밝혔다. 그리고 “아이를 낳고 싶은 나라를 만들어야 하는데 근본 해법은 엄마와 아빠가 함께 아이를 기를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제 아들과 딸도 아이가 하나씩인데 ‘하나 더 낳지 그러냐’ 하면 ‘엄두가 안 난다’고 말 했다고 한다. 아예 아이 하나 갖는 것도 엄두가 안 난다고 하는 분들도 많다.

그래서 문 대통령은 “아빠도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정책, 연장노동을 포함해 주 52시간 노동시간 확립, 연차휴가 모두 사용 등 일하는 부모가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여유를 갖게 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최근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7년 고용동향’에 따르면 우리 근로자들의 1인당 평균 노동시간은 2069시간으로 세계 35개 회원국 평균 1764시간보다 무려 305시간이나 더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근로시간이 긴 나라이다. 하루 8시간, 한 달 평균 22일 근무를 기준으로 하면 우리 근로자는 OECD 근로자들보다 무려 38일, 연간 1.7개월이나 일을 더 하고 있는 셈이다.
독일과 일본 근로자보다는 연간 2~4개월 일을 더 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장기 실업은 지난달 말에 비해 점차로 높아 지고 있어 실업자 5명 중 1명 꼴은 장기 백수(6개월 이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은 한 쪽에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힘들어하고 있는가 하면 한 쪽에서는 일이 너무 많아 생명이 위협받을 정도로 극히 비정상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때문에 과로에 시달리던 버스 기사가 대형사고를 유발했고, 과중한 업무를 견디지 못한 집배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장시간 근로에 따른 근로자들의 부작용이 사회문제로 비화된지 오래다.
하지만 노동시간 단축에는 비용 문제가 가로막혀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래서 문 대통령의 대국민보고에서 밝힌 것처럼 정부와 국회는 근로시간 단축안을 놓고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현재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근로자의 장시간 근로를 줄여주고 극심한 실업난을 완화하기 위한 근로시간 단축은 당연하다. 이럴 경우 새로운 일자리가 많이 생기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경제연구원이 2년 전 내놓은 보고서에는 근로자를 더 쓸 경우 기업이 부담해야하는 돈이 천문학적인 것이 문제다.
대통령까지 나서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기업들의 경영에 초비상이 걸렸다. 물론 근로시간을 줄여 근로자 삶의 질을 높이고 실업자에게 일자리를 쉽게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맞지만 비용 문제 해결에는 지혜가 필요하다.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된다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노사의 어려움이 가중될 게 뻔하다. 오는 28~29일로 예정된 국회의 노동시간 단축 법안 심사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는 이유다.
대통령 공약사항이라고 근로시간 단축을 밀어붙이는 건 곤란하다. 정부와 여당은 중소기업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시간을 갖고 미비점을 보완하는 성숙함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먼저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비용 문제는 노동생산성 향상으로 해결이 가능하다는 노동 전문가들의 주장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한국생산성본부는 지난해 우리의 노동생산성지수가 97.0으로 OECD 회원국 중 25위에 머물렀던 이유가 장시간 노동에 따른 효율성 저하 때문이란 분석이 그래서 나왔다.
내년부터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되면 중소기업의 부작용을 줄이려면 ‘속도 조절’이 필수적이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제안처럼 300인 미만 기업의근로시간 단축을 단계적으로 나눠 시행하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또 특별연장근로와 같은 예외 규정을 둬 업종별 특수성도 감안해 중소기업들이 숨돌릴 틈을 줘야 한다.
성급함은 자칫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일이야 한다.[충남일보 임명섭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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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2017-08-26 20:00:59
52시간은 하루라도 앞당겨 일찍 하면 할 수록 곡익에 덕이 되며 늦으면 늦을 수록 국운이 회생 불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