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보기 신화와 미술의 오디세이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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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또 다른 옷, 성 처녀 아그네스의 긴 머리 (2)
  • 서규석박사
  • 승인 2007.03.13 1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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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돈나와 아래 오르녹의 아그네스. 엘그레코(1597-1599)의 작품으로 앳되고 순결한 모습으로 양을 안고 있는 모습에서 성처녀의 이미지가 드러난다.
맹목적인 사랑을 퍼붓고 있던 아그네스로부터 이 말을 들은 젊은이는 크게 낙담하여 비탄에 잠기고 깊은 슬픔에 그만 몸 저 눕고 말았다.
의사가 와서 진찰하고 곧 그 원인을 알아내어 그 아버지에게 말하길 어떤 여인을 갈망하는 세속적 사랑으로 쇠약해졌다고 했다.
감독관인 그의 아버지는 곧 아그네스 때문에 병이 난 것을 알고 아들을 위하여 아그네스에게 와서 어떻게 하면 사랑을 얻을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그러나 자신의 첫 번째 남편과의 약속을 깨는 것은 현명한 일이 아니라고 대답했다.
이 말을 들은 감독관이 그녀의 헌신적인 사랑을 그렇게 받고 있고 또 신뢰할만한 힘을 가진 첫 남편이 누구인가를 물었다.
이 때 아그네스의 한 시녀가 그녀는 기독교인이며, 예수님이 자신의 배우자라며 입버릇처럼 말해왔다는 사실을 감독관에게 얘기해줬다.
그러자 감독관은 매우 기뻐했다. 무엇보다도 기독교인들은 주님의 의지에 따르고 있기 때문에 로마인이 믿는 신을 거부하면 그들이 갖고 있던 재물을 몰수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었기에 기뻐할 수밖에 없었다.
이윽고 감독관은 재판을 하기 위해 아그네스를 불러놓고 부드럽게 심문하기도 하고 나중에는 잔인할 정도로 위협을 가해보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아그네스는 아주 평온한 자세로 감독관의 심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당신이 어떤 수단을 동원하든, 나의 결심을 바꾸지는 못할 것입니다”
아그네스는 한편으로 회유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무시무시하게 화를 내는 감독관을 경멸했다. 그러자 그는 다시 아그네스에게 물었다.
“이제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 우리 로마의 여신인 성처녀 베스타 신을 위해 속죄를 하던가, 아니면 매음굴로 보내져서 그대의 가문에 먹칠을 하고 치욕을 안기던가 하나를 택하거라”
이 같은 협박에 아그네스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의 신이 어떤 분인지를 안다면, 감히 그런 말을 나에게 하지는 못할 것이오. 주님의 은총을 알고 있는 한, 그대의 협박에 아무 대응도 하지 않을 것이오. 나는 내 몸을 지켜 줄 그 분의 천사와 함께 하고 있소”
이 말을 들은 감독관은 그녀의 몸에서 옷을 모두 벗기고 알몸인 상태로 매음굴로 이끌고 가게 했다.
이처럼 우상을 거부한 아그네스는 알몸으로 매음굴에 보내졌지만, 주님의 은총으로 긴 머리가 자라도록 하여 발목까지 덮게 하였고, 그녀의 알몸도 가릴 수 있게 되었다.
아그네스가 매음굴에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자신을 보호해주기 위해 기다리는 천사를 만나게 되었고, 천사들은 누구도 그녀를 보거나 다가가지 못하도록 눈부신 빛을 주었다.
그리고 이 때부터 아그네스는 매음굴에서 작은 예배당을 만들었고, 하얀 옷의 천사를 보게 되면서 신에게 기도드리기 시작했다. 머지않아 그녀는 옷을 입고 이렇게 말했다.
“나에게 천사와 옷을 내려 보낸 분은 주님이십니다. 사람들이 아그네스를 볼 때마다 명예와 존경을 하도록 하셨습니다. 사람들이 이 곳에 들어올 때와는 달리 더욱 경건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감독관의 아들이 수많은 일행과 함께 자신들의 더러운 욕망을 채우기 위해 매음굴로 왔다.
이 때 그는 함께 온 일행들이 주저하며 당황하는 장면을 목격했고, 그들을 놀리며 겁쟁이라고 비난했다.
드디어 그가 자신의 사악한 의지를 채우기 위해 안으로 들어왔다.
안으로 들어오면서 빛이 나는 곳에 이르러 성모 마리아 상을 낚아채려 하자, 마귀가 그의 목을 낚아채고 목을 조르자 땅바닥에 나뒹굴면서 죽고 말았다.



서규석 씨는 중앙대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에서 사회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한국자치경영개발원에 재직하면서 대학에서 문명사를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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