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주 칼럼] 거짓말
[양형주 칼럼] 거짓말
  • 양형주 목사 대전 도안교회
  • 승인 2017.09.17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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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직까지 거짓말을 쉽게, 많이 하는 것 같다.
우리가 흔히 하는 거짓말이 있다. ‘별일 아니야’(사실은 큰일이다), ‘괜찮아’(사실은 힘들다), ‘돈 없어’(사실은 돈 많다), ‘차가 막혀서’(길이 뻥뻥 뚫렸다), ‘가는 길이야’(출발도 하지 않았다), ‘생각해볼게’(생각의 여지도 없다. 당연히 ‘No’다), ‘밥 한번 먹자’(이젠 당신 볼 일 없다), ‘또 보자’(잘 가라), 배터리가 떨어지고 있어, 나중에 통화해’(그만 끊자), ‘예뻐 보여’(보기에 민망하다) ‘얘야 학교 늦는다, 빨리 일어나, 밥 다했으니까 나와’(가보면 식탁에 차려놓지 않고 텅 비어있다), ‘대학 가면 살 빠지니까 많이 먹어’(이렇게 찌운 살 대학가면 더 안 빠진다). ‘솔직히 말하면 용서해 줄께’(솔직히 말하면 당신은 죽는다). ‘난 필요한 게 없어’(그거 필요해). ‘배 안고파. 밥 먹었어!’(배고파 죽겠다), ‘난 전혀 모르는 일이야’(다 알고 있어), ‘그런 일 절대 없습니다’(기분 나쁘게 들켰네).

흔히 거짓말 사범으로 불리는 위증, 무고, 사기 사건의 발생률을 이웃나라 일본과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2000년 한 해 우리나라에서 위증죄로 기소된 인원이 1198명, 일본은 5명으로 일본의 671배나 많다.
거짓말로 고발하는 무고죄는 2969명이 기소되었는데, 일본은 2명으로 일본의 4151배다. 사기죄는 우리나라가 5만386명인데 비해 일본은 8269명으로 일본의 17배다.
2016년 1월부터 11월까지 한 해 동안 증권사들이 발간한 주식투자 보고서를 보면 매수 보고서가 1만 8629건인데 이 중에서 매도 보고서는 단 1건이다.
2017년 올해의 경우, 상반기 매수보고서가 1만 5451건인데, 그 중에서 비중 축소가 2건, 매도 보고서는 한 건도 없다.

다 좋다. 사라! 그러면 이것을 믿고 살 때 사라는 보고서를 낸 증권사에서는 그 종목을 개인투자자에게 팔아 수익을 얻는다. 결국 증권사의 이익을 취하기 위한 의도적인 보고서일 가능성이 크다.
거짓말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우리 안의 욕망과 윤리와 양심을 담당하는 초자아는 종종 현실에서 충돌하는데, 이 충돌을 윤리와 양심에 맞게 조정하는 과정에서 자기를 포장하여 정당화하기 때문이다.
자기정당화가 익숙해지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식의 변명이 습관이 되고, 이런 습관에 익숙하면 책임질 수 없는 거짓말을 남발하기 쉽다. 논리적으로 모순되고 상충하는 말이 아무 거리낌 없이 나온다.

말이 안 되는 소리를 자기정당화의 프레임에 맞추어 남발한다. 우리는 이러한 거짓말들을 정치, 사회, 문화, 경제 여러 영역에서 너무 자주 본다.
거짓말이 난무하는 사회는 독일의 사회학자 율리히 벡이 지적한 것처럼 ‘위험사회’다. 우리는 익숙한 거짓말들을 내려놓아야 한다. 거짓말을 잘해야 살아남는 사회가 아니라 진실해야 살아남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한 걸음 한 걸음 진실에 가까워지도록 날마다 몸부림쳐야 한다. 지금 나는 얼마나 진실한가? 사소한 것에도 진실할 수 있을까?[양형주 목사 대전 도안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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