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다음 달 부터 난임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로 했다. 난임은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연령대의 건강한 남녀가 결혼해 피임을 전혀 하지 않는 상태에서 정상적인 성생활을 하고 있지만 1년이 지나도 임신이 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난임치료에 건보가 적용되지만 여성 기준을 만 44세 이하로 제한한 점 등에 대해 차별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의료계에서도 고령 여성에 대한 난임 시술이 위험할 수 있다는 조언이 나와 주목이 된다.
의료계는 난임치료가 건강보험 항목으로 포함된 것은 환자의 진료비 부담을 낮추는 데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난임치료는 위험도가 큰 만큼 시술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견해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학회가 공동 발표한 고위험 산모 기준을 보면 첫 번째 항목으로 ‘산모의 나이가 19세 이하이거나 35세 이상인 경우’란 내용이 들어있을 정도로 여성의 연령과 임신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의학적으로 다양한 견해가 있지만 “보통 35세를 전후로 ‘고위험 산모’로 분류한다”며 “나이가 들수록 고혈압·당뇨 등 다른 질환에 시달릴 가능성이 커지고 골반 주변 근육 등의 변화로 난임치료와 출산 과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나이가 들수록 임신이 어렵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조사한 ‘2015 출산력 결과’를 보면 난임을 겪었던 여성 비율이 초혼 연령을 기준으로 했을 때 35세 이상이 가장 많고, 30∼34세, 25∼29세, 24세 이하 순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처럼 결혼 연령이 높아지면서 난임을 호소하는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나이가 많은 여성일수록 임신이 쉽지 않다는 것은 그만큼 고령 난임치료 위험도가 높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건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난임 시술 환자의 나이를 만 44세까지로 제한하고 시술 횟수도 체외수정 7회와 인공수정 3회 등 10회까지만 적용키로 했다. 난임 부부들은 “현실을 제대로 안다면 이런 제한을 둘 수가 없다”고 원성을 쏟아냈다.
결혼 연령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건만 만 44세를 넘긴 난임 시술 환자에게는 건보 혜택을 주지 않겠다는 게 말이 되는가. 정책의 취지를 살리겠다면 나이 제한 문제는 심각하게 재고해 봐야 한다.
현실 모르는 정책의 내용도 딱하지만 지탄을 받는 이유는 또 있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현장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 보지 않고 졸속 처리된 부분이다. 공청회라도 제대로 열어 난임 환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면 나올 수 없는 엉터리 정책이라고 성토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1.17명으로 역대 최저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난임 시술의 건보 적용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기도 하다. 주무 부처인 복지부로서는 어떻게든 속도를 내고 싶었을 정책이다.
하지만 저출산 대책만큼 생색내기에 열을 올려서는 안 된다. 난임 치료 횟수 제한을 풀어 달라는 주장이다. 또 한방도 난임 진료의 공공의료화도 논의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초저출산국 대열에 들어 있어 시늉만 하는 정책으로 허비할 시간이 없다.[충남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