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시론] 의료인과 정치인의 차이
[충남시론] 의료인과 정치인의 차이
  • 임명섭 주필
  • 승인 2017.11.29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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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때 의주로 피신하던 선조가 강을 건너려다 다리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자 한적한 마을 사람들이 대문짝 등 판자(널)로 임시 다리를 놓아 건너게 한 것이 지금 공동경비구역(JSA)내 판문점으로 41년만에 바꿔졌다.
원래 지명은 ‘널문리’로 불렸는데 당시 마을 서쪽의 작은 강 사천(모래내)에 널문다리가 있고 콩밭앞의 ‘널문리가게’가 있었다는 유래에 따라 한자로 ‘판문점’(板=널빤지,門=드나든다,店=가게)이란 공식 지명이 붙어 세계의 주목을 받는 유엔 측 회담장이 됐다.

정전협정 체결 후 이 다리를 통해 포로 송환이 이뤄졌다. 당시 포로들이 한 번 다리를 건너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는 뜻에서 ‘돌아오지 않는 다리’라는 이름도 생겼고 북한에 납치됐던 미국 푸에블로호 선원들도 이 다리로 귀환되는 등 남·북을 잇는 유일한 교량이었다.
그러던 중 북한군의 ‘도끼 만행 사건’이 발생해 유엔 측이 공동경비구역 내에도 군사분계선을 긋고 통행을 차단했다.다리가 폐쇄되자 북한군은 기존 다리에서 위쪽에 72시간 만에 다시 콘크리트로 다리를 만들었다고 ‘72시간 다리’라고 다리 이름을 붙쳤다.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이 다리가 자유세계로 향하는 탈출로로 역활을 했다. 지난 13일 목숨을 걸고 탈출한 북한 병사도 여덟 번째로 이 다리를 건넜다.
그는 시속 70~80㎞로 지프차를 전조등을 켜고, ‘72시간 다리’를 건너는 동안 40여 발의 총격을 받으며 사선을 넘어 자유의 품으로 돌아와 살았다.

이 사건으로 인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 배치된 북한군의 지휘관 등 경비병력이 대거 교체된 것으로 정보 당국은 관측했다. 북한은 귀순 병사가 군용 지프를 타고 건너온 ‘72시간 다리’도 사건 이후 폐쇄하고 잠금장치가 있는 ‘통문’을 설치하는 징후도 보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유엔사령부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으로 북한 병사의 귀순 과정인 72시간 다리를 건너 MDL 쪽으로 귀순하는 당시의 영상을 공개함으로 남북이 무력대치하는 분단현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줬다.
유엔사가 공개한 폐쇄회로(CC)TV에는 귀순 병사가 지프를 몰고 북한구역 도로를 질주해 군사분계선 쪽으로 향하다 차량 바퀴가 배수로에 빠져 멈췄다. 탈출 병사는 지프에서 내린 뒤 지척까지 추격해오는 북한군인을 피해 남쪽으로 내달렸고 북한군인들의 조준사격으로 큰 부상을 입었다.

유엔사는 JSA 경비대대가 급박한 상황에서 엄격한 판단을 통해 현명하게 대응했다. 당시 우리 군이 즉각적 대응사격에 나섰다면 남북한 양측에 예기치 않은 군사충돌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란 판단에서 잘 대처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이 사건을 놓고 총탄을 맞고 귀순한 북한 병사를 살려낸 이국종 아주대 중증외상센터장이 엉뚱하게 인격 테러라는 여론에 시달린 충격적인 사실로 세상을 떠들썩했다.
문제는 귀순 병사를 살려낸 이국종 교수가 수술 결과 1차 브리핑에서 귀순 병사의 몸 안에서 기생충과 내장의 분변, 위장의 옥수수까지 나왔다고 밝힌 것이 문제가 됐다.
정치권의 한 국회의원은 이 교수를 향해 “귀순 병사의 병상을 공개한 것이 인격 테러를 당했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의 발언에 대해 비난이 쏟아지자 해당 의원은 공개 사과 했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죽어가는 귀순 병사를 살려냈는데”, “귀순 병사를 살린 이 교수를 죽이기냐”며 오히려 힘들게 수술한 이 교수를 테러하는 듯한 망언은 깊은 자괴감까지 들게 했다.
이 교수는 2011년 ‘아덴만의 여명’ 작전 때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도 살려냈다. 이번에도 귀순 병사의 분변이 얼굴에 튀고 피를 뒤집어 써도 수술을 멈추지 않고 혼신을 다한 의료인이다.
그런 헌신을 격려하기는 커녕 모독했다니 부끄러울 따름이다. 국회의원에게 묻고 싶다. 정작 인격 테러를 한 것은 젊은이의 몸에 그렇게 많은 기생충을 자라게 한 북한 아닌가.
군과 협의해 환자 상태를 말 한 이 교수를 매도하는 저의가 궁금하다. 중증환자 살리기에 일생을 건 그는 스트레스가 심해 현재 왼쪽 눈이 실명 상태라고 한다. 영웅을 질시하고 푸대접하면 결코 선진 사회가 될 수 없다.

통렬히 자성하고 사과하는 자세로 그를 격려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일각에선 왜 빨리 대응 사격을 하지 않았느냐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대응 사격 여부를 총괄하는 지휘자는 미군 JSA 경비대대장이여 유엔사의 교전규칙에 따랐을 것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 자위권 발동 요건에 해당하지 않았고 대응 사격의 경우 군사충돌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우리 군과 유엔사 대응이 적절했기에 감정적으로 비난하는 일은 정치인처럼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충남일보 임명섭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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