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같은 값이면 해외가 낫다는 생각 버리자
[사설] 같은 값이면 해외가 낫다는 생각 버리자
  • 충남일보
  • 승인 2017.12.28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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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연휴 때 경기 서해안과 내륙 일부 지역에 낀 짙은 안개로 인천공항에서 항공기 무더기 결항·지연의 사태가 사흘이나 이어졌다. 때문에 항공기 1400여 편이 운항에 차질을 빚었고 날씨가 풀리면서 결항·지연된 항공편 총 1163편이 한꺼번에 운항이 재개되면서 인천공항은 개항 이후 최대 운항 기록을 경신했다.
올해 국내에서 해외로 나갈 항공편을 이용한 여행객은 2600여 만 명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해보다 400만여 명이 늘어날 것으로 보여 인구 대비 출국률(50%)이 세계 최고 수준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 둘 중 한 명이 이런저런 이유로 해외여행을 다니는 셈이다. 해외여행객 급증 현상은 양면성이 있다. 다양한 계층이 해외여행을 즐기는 시대가 됐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반면 경기회복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여행수지 적자가 한 해 150억 달러에 달하고 18년 연속 적자라는 측면을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1억2000만 명 인구 중 올해 1800만 명(출국률 14%)이 해외여행을 한 일본과 비교해 봐도 그렇다.
게다가 쓸 돈 없다면서 해외에선 펑펑 쓴다. 전문직, 자영업자 사이에 국내에서 돈을 많이 쓰면 자금 추적을 당한다는 얘기다. 경기가 안 좋은데 김영란법까지 등장해 국내에서 돈 쓰고 소비하는 것을 막고 있다.

국내에 ‘놀거리’ ‘볼거리’ ‘먹거리’부터 취약한데다 여행경비 마저 비싸기 때문이다. 국내에는 내국인도 갈 수 있는 유일한 카지노는 강원도 오지에 있고 국립공원에 케이블카 하나 건설하기도 너무나 어렵다. ‘의료관광’까지 오랫동안 ‘영리병원 불가’라는 구호에 막혀버렸다.
삼계탕 정도에다 저가쇼핑 코스로는 외국인을 불러들이는 데 한계가 있다. 내국인들이 해외로 몰려나가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 돈이면 국내보다 해외여행이 차라리 낫다’는 여행객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듣고 말하는 이 말에 문제의 핵심이 들어 있다. 당국은 관광 인프라를 다시 짜야 한다. 지난 10월 추석 때 최대 열흘 연휴로 만든 임시공휴일 지정이 내수 부양에 효과가 있었는지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개성 만점에 재미 넘치는 축제를 적극 개발해나가야 한다. 한국 온천 휴양지가 일본의 온천 명소와 경쟁하는 시대다. 내국인을 겨냥한 국내 관광시장의 경쟁은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 유치전으로 이어지고 있는 점도 그렇다.
원화 강세 저비용항공사(LCC) 노선 증대도 여행수지 적자 요인이라지만 근본 원인은 아니다. 국제 관광 시대에 민관이 따로 없고 중앙과 지방도 따로 없다. 내국인 관광객을 해외로 빠져 나가지 못하게 하려면 고품격 관광자원 개발에 나서야 한다. 
같은 여행 경비가 든다고 너도 나도 해외로 빠져나가면 내수 경기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충남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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