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도로위의 좀비, 졸음운전
[기고] 도로위의 좀비, 졸음운전
  • 문진근 순경 서산경찰서 태안지구대
  • 승인 2018.01.04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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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 서울 서초구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만남의광장 휴게소 부근 1차로에서 오산교통 소속 버스 1대가 승용차를 잇따라 들이받는 7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그 사고로 50대 부부가 사망하고 다른 운전자와 승객 등 16명이 다쳤다. 사고 발생에 가장 큰 원인은 다름아닌 졸음운전으로 판명됐다.
통계에 따르면 매년 2500건 안팎의 졸음운전 사고가 발생하고, 최근 4년간 사상자는 2만여 명에 육박한다.

특히 휴가철 7~8월에 졸음운전 사고 발생 빈도가 가장 높은데 무더위·열대야로 인한 체력 저하와 수면 부족이 주 원인이다.
졸음운전을 할 때 운전자의 의식 상태는 수초에서 수십초 동안 외부 자극에 반응을 전혀 하지 못하는 소위 미세수면(microsleep) 상태가 된다고 한다.
시속 100km로 달리는 차의 운전자가 10초 정도만 미세수면 상태가 되더라도 약 280m 가량을 무의식중에 달리게 된다. 이렇듯 졸음운전은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치사율이 일반 교통사고의 2배나 된다.

이와 같이 ‘도로 위의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졸음 운전자들이 갈지(之)자 운행으로 주변 차량 탑승자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일이 잦으면서 운전자(Driver)와 좀비(Zombie)를 합친 ‘드롬비’(Drombie)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졸음운전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인식변화와 제도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 위험성을 알면서도 졸음운전을 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운전사 책임이지만 대형버스나 화물트럭의 경우 배차시간이나 운송시간에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운전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 탓도 크기 때문이다.

사고를 낸 운전자 김모 씨도 전날 18시간 이상 근무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순수하게 운전대를 잡은 시간만 16시간이었다.
앙급지어(殃及池魚)라는 춘추시대 고사성어가 있다. 재앙이 연못 속 물고기에 미친다는 뜻으로 아무런 관계가 없는 곳에 화가 미친다는 것이다.
순간의 졸음운전이 본인뿐만 아니라 타인의 생명까지도 빼앗을 수 있는 돌이킬 수 없는 행동이라는 사실을 꼭 명심하고, 운전자 스스로 적절히 휴게를 취하는 습관을 들여 졸음운전을 예방하기를 기대한다.[문진근 순경 서산경찰서 태안지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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