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1987’과 ‘2017’
[기고] ‘1987’과 ‘2017’
  • 길푸름 충남일보 편집기자
  • 승인 2018.01.17 17:54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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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푸름 충남일보 편집기자] 故 박종철 열사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1987’이 관객 수 600만 명을 넘어섰다.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혼란스러웠던 그 시절, 故 박종철 열사를 비롯해 수없이도 많은 청춘들이 독재정권에 의해 미처 꽃 피우지 못하고 서슬이 시퍼런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사라져가는 것을 보고 분노하고 말 것이다. 그러나 그로부터 30년 후, 우리는 또다시 분노하게 된다.

1987년 전두환 정권 당시 대통령 선거는 직접선거가 아닌 간접선거로 국민의 뜻대로 국민이 직접 대통령을 선출할 수 없었다. 선거라는 이름만 들어갔지 결국엔 독재권력을 유지하겠다는 뜻이었다.
이에 반발하는 사람들은 소위 ‘빨갱이’ 혹은 ‘간첩’이라 몰리며 공권력이 휘두르는 몽둥이에 가차 없이 죽어 나가는 암울한 시대였다.

그렇게 억압과 폭력으로 국민이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만들어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나라를 주물렀다. 국민을 위해 있어야 할 나라가 오히려 국민에게 칼을 들이민 꼴이다.
그리고 30년 후 2017년, 박근혜 정권은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를 일으킨다. 국민의 뜻으로 선출한 사람이 아니었던 최순실이 자신의 사사로운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국민이 누려야 할 권리와 자유를 빼앗고 이득을 취했으며 국민이 그에게 권리를 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배후에 서서 나라의 중대한 업무까지도 조종했다.

그때처럼 물리적인 폭력이나 제도는 없었지만 역시나 과거와 같은 목적으로 국민의 나라가 아닌 자신들의 나라를 만들기 위해 국민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은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기억해야만 한다. 1987년이나 2017년이나 변하지 않은 건 그들뿐만이 아니라 국민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최루탄에 맞아 쓰러져도 물고문을 당해도 굴복하지 않고 목이 터져라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외쳤던 그들은 여전히 빼앗긴 권리를 찾기 위해 한겨울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박근혜 탄핵’을 외쳤다.
자유와 민주를 향한 그들의 숭고한 투쟁은 결국 승리를 거두었다. 어떠한 억압도 국민의 권리를 막을 순 없다. 그리고 우리가 이 사실을 잊지 않는 한 앞으로 30년 후 다시는 같은 실수가 되풀이되지는 않을 것을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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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_Z 2018-01-30 11:44:06
1987 영화가 시사하는 바가 많네요~ 잘 읽었습니다!

2018-01-30 11:38:27
좋은글이네요~^^

갈등의씨앗 2018-01-24 02:27:34
많은걸 느끼게 해주네요 잘 읽었읍니다

옹키키 2018-01-19 15:06:58
30년이 지났음에도 숭고한 민주주의 정신이 여전히 깨어있음을 느껴 마음이 든든하네요. 더는 그럴 일은 없어야겠지만 훗날 설상 그런다해도 여태 그랬던 것처럼 깨어있는 국민의 모습이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