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주 칼럼] 보이지 않는 깊은 곳을 헤아릴 수 있는가
[양형주 칼럼] 보이지 않는 깊은 곳을 헤아릴 수 있는가
  • 양형주 목사 대전 도안교회
  • 승인 2018.01.21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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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형주 목사 대전 도안교회] <연탄길>로 잘 알려진 이철환 작가가 쓴 <못난만두 이야기>에 나오는 이야기다.
매일 저녁 동네 만두집에 들리는 꾀죄죄한 차림의 아이가 있었다. 주인아저씨는 이 아이를 항상 따뜻하게 맞이하고, 하루 종일 만두를 빚다가 옆구리가 터지고 실수한 못난이 만두를 모아서 이 아이가 오면 맛있게 찌어 봉지에 담아 아이 손에 들려 집으로 보냈다.

그리고 가는 아이를 늘 격려하며 내일 꼭 또 오라고 따뜻하게 인사했다. 그리고 아이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었다. 알고 보니 이 아이는 아빠를 일찍 여의고 병든 엄마와 함께 사는 힘든 아이였다. 어떤 우연한 기회에 아저씨는 이 아이를 알게 되었고, 그래서 남는 못난이 만두를 항상 남겨두어 이 아이 손에 들려보냈던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 못난이 만두는 실수로 만든 것이 아니라, 일부러 잘 만들어진 만두의 옆구리 터뜨리고 꼬집어서 못난이 만두를 만든 것이다. 왜 그랬는가? 아이의 자존심을 상하지 않고, 따뜻하게 위로해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냥 위로한 것이 아니라 그 아이의 깊은 속까지 보고 위로했던 것이다.
사람의 성숙함은 보이지 않는 속을 얼마나 헤아릴 수 있는 가로 나타난다. 이것은 우리 삶에 미처 보지 못했던 블루오션을 발견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요즈음 미국에서 촉망받는 카트리나 레이크라는 35세의 젊은 여성이 있다. 그는 2011년 단 두 명의 직원을 데리고 ‘스티치픽스’라는 의류업체를 창업하였다. 그런데 이 회사가 6년이 지난 작년 직원이 5800명이 넘는 기업으로 성장했고, 작년 매출이 약 9억 달러, 우리 돈으로 하면 1조 원이 넘는 회사가 되었다.

이렇게 급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그가 기존 업체가 갖고 있었던 소비자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소비자를 보다 깊이 들여다봤기 때문이다. 카트리나 레이크는 “고객은 자기에게 어울리는 청바지 단 한 벌을 찾고 싶어 하지, 수많은 선택권을 오히려 부담스러워 한다”고 말한다.

이것은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들에게 특히 그렇다. 직장 여성 상당수가 쇼핑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을 줄이고 싶어 한다. 그러나 여전히 멋을 내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카트리나 레이크는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들었다. 그래서 이 회사의 홈페이지에 고객으로 회원가입을 하고 회비를 내면 본인의 신체치수, 선호하는 스타일, 사는 지역, 그리고 그 지역의 기후(추운 지역인지 더운 지역인지, 비가 많이 내리는지 눈이 많이 내리는지 등등), 또 개인적인 취향, 예산 등의 정보를 설문조사로 입력하게 한다.

이 데이타와 고객의 SNS(소셜미디어) 계정을 토대로 스타일리스트가 고객의 취향을 분석해서 고객이 좋아할 만한 옷을 5벌을 선별해서 보내준다. 마음에 드는 옷은 구매하고 원하지 않는 옷은 무료로 반품을 한다.
이중에서 한 벌만 구입해도 가입비를 반환해 준다. 회원들이 고르고 반품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내린 결정들은 고스란히 이 회사의 빅데이터로 축적이 되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이 회사는 고객들의 취향을 정확하게 예측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국 고객의 재주문율이 85%에 육박한다고 한다.

그래서 포천지는 이 회사를 의류회사로 보지 않고 패션회사로 위장한 데이터 회사라고 정의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회사에는 고객취향과 행동을 분석하는 데이터 과학자만 80여 명이 있다. 레이크 CEO는 스티치픽스를 통해서 의류회사의 정의를 새롭게 내리며 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처럼 이미 익숙하고 잘 안다고 생각했던 것을 더 깊이 바라볼 때 새로운 가치, 새로운 블루오션이 열린다.

2018년 새해 우리는 모두 한 살씩 나이를 더 먹었다. 나는 어떠한가? 보이지 않는 주변 사람들의 속마음을 좀 더 깊이 헤아릴 수 있는가? 좀 더 깊이 헤아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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