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일보 연합뉴스] 한국 프리스타일 스키 여자 모굴의 간판 서정화(28)가 부상에 따른 '진통제 투혼'까지 발휘하며 생애 처음으로 올림픽 결선에 진출했다.
서정화는 11일 강원도 평창 휘닉스 스노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프리스타일 스키 여자 모굴 결선에서 72.31점을 받아 14위를 차지했다.
20명이 기량을 겨룬 결선에서 서정화는 12위 안에 들었다면 2차 결선까지 진출할 수 있었지만 불과 0.92점 차이로 14위에 머물러 1차 결선에 든 것에 만족하게 됐다.
하지만 서정화는 이날 경기를 앞두고 몸 상태가 좋지 못했다.
7일 훈련 도중 코스에서 넘어져 골반 부위를 다쳤고 그 여파로 9일 1차 예선에서는 30명 가운데 최하위에 머물렀다.
진통제를 맞고 다시 도전한 이날 2차 예선에서 71.58점을 획득, 20명 중 6위를 기록한 서정화는 한국 여자 모굴 사상 최초로 올림픽 결선에 오르는 성과를 일궈냈다.
2차 예선을 마친 뒤 부상에 대해 묻자 "그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며 손사래를 쳤던 서정화는 경기를 모두 끝낸 뒤에야 "의사, 트레이너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오늘 탈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심지어 토비 도슨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서정화에게 "부상 때문에 잘 걷지도 못하던 상황에서 이 정도 성적을 낸 것은 자랑스러워 할 일"이라고 칭찬했을 정도였다.'
서정화는 2010년 밴쿠버 대회부터 올림픽에 3회 연속 출전한 한국 프리스타일 스키의 선구자다.
그는 "오늘 이렇게 잘 탈 수 있도록 도와주신 여러분께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아쉽지만 오늘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를 졸업, 운동과 공부를 둘 다 잘한다고 해서 '알파걸'이라는 별명이 있는 서정화는 "경기 코스를 만들어주시고, 자원봉사하시는 분들이나 준비해주신 분들께 완벽한 런을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도 말했다.
"대회 시작 전부터 등수에 연연하기보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보여드리겠다고 생각했다"고 소개한 그는 "어느 정도 제 기량을 보여드린 것 같아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2차 예선에 함께 출전했지만 14위로 결선에 오르지 못한 사촌 동생 서지원에 대해서는 "같이 노력을 많이 했는데 아쉽다"며 "그래도 열심히 준비했기 때문에 뿌듯해하고 즐기면 좋겠다"고 위로했다.
서정화는 "세 번째 올림픽이 우리나라에서 열려 새로운 기술도 준비했다"며 "여자 모굴에도 다양한 기술이 나오고, 저와 같은 한국 선수도 그런 부분에 앞장서기 위해 많은 시도를 했는데 어느 정도 성과를 이룬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이번 대회를 마친 의미를 부여했다.
집에 가서 강아지를 만나고 싶다는 그는 "이번 대회를 통해 모굴 스키가 우리나라에 더 알려지면 좋겠고, 선수로서 더 좋은 성적과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