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주 칼럼] 관태기의 시대를 살아가려면
[양형주 칼럼] 관태기의 시대를 살아가려면
  • 충남일보
  • 승인 2018.02.18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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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일보] 최근에 오르는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면 흥미로운 점이 나타난다.
<신경 끄기의 기술>,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인생 자체는 긍정적으로 개소리에는 단호하게>, <언어의 온도>, <말의 품격>, <개인주의자 선언>, <당신과 나 사이: 너무 멀어서 외롭지 않고 너무 가까워서 상처 입지 않는 거리를 찾는 법> 등등.
한마디로 관계에 관한 것이다. 그런데 이 관계가 더 친밀하고 가까운 관계를 맺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적절하게 거리를 두고 좀 신경을 끄고 살고 싶은 관계에 관한 책들이다.

사람을 가슴에 품기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무관심해진다. 그만큼 관계에 지치고 힘들어 하는 이들이 많다는 방증이다.  
요즈음 우리 사회에서는 ‘관태기’라는 말이 자주 회자되고 있다. ‘관태기’라는 말은 ‘관계’와 ‘권태기’를 합친, 2년 전부터 우리 사회에 유행하는 신조어다.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것에 싫증이나 피곤함을 느끼는 현상이다. 전 같으면 이사를 가면 주변에 떡을 돌렸다. 아파트 같은 경우도 윗집 아랫집 옆집을 오가며 떡을 돌렸다.

그런데 요즈음에는 그렇게 떡을 돌렸을 때 왜 왔냐고 되묻는 사람도 많고, 필요 없다고, 됐다고 하는 사람도 많다. 심지어는 초인종을 눌러도 아예 문을 열어주지 않는 이들도 있다.
이것은 다른 한편으로 우리 사회가 과학 기술과 인터넷의 발달로 점점 개인주의화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1인 가구가 늘어가는 시대에 가성비는 점점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는다.

투자한 대비 그 이상의 효과가 나타나야 한다. 그런데 이 관계만큼은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시간과 노력과 물질을 그렇게 들여도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인간 관계는 가성비로 따지면 그다지 효율이 높은 분야가 아니다. 그렇게 인맥관리를 한다고 하더라도 관계의 맥박이 뛰지 않는다. ‘티슈 인맥’이라고 하지 않는가? 더 나아가 관계도 투자대비 효용성의 잣대로 바라보기 시작한다.

요즈음 일본에서는 청년들이 연애를 회피하고 가상현실(VR)로 연애를 하고, 또 포옹카페 같은 것이 생겨서 그곳에 가서 만화영화의 여자 혹은 남자 캐릭터를 고르면 그 캐릭터가 나와 고객을 꼭 안아준다고 한다.
이제 관계도 내가 비용을 지불하는 만큼 내가 원하는 대로 서비스 해 주기를 바라는 가성비의 시대가 서서히 찾아오고 있다. 하지만 돈을 주고 사람을 품에 안을 수 있을지 몰라도 갈수록 주변 사람들을 우리 가슴에 품기가 어려워지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이런 세상에 나는 정말 소중한 사람들을 가슴에 품을 수 있을까? 관계의 풍성함은 내 가슴에 얼마나 많은 사람을 소중하게 품고 있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요즈음 나의 인간관계는 어떠한가? 가만히 되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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