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택·조민기 처벌 가능할까…'업무상 위력 성범죄' 등 거론
이윤택·조민기 처벌 가능할까…'업무상 위력 성범죄' 등 거론
상습시 가중처벌…2013년 친고죄 폐지 후 범행만 처벌 가능해 발생시기가 변수
  • 연합뉴스
  • 승인 2018.02.21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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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일보 연합뉴스] 법조계에 이어 문화계를 중심으로 성범죄 피해 증언이 쏟아지는 가운데 여러 피해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의혹에 휩싸인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과 배우 조민기씨 등의 범죄 혐의가 확인될 경우 형사 처벌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 감독 관련 피해자들은 수사 의뢰 등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고, 조씨에 대해서도 역시 성추행 의혹으로 경찰이 내사 중이어서 이들에게 어떤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가 수사당국의 현안이 됐다. 피해를 주장하는 증언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논란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21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 감독과 조씨의 성범죄 의혹은 피해자들에 대해 가해자가 우월적 지위에 있었던 상황에서 발생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일종의 '권력형 갑질'이라는 모양새다. 피해자들은 가해자가 해당 기관이나 영역에서 '왕', '절대권력'으로 군림하면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배우 등을 성폭행 내지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 감독은 공연을 비롯한 극단의 각종 결정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고, 대학생들을 성추행한 의혹을 받는 조씨는 해당 대학 연극학과 교수의 지위였다.

    피해자들의 증언과 달리 이 감독은 성폭행 의혹을 두고 강제성이 없는 성관계였다고 주장했고, 조씨는 성추행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1차적으로 적용을 검토해 볼 수 있는 처벌조항으로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범죄가 꼽힌다는 의견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형법상 강제추행이나 강간은 피해자가 저항할 수 없는 폭행이나 협박이 존재해야 성립하는 범죄지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범죄는 우월적 지위였다는 점이 인정되면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감독의 경우 연극단 감독이라는 업무상 지위를 이용해 성폭행했다면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혐의가, 추행했다면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죄 성립이 가능하다.

    조씨 역시 가르치던 대학생들을 추행한 의혹이 사실이라면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죄 적용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더불어 범행의 상습성이 인정된다면 형량을 1.5배 가중할 수도 있다.

    물론 수사당국의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거부 의사 표시나 저항이 있었는데도 범죄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성폭행이나 강제추행이 인정돼 강간죄 또는 강제추행죄를 적용할 수 있다.

    판례상 폭행·협박은 상대방의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경우도 해당한다. 피해자가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서 이뤄져야 하는 게 아니라 그런 행위를 개시한 때부터 범죄 적용이 가능하다. 따라서 여러 정황상 가해자들이 어떤 상태에서 의혹 범행을 저질렀는지를 수사 과정에서 밝히는 작업이 뒤따를 수도 있다.

    또 이 감독의 경우 성폭행의 경우 강제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사실상 부인했다. 당사자의 승낙이 있으면 성범죄 처벌을 피해갈 수 있다. 그러나 이때 '승낙'은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따른 진지한 승낙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피해자들의 입장과는 크게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 적용에 따른 차이점은 처벌 강도에서 나타난다.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범죄는 일반 성범죄보다 형량이 낮다. 강제추행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지만, 위력에 의한 추행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그친다.

    강간죄도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지만, 위력에 의한 간음죄는 그보다 낮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만 처벌이 가능하다.

    다만 성폭행·강제추행 등은 고의성을 지닌 범죄여서 미수도 처벌할 수 있다. 상습범인 경우는 가중 처벌된다.


    수사에서는 사건이 발생한 시점이 커다란 변수가 된다.

    피해자가 고소 등 처벌 의사를 표시해야만 성범죄를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 조항은 2013년 6월 폐지됐다.

    이 조항이 폐지되기 전에 발생한 사건은 '행위시 법'을 적용하는 형법의 기본원칙에 따라 여전히 친고죄의 적용을 받는다.

    현재 기준으로 고소 기간(6개월)이 한참 지나버린 상태이므로 더는 고소할 수 없다. 따라서 이 감독과 조씨를 둘러싼 성범죄 의혹들은 사실관계가 맞더라도 2013년 6월 이후에 벌어진 일이어야 처벌이 가능해진다.

    후배 문인들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는 고은 시인도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등의 법 조항이 검토될 수 있겠지만, 현재까지 제기된 내용을 보면 대체로 의혹들이 친고죄 폐지 이전의 사안이어서 형사 책임을 묻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편 이 감독이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 일부 배우들에게 부당한 처우를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형법상 강요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강요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내릴 수 있다.

    이 감독이 그 과정에서 연극단 감독이라는 지위를 이용했다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가중처벌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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