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에 허덕이는 청년, 부유(浮遊)하는 미래
‘취업’에 허덕이는 청년, 부유(浮遊)하는 미래
  • 탄탄스님
  • 승인 2018.03.25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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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스님(여진선원 주지, 용인대 객원교수)
탄탄스님(여진선원 주지, 용인대 객원교수)

신춘이다. 새로운 봄의 시작이다. 해마다 3월이면 노란 개나리꽃이며, 갓 알에서 깨어난 병아리들이 연상되는 시절이다.

지난달 전국의 대학은 졸업 시즌이었으며, 수많은 대학이 졸업생을 배출하였고, 새로운 신입생을 받으며 신학기가 시작되었다.

필자도 아끼는 제자의 졸업식을 치렀으며 통과의례이듯 자장면으로 졸업식 만찬(?)을 대신하였다. 모교인 대학의 졸업식에 참석하였지만, 어떠한 까닭에서 인지 들뜨거나 법석거리는 졸업식 분위기나 학교 측이 애써 띄우려는 이벤트에도 큰 효과가 없는 것 같아 사뭇 썰렁 그 자체인 졸업식을 경험하였다.

졸업생이 불참하는 수가 많아서인지 식장은 휑하였으며, 학과 사무실에는 찾아가지 않은 졸업장이 산더미처럼 쌓인 대학이 적지 않다고도 한다. 혼자 졸업식에 온 ‘혼졸’ 졸업생도 꽤 있다고도 하며, 졸업생과 축하객보다 사진을 찍어주고 꽃을 팔려는 장사의 호객 행위가 더 많았다는 자조적 얘기도 나왔다.

대학졸업식을 이렇게 우울한 행사로 만든 주범은 역시 취업난이다.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9.9%, 체감실업률은 20%가 넘었다. 대졸 이상 고학력자 실업률은 고졸 실업률을 껑충 뛰어넘었다.

여러 포털 사이트의 설문조사결과, 졸업식 불참 이유가 대부분 ‘미취업’과 관련된 것이었다. 이들에게 ‘졸업’이란 또 다른 의미인 ‘시작, 출발’을 언급한다면 결례다. 이제는 대학의 총장들이 축사에서 늘 주창하는 ‘도전의 열정’이나 ‘실패의 가치’는 더 이상 유용한 메시지라고도 볼 수 없을 지경이다.

대학의 졸업식이 온 가족의 잔치이자 사회진출의 통과의례쯤으로 여겼던 기성세대로서는 빚진 느낌이다. 온 식구들이 모여 함께 축하하고 새 직장에의 기대감을 나누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그때의 졸업식을 돌이켜보니 이미 수십 년 전의 선배 졸업생은 미안하다.

대학을 떠나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경구가 있으니 영국 극작가 톰 스토퍼의 말이다. ‘모든 출구는 어딘가로 향하는 입구이다’. 덧붙여 본다면 청년들은 미래의 불확실성 때문에 고민한다. 진로를 묻기에도 국가와 가정이 처한 현실도 어둡다.

그들은 “그냥 부유하는 중”이다. 의지와 무관하게 이리저리 떠다닌다는 뜻의 부유(浮遊)는 딱 지금 우리 청년의 미래이고 슬프기만 한 그들의 실태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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