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시론] 소나무처럼 남북정상회담 변치 말라
[충남시론] 소나무처럼 남북정상회담 변치 말라
  • 김창현 서울대학교 지리학 박사
  • 승인 2018.05.02 1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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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야, 소나무야, 언제나 푸른 네 빛. 쓸쓸한 가을날이나 눈보라 치는 날에도 소나무야….”

소나무를 가장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의 애창곡이기도 하다. 독일 동요를 번역해 부른 노랫말이다.

옛날부터 소나무는 영험한 기운이 있다고 믿어서 동네의 수호목으로 가장 많이 사용됐다. 또 변하지 않는 기상과 강인한 모습을 지니고 있어 문인들의 그림이나 글의 단골 소재가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가 소나무다. 하지만 우리는 나라꽃은 있으나 나라나무는 없다. 차제에 소나무를 나라나무(國木)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족의 삶과 정신세계와 뗄 수 없는 인연을 맺고 있는 소나무는 늙어갈수록 품격이 깊어지고 향기도 짙다.

오래 사는 나무여서 예로부터 장수를 상징하는 십장생(十長生)의 하나로 꼽혔다. 임금의 용좌 뒤 장식 그림인 ‘일월오악도’에도 소나무가 꼭 등장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소나무 사랑은 각별하다.

이런 소나무를 4·27 남북 정상회담 후 두 정상들이 군사분계선 인근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소떼를 몰고 방북했던 ‘소떼길’에 정전협정이 체결된 `1953년생 아담한 소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소나무 식수를 위해 흙은 한라산과 백두산에서, 물은 한강과 대동강에서 공수해 왔다. 두 정상이 심은 소나무가 자라면서 통일도 영험한 기운이  넘쳐 흘렀으면 좋겠다.
식수 표지석에는 ‘평화와 번영을 심다’라는 문구와 함께 남북 정상의 서명이 들어갔다.

이제 공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4·27 남북 정상의 회담은 한반도를 벗어나 세계적 변화라는 의미에서 기대가 크다. 남북정상회담은 파격적이라고 할 정도로 진전된 합의를 이끌어 냈다.

북한의 비핵화,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남북관계 개선·발전 문제 등을 집중 논의했다. 이제 과제는 ‘`평화협정’ 체결이다.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과 미국 중국이 참여하는 협정 체결이 합의되면 된다.

그 전제 조건이 북한의 완전 비핵화다. 물론 첫 술에 배부를 순 없다. 김정은이 판문점 방명록에 ‘새로운 력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력사의 출발점에서’라고 썼듯 새 역사의 출발이 될지, 한바탕 쇼에 그칠지는 전적으로 북한의 진정성 특히 완전 비핵화에 대한 실천 의지에 달려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애써 일궈 온 `한반도 평화 정착의 길이 다시 막히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북미 간에 완전 비핵화와 영구적 평화정착에 대한 일괄타결 조치만이 가야할 길이다.

설령 합의가 된다해도 이를 ‘행동대행동’으로 실천하는 것도 핵심이다. 남북정상회담의 선언문은 단순히 김-트럼프 회담을 위한 징검다리가 아니라 이를 올바른 방향으로 안내하는 길라잡이 역할이여 한반도에 영구적 평화정착을 원칙으로 작동돼야 한다.

판문점에 두 정상이 심은 소나무가 남북정상회담의 상징물로 남기를 바란다. 먼 훗날 역사의 현장으로 남아 정상회담 합의가 제대로 이행됐는지 한반도에 평화와 번영을 낳았는지를 지켜볼 수 있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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