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기획]⑤“아이 낳고는 싶지만…” 반려동물 1000만 시대, 출산율은 곤두박질
[가정의 달 기획]⑤“아이 낳고는 싶지만…” 반려동물 1000만 시대, 출산율은 곤두박질
지난해 출생아 35만7700명… 전년대비 4만 8500명 감소
"반려동물이 내 자식" 전용 호텔·미용실·장례식장 대중화
  • 이훈학 기자
  • 승인 2018.05.20 1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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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이를 낳는 대신 반려동물을 자식으로 여기는 반려인구가 늘어나면서 출산율이 줄어들고 있다./충남일보 이훈학 기자
최근 아이를 낳는 대신 반려동물을 자식으로 여기는 반려인구가 늘어나면서 출산율이 줄어들고 있다./충남일보 이훈학 기자

[충남일보 이훈학 기자] #결혼 2년 차 송 씨(34)의 아기는 파피용종 강아지 송이다. 송 씨는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아이를 낳을 엄두가 나지 않자 반려동물을 택하게 됐다. 송 씨는 “아이를 낳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볼 때 경제적인 부담과 아이를 돌볼 시간이 없다”며 “아이의 자리를 채워줄 무언가를 찾다가 송이를 키우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결혼에 성공한 이 씨(31)와 김 씨(29·여)의 부부는 앞으로 3년 동안 아이 없는 맞벌이 부부를 유지할 계획이다. 아이를 낳기 전까지 말티즈종 강아지를 키우기로 마음먹은 이 부부는 “호야는 이젠 없어선 안 되는 존재”라며 “우리 가족의 한 구성원이다”고 말했다.

아이를 낳는 대신 반려동물을 자식으로 여기는 반려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출생아 수는 35만 7700명으로, 전년대비 4만 8500명이 감소했다. 연간 출생아 수가 30만 명대로 줄어든 것은 처음이다. 여자 한 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는 1.05명이다. 이는 역대 최저였던 2005년 1.08명 이후 12년 만에 1.10명 이하로 감소한 것이다.

대전·세종·충남의 연간 출생율은 각각 10만 8000명, 3만 5000명, 15만 7000명이며, 전년대비 대전과 충남은 각각 12.9% 10.2% 감소했다. 반면 세종은 6.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는 대전 1.07명, 세종 1.67명, 충남 1.28명으로, 세 지역이 모두 전년보다 하락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는 지난해 1000만 명을 돌파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보유 가구 비율은 전체 가구의 28.1%인 593만 가구에 이른다. 이는 1가구당 2인으로 가정했을 때도 1000만 명이 넘는 인구가 반려동물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반려동물을 소유하고 있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반려동물 전용 카페, 미용실, 반려동물 장례식장 등은 이미 대중화됐다. 이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을 혼자 두고 출근해야 하는 보호자들을 위한 반려동물 유치원까지 등장하고 있다. 개들을 어린이에 빗대어 표현한 ‘개린이’라는 단어가 생길 정도다.

이를 반영하듯 농림부는 지난해 기준 반려동물 시장 규모가 2조 3000억 원으로, 올해 3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했다. 또 2020년에는 6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대전의 한 반려동물 유치원은 미용, 호텔, 동물병원을 설치해 서비스를 제공하며, 반려동물에게 소양교육, 사회성교육 등을 가르치고 있다. 이곳에 한 관계자는 “최근 집에 반려동물을 두고 출근해야 하는 보호자들이 계속해서 찾고 있다”며 “보호자들은 퇴근 시간에 맞춰 다시 반려동물을 되찾아 가고 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반려동물 전문가는 “경제적인 여유가 없거나, 불임, 남임 등으로 아이를 낳지 못해 반려동물을 찾는 부부들이 많이 늘었다”며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없는 상황에서 반려동물이 아이의 허전함을 대신 채워주기 때문에 더욱 찾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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