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시론] 우주 공간의 ‘우주장’도 멀지 않았다
[충남시론] 우주 공간의 ‘우주장’도 멀지 않았다
  • 임명섭 주필
  • 승인 2018.05.30 1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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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인의 죽음이 한국 사회에 작지 않은 울림을 주고 있다. 우리가 이 세상을 떠날 때 두고 가는 몸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죽음과 장례에 대한 생각은 각자 다르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의 몸이 후손들에게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재게의 거목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타계했다. 구 회장의 장례는 수목장으로 치러졌다. 유난히도 숲과 나무를 좋아하던 고인이였기에 평소 아끼며 즐겨 보던 나무 밑 땅에 묻혔다.

풍수 좋은 널찍한 명당에 번듯하게 봉분과 비석을 세워도 별스럽게 보이지 않을 법한데 구 회장은 땅 한 평 차지하지 않고 숲으로 돌아갔다. 장례도 조문이나 조화도 받지 않고 3일간의 간소한 가족장으로 치렀다.

유족들은 평소 허례허식 투성이인 장례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고인의 뜻에 따랐다.
우리나라에 수목장이 처음 선보인 것은 2004년이다. 고려대 임학과를 창설한 김장수 교수가 “죽어서 나무로 돌아가겠다”며 평생 가꿔 온 굴참나무 아래에 묻혔다.   

정부도 관련법을 개정, 경기 양평 국유림에 첫 국립수목장림인 하늘숲추모원을 허용했다. 아직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설문조사에서도 ‘화장 후 수목장을 원한다’는 응답이 65.6%나 됐다.

수목장은 시신을 화장하고 유골을 나무 밑에 묻는 장례 방식이다. 수목장에 활용되는 나무는 주로 소나무, 향나무, 주목, 백나무 등 사철 푸른 나무와 과실수인 은행나무 단풍나무 등이 인기다.

사람의 죽움은 누구에게나 공포가 아닐수 없다. 여기에 전통적으로 죽음은 원령이고 무서운 살이며, 부정이라고 생각된다. 때문에 죽음은 외면의 대상이었고 묘지 등의 시설은 생활과 멀리 떨어져 있어야 했다.

이런 생각은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유럽에 가보면 마을 가까이에 공동묘지를 예쁘게 가꿔놓고 공원처럼 사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죽음을 멀리하는 우리 사회와 달리 일상 속에서 죽음을 대면하는 그들의 삶은 어떤 것일까?

수목장은 묘지난 해소에도 중요하지만 고인의 영혼이 나무에 깃들여 상생한다는 섭리에 근거해 시작됐기에 자연친화적 장묘법으로 번지고 있다.

수목장을 하려면 고인을 화장부터 해야 하는데 우리의 화장률은 크게 늘어났다. 이제 묘지를 가질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 주로 화장을 한다는 인식에서 사라졌다. 여의도 면적보다 더 넓은 땅이 해마다 묘지로 바뀐다는 사실을 우려해 화장과 수목장이 활발해지고 있다.

단풍이 물들고 낙엽이 땅을 덮기 시작하는 가을에 생각해보는 수목장은 나쁘지 않다. 왜 가을뿐이겠는가.
봄 여름 가을 겨울 숲이 아름답지 않은 계절은 없다. 우리가 이 세상을 떠나면서 몸을 묻기에 숲보다 더 좋은 장소를 찾기는 힘들 것 같다.

숲도 좋고 강도 좋고 바다도 좋다.죽음이 자유라면 왜 유골함에 갇혀있어야 하겠는가? 언제인가 화장한 유해를 우주선에 실어 우주 공간에 뿌려준다는 우주장 기사를 본 적이 있어 머지 않아 이같은 장묘 문화에 눈길을 돌릴 날이 오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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