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시론] 갈라진 벽, 벽지 바꿨다고 새집되지 않는다
[충남시론] 갈라진 벽, 벽지 바꿨다고 새집되지 않는다
  • 임명섭 주필
  • 승인 2018.06.20 1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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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지방선거는 예상대로 여당의 승리로 끝났다.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17석 가운데 14석을 차지했고 기초단체장 선거 역시 226곳 가운데 151곳에서 승리했다. 유례를 찾기 힘든 압승이다.

드루킹 사건과 여배우 스캔들같은 대형 악재에도 여당의 독주를 막지 못했다. 여당은 전통적으로 보수성향이 강했던 부산과 경남, 울산까지 점령당하면서 정치지형을 바꿔놓았다.

야당의 참패는 예견된 일이었다. 정권을 내준 뒤에도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제대로 된 반성이나 개혁없이 국정운영에 명분 없는 반대만 일삼았다. 여기에 홍준표 대표는 남북, 북미 정상회담등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프로세스마저 비판하는 등 민심을 전혀 읽지 못하는 실수를 거듭했다.

바른미래당 역시 광역단체장 배출은 물론 안철수 후보마저 3위로 물러나면서 당의 존립이 위태로운 상황으로 빠졌다.
자유한국당 홍 대표와 바른미래당 유승민 대표는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사퇴했다. 야권은 지도부교체는 물론 대개혁이 요구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선거는 끝났으나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팍팍하고 한반도의 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여당은 겸손한 자세로, 야권은 뼈를 깎는 반성의 계기로 삼아 거듭나야 할 것이다.
이제 여권은 중앙정부에 이어 지방정부까지 장악했다. 국회 내 범 여권 의석도 절반을 훌쩍 넘는 156석으로 늘어났다.

여권은 민주화 이후 가장 큰 권력을 행사하게 됐다. 큰 권력에는 큰 책임이 따르기 마련이다. 오만과 독선에 빠지거나 독주하고 싶은 욕망을 경계해야 한다.
야당은 새로운 비전, 새로운 인물을 중심으로 원점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 야당은 몰락이 아니고 궤멸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입법부도 행정부도 지방정부도 모두 더불어민주당이라는 단일 정당이 지배하게 됐다.

지금 자유한국당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은 당을 해체하는 것이다. 당 지도부를 바꾼다고 해서 자유한국당이 다시 일어설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당의 하부 조직이 그 정도 상태라면 이미 자유한국당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하루빨리 새로운 정당으로 뭉치는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간판만 바꿔진다고 지금의 난국을 헤쳐 나가기엔 어림없다. 전패한 바른미래당도 마찬가지다. 자신을 완전히 버려야 야당의 궤멸이 보수의 궤멸로 이어지지 않는다.

지금은 고민할 때가 아니라 행동할 때다. 시기마저 놓쳐 버리면 보수의 회생을 위한 기회는 영영 사라질지 모른다. 자유한국당이 기존 판을 갈아엎지 않으면 한국에서 보수정당이란 말이 사라질지 모를 상황이 됐다.

일각에서는 자유한국당 인사를 다 바꾸고 그 자리에 도덕성 있는 외부 인사와 세력을 수혈해야 한다는 처방이 나오고 있다. 그 정도 각오와 추진력이 없으면 보수정당, 나아가 보수세력은 디딜 땅조차 없을 것이다.

당 해체도 그 자체가 목적일 수 없다. 당을 해체했다가 아무리 재건축·리모델링으로 갈라진 벽에 벽지만 새로 바꾸었다고 근본 체질이 바뀌지 않기에 국민은 ‘도로한국당’이라고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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