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기 원장의 에듀 Talk Talk] 공부중독은 과연 바람직한가
[이남기 원장의 에듀 Talk Talk] 공부중독은 과연 바람직한가
  • 궁극의 사고 이남기 원장
  • 승인 2018.07.0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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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사고 이남기 원장] 스마트 폰이 보편화 된 요즘 아이들에게 ‘게임중독’은 이미 커다란 사회적 이슈가 되었습니다. 아이가 게임중독에 빠지면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를 빼앗기기 때문에 당연히 학업에 지장을 받을뿐더러 부모와의 관계마저도 위태로워집니다. 게임중독이 무서운 건 짧은 시간 동안만 노출되어도 중독에 빠져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도대체 왜 그렇게 빨리 중독에 빠지게 될까요? 그건 바로 우리의 뇌 속의 신경전달물질 때문입니다. ‘도파민’과 ‘엔돌핀’ 같은 신경전달물질은 우리의 뇌에 엄청난 쾌감을 주며 이 ‘맛’을 본 뇌는 계속해서 이 신경전달물질들을 요구하게 됩니다. 설상가상으로 우리 뇌는 기존의 쾌감에 곧 적응하며 더 높은 강도의 쾌감을 요구하게 됩니다.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우리 뇌는 초조감과 불안감으로 우리를 ‘보복’ 하는데 이것을 ‘금단 현상’ 이라 부릅니다. 이 금단현상 때문에 중독은 ‘조폭 논리’ 와 비슷합니다. 들어가는 것은 쉬워도 나오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공부에 중독되는 것은 가능할까요? 당연히 가능합니다. 저는 공부중독에 빠진 학생들을 꽤 많이 본 적이 있습니다. 즐겁지도 않은 공부에 어떻게 중독될 수 있는가? 라고 의아해하실 수도 있을 듯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주변에서 ‘일 중독자’ 들을 심심찮게 보게 됩니다. 일중독에 빠진 사람들은 일을 할 때, 뇌의 보상 회로가 기쁨을 경험하게 하고 일을 하지 않을 때 불안함을 느끼게 하면서 그 일을 반복하도록 강화시킵니다. 학생들의 공부 중독도 성인들의 일중독과 비슷합니다. 공부를 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인간관계보다는 공부를 할 때만 즐거움을 느끼는 학생들도 엄연히 존재합니다.

한국처럼 입시경쟁이 치열한 나라에서 자녀가 공부중독에 빠지는 걸 싫어하실 부모님은 거의 없을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공부 중독이 과연 바람직한 현상인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이든 중독되면 시야가 좁아지고, 한 가지 일에만 관심이 집중되다 보면 삶의 다양성과 균형은 무너집니다. 공부중독에 빠진 학생들은 공부는 잘 할지 모르지만 사회성, 공감능력, 유연성이 현저히 부족해질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이것은 단순히 추측이 아니라 저의 생생한 목격담이기도 합니다. 공부중독이 위험한 이유는 바로 이 점 때문입니다.

공부의 목적을 당장의 내신시험이나 대학입시에만 국한한다면 공부중독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생이란 ‘첫 단추’만 잘 꿴 다고해서 탄탄대로가 열리는 것은 아닙니다. 평생 공부시대에 살아야하는 요즘의 학생들이라면 인간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를 심층적이고 거시적으로 고민해봐야 합니다. 명문대를 입학하는 것은 공부를 하는 이유 중 일부분에 불과합니다. 이 세상은 공부는 잘 하지만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수단과 목적을 혼동해서는 안 됩니다. 돈이 없으면 불행하지만 돈이 있다고 해서 행복을 보증해주지 않은 이유는 돈은 단지 행복해지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공부와 행복도 비슷한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공부는 왜 하는 것일까요? 저는 공부의 궁극적 목적은 정신적으로 자유롭고 성숙한 사람이 되기 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부는 단지 지식을 얻기 위함이나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함이 아니라 삶의 지혜와 통찰을 얻기 위한 수단입니다. 그리고 이런 거시적인 목표를 가지고 공부하는 학생들은 막연히 좋은 대학을 가기위해 공부하는 학생들보다 훨씬 더 성적이 좋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전자가 후자보다 내재적 동기가 훨씬 강력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좋은 대학에 가기위해 공부하는 학생들의 동기를 폄하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왕 해야 하는 공부라면 좀 더 넓고, 크게 생각하며 공부하기를 권합니다. 그래야 좀 더 즐겁고, 좀 더 능동적이고, 좀 더 타인과 공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성장해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사람은 공부하지 않고 성장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공부를 한다고 해서 반드시 성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성장하는 공부는 지식을 뛰어 넘는 지혜를 담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진짜’ 공부를 할 때, 개인적인 성공은 ‘전리품’처럼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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