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현 칼럼] 영세 자영업자 울리는 최저임금의 무리한 인상
[김창현 칼럼] 영세 자영업자 울리는 최저임금의 무리한 인상
  • 김창현 서울대학교 지리학 박사
  • 승인 2018.07.16 1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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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 최저임금을 8350원으로 결정했다. 이미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1만원을 2020년까지 달성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기 때문에 이와 같은 결정은 어느 정도 예상된 수순이었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아파트 경비실인원 조정, 저임금 일자리 감소의 부작용 역시 자명하다. 올해 초, 서울의 압구정동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을 며칠 앞두고 아파트 경비원을 대거 해고한 사례가 있다.

아무래도 최저임금 인상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업종은 편의점이다. 도시의 구석구석을 24시간 비쳐주는 편의점주들은 이제 최저임금 인상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되었다.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자영업자들의 볼멘 소리가 나오자, 이제는 건물주와 프랜차이즈 본사로 불똥이 튀었다. 비싼 임대료와 가맹비에 대해서는 왜 항의하지 않고 알바비를 아까워하느냐는 식의 논리이다. 이와 같은 논리는 전형적인 논점일탈이다. 가뜩이나 임대료와 가맹비에 허덕이고 있는 편의점주들에게 최저임금을 인상해서 직접적으로 타격을 줘도 괜찮다는 논리는 성립되지 않는다.

한국에 자영업자들이 쏟아져 나오게 된 것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97년 외환위기 이후부터이다. 80년대에서 90년대 초반까지 잘 나가던 한국경제가 급격이 무너지면서 평생직장의 개념이 무너지고, 너도나도 창업경쟁에 뛰어들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2018년 기준 한국에는 현재 무려 4만개의 편의점이 있다고 하는데 이는 인구 1천2백명당 편의점 하나씩 먹여 살려야 하는 수준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급기야 한 건물에 편의점이 2개 들어서는 웃지 못할 사태까지 발생하게 되었다.

최저임금 인상은 당연히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을 직접적으로 높여줌으로써 소득격차 해소를 일시적으로 만들어낼 수도 있다. 그러나 복잡한 이론을 도입하지 않아도, 최저임금의 인상은 한계기업의 고용을 가로막고, 물가상승에도 기여할 것이다. 노동자의 소득이 높아지는 대신 자영업자들은 울상을 짓게 된다. 점주 입장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즉각적이고 직접적으로 비용을 인상시키지만, 매출이 오르는 데에는 직접적으로 기여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상승이 영세자영업자와 저임금노동자의 이해관계를 분명히 갈라놓을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 왜 문재인 정부는 이렇게 과감하게 정책을 결정하는 것일까? 최저임금은 비가역적이라 판단하여 정권에 힘이 있을 때 강력하게 밀어붙이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 혹은 이 정권은 자본가가 아닌 노동자의 편에 들어야만 한다는 일종의 강박을 가진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도 든다. 둘 다 합리적 의사결정 방식과 거리가 멀다.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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