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뜨랑제의 SNS 미술관] 김해경 자화상- 별이 빛나는 밤
[에뜨랑제의 SNS 미술관] 김해경 자화상- 별이 빛나는 밤
  • 김기옥 사유담 이사
  • 승인 2018.08.21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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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옥 사유담 이사] 파이프를 물고 삐딱하게 바라보는 저 남자는 김해경이다.

'한국의 로트 레크' 구본웅 화백이 그린 그림이었다. 곱추였던 구본웅 화가의 절친 김해경은 우리가 아는 그 남자 '이상'이다.

건축학도였던 이상은 부자이기도 했다. 그 넉넉함은 이상의 상상력을 예술로 밀어올렸다. 총독부에서 건축부 기수로 일하면서 얻은 폐병으로 잠시 쉬며 적은 글이 '오감도'였다. 조선중앙일보에 연재되다가 독자의 비난으로 중단된 그 글은 그때도 지금도 어렵다.

기생 금홍이를 사랑해서 '제비'라는 찻집을 열었지만 금홍이도 찻집도 말아먹었다. 각혈은 끝없이 계속되었고 그럼에도 글은 멈추지 않았다. 그 즈음에 만난 변동림과의 불꽃같은 사랑으로 드디어 살림을 차린다. 이화학당에서 영어를 전공한 변동림은 모던걸의 대표주자였다. 이상은 결혼 4개월만에 병이 심각하여 치료차 일본으로 떠났다. 그러나 채 반년도 안되어 불량선인으로 구속되었고 병은 끝없이 심각해졌다.

변동림이 전보를 받았을 때는 더이상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 병원에 누워있는 이상은 변동림을 보며 메론이 먹고싶다고 말한다. 변동림은 그길로 나가 메론을 사왔는데 이상은 다시 눈을 뜨지도 그 멜론을 삼키지도 못한다. 즙을 흘려넣어주니 설픗 미소가 번지는 듯 하다가 차갑게 식어버렸다고 말한다. '그때 메론을 사러가지 않았으면 이상의 말을 더 들을 수 있었을까?' 싶어 후회했다는 변동림이었다.

이렇게 천재는 27살, 그 한 많은 삶을 마쳤다.

그 뒤 변동림은 애 셋 딸린 김환기 화백과 결혼했고 이름을 김향안으로 바꾸었다.
어두운 강점기 그들이 움직이면 역사가 되었던 시절이었다. 나는 그 시기를 암흑이라 부르지 않고 별이 빛나는 밤이라 부르고 싶다.

구본웅과 이상(왼쪽). [출처:위키백과]
구본웅과 이상(왼쪽). [출처: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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