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현 칼럼] 스파르타쿠스와 전봉준, 그리고 무혈(無血) 촛불혁명
[김창현 칼럼] 스파르타쿠스와 전봉준, 그리고 무혈(無血) 촛불혁명
  • 김창현 서울대학교 지리학 박사
  • 승인 2018.08.27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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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르타쿠스는 제3차 노예전쟁(BC 73-71)을 이끌어 로마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인물이다.

원래 그는 트라키아 인으로(현재 불가리아) 어떤 이유에서인지 검투사가 되었다가, 카푸아의 바티아투스 검투사 양성소에서 70여 명의 동료 검투사와 함께 탈출해 무장 폭동을 일으켰다. 이 봉기에 수많은 노예들이 가세하여 수만 명 규모의 반군이 되었다.

거의 모든 무장혁명이 그러하듯, 스파르타쿠스 반란군은 결국 로마군에 의해서 진압된다. 반란군들은 본보기를 위해서 모두 십자가에 못 박혀 처형되었는데 그 숫자는 무려 6000명에 달했다.

스파르타쿠스의 이야기는 1894년에 일어난 동학농민전쟁을 연상케 한다. 농민전쟁의 단초가 된 사건은 1894년 2월 전라북도 고부군에서 발생한 고부민란이다. 스파르타쿠스의 검투사들이 무장하여 바티아투스 양성소를 탈출한 것과 마찬가지로 전봉준을 위시한 농민들은 고부군수 조병갑의 학정에 저항하면서 시작되었다.

동학군 역시 처음에는 관군을 이기며 승승장구했지만, 조선의 요청으로 참전한 일본군의 총과 대포 등 신식 무기를 당해낼 수는 없었다. 공주의 우금치 전투를 마지막으로 동학군은 패배하게 되고, 동학농민군 지도자였던 전봉준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칼 마르크스는 스파르타쿠스를 ‘고대의 영웅’이라면서 극찬했다.

“스파르타쿠스는 고대 역사를 통 털어 가장 훌륭한 인물로 꼽을 만하네. 위대한 장군이자, 고결한 인물이며, 고대 프롤레타리아의 진정한 대표야”(‘마르크스’가 ‘엥겔스’가 보내는 편지에서).

만약 그가 전봉준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면, 그 역시 훌륭한 혁명가로 칭송했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인류문명은 무장봉기를 하지 않고도 정권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진화했다.

대한민국이 바로 산 증거다. 대한민국은 무혈(無血) 촛불혁명으로 살아있는 권력을 갈아치우는 데 성공했다. 어떤 전 정부보다도 많은 기대를 안고 출발한 것이 문재인 정부다.

최근 자영업자 폐업율과 일자리 상황이 악화되었다는 보도 이후, 청와대가 “한국 경제의 다양한 얼굴”이라는 제목으로 몇 개의 경제지표를 제시하면서 “우리 경제가 아직 잘 나가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실망스러웠다. 마치 성적이 떨어졌다고 질책하는 교사 앞에서 학생이 잘 맞은 과목의 점수만 나열해 놓고 ‘나 공부 잘한다’고 주장하는 것 같았다.

청와대가 국민의 눈높이에 관심이 없이 면피성 자료만 내놓는다면, 국민은 언제든 거리로 나올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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