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탄은 스스로를 태워 숲의 영혼을 표현하는 사리“
“목탄은 스스로를 태워 숲의 영혼을 표현하는 사리“
대전 아트센터 쿠 ‘Lune, Le 6ème sens’展 화가 이재삼 인터뷰
“내 그림 작업실 떠나 전시회에 걸리면 관객의 것”
  • 홍석원 기자
  • 승인 2018.09.10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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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센터 쿠에서 내달 24일까지 초대전을 열고있는 화가 이재삼이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아트센터 쿠에서 내달 24일까지 초대전을 열고있는 화가 이재삼이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충남일보 홍석원 기자] 목탄으로 달빛 채색된 정경을 그리는 화가 이재삼 작가를 만났다.

지난 6일 오픈한 이재삼 초대전 ‘Lune, Le 6ème sens’는 아트센터 쿠에서 오는 10월24일까지 열리고 있다.

화가 이재삼은 강원도 영월에서 태어나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동강줄기와 나무숲을 곁에 두고 성장했다. 대학시절 서양화를 전공하였지만 대학원을 수료후 ‘작가로 산다는 게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시작으로 혼자 노는 방법에 통달하게 된다.

이재삼은 결국 그림을 통해서 철 들어가는 것을 눈치채면서 ‘현대가 원하는 그림이 아닌 현대가 간과하고 있는 그림’으로 그리기의 지향점을 세운다. 나이 오십줄 끝자락에 부여잡은 나무를 태운 목탄으로 달빛과 응달에 대한 그늘과 그림자를 추적하며 음을 예찬하는 밤의 정경을 화폭에 펼쳐보인다.

다음은 이재삼 작가와의 일문일답이다.

-작품의 배경이 목탄이다.

나에게 목탄의 검은 빛은 색이 아닌 검은 공간으로 존재한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숲으로 이루어진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사물과 사물 사이의 고유한 형상에 대한 그 너머가 만들어내는 적막함이다.

-무엇을 보여주고 싶나.

숲과 나무는 깊은 어둠의 공간에서 기지개를 펴는 표정인데 달빛에 비친 음혈의 신령한 존재로서 드러나며 달빛소리, 달빛기운, 달빛냄새가 목탄으로 채색되고자 하는 의지를 담았다. 나의 정신과 혼이다.

-작업과정이 쉽지않을 것 같다.

우리 아버지가 시계수리공이었다. 흔히 명품시계를 수리하는데 꼼꼼함이 없다면 할 수 없는 직업이지않나. 피를 이어받았다. 한 작품을 완성하는 데 보통 6개월이 걸린다. 하루 10~12시간정도 작업한다. 배경이 되는 나무의 소재를 찾아 전국을 헤맨다. 또 바탕이 되는 목탄가루가 날려 50%는 떨어져나가 덧칠을 반복한다. 그림의 보존을 위해 숯이 날리지 않도록 코팅과 자외선차단제를 개발했다. 단언컨대 물감과 달리 숯은 천년이 가도 변하지 않는다.

-이번 전시작품을 보면 매화와 배롱나무가 주배경인데.

초기에는 대나무와 소나무를 주로 그렸다. 그러나 최근 들어 매화와 배롱나무가 달빛의 밝기와 방향에 따라 색의 변화가 무궁무진한 것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왜 달빛인가.

달은 어둠속에 드러나며 기원의 대상이었다. 단순히 사물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것에서 달빛을 드러나게 그려보면 어떨까에 착안했다. 작품속 나무의 모습도 실물이 아닌 내 상상속에 존재한다. 카메라속의 사실적 풍경이 아닌 빛의 전율과 가슴과 마음에 각인된 형태를 나타내고자 했다. 머리보다 마음의 작가이고 싶다.

-그림이 주는 메시지는.

情이다. 본능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국의 정서이다. 외국에서 바라본 고국에 대한 향수이기도 하다.

-어떤 작가인가.

처음에는 유화와 인물화를 그렸다. 지금의 작품에서 나타나듯 흔히 얘기하는 서양화나 한국화라는 구분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밥그릇 싸움에 나는 끼고 싶지 않다. 그냥 평면화이다. 목탄화가도, 달빛화가도 아닌 그냥 화가로 불러달라. 나는 그냥 화가이다.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은.

그림쟁이는 외골수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몰입할 수 있다. 또 삐딱이가 되어야 순응하지 않고 시대의 진실을 엿볼 수 있다. 내 그림이 작업실을 떠나 전시회에 걸리면 그 순간 관객의 것이 된다. 관객의 공감이 곧 평가이다.

아트센터 쿠는 골프존 조이마루 6층에 있으며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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