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마지막 선택, ‘행복한 임종’
인생의 마지막 선택, ‘행복한 임종’
  • 탄탄스님
  • 승인 2018.09.10 2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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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스님(여진선원 주지, 용인대 객원교수)
탄탄스님(여진선원 주지, 용인대 객원교수)

임종의 사전적 의미는 ‘장사(將死)’, 즉 ‘죽음에 임해서’, ‘사망하기 바로 전’이라는 뜻이다. 일상적으로는 죽음을 앞둔 부모의 손발을 잡고 숨이 끊어지는 것을 지켜보는 의식, 또는 ‘숨을 거둔다’는 뜻이기도 하다.

요즘처럼 병원에서 임종을 하는 것이 일반화되기 이전에 이루어지던 임종의 과정은 엄숙한 상황에서 절차에 따라 이루어졌다.

환자의 코와 입 사이에 솜을 놓아서 그 움직임 여부를 통해 죽음을 확인하고, 죽음이 확인되면 가족들은 흰옷으로 갈아입고 몸에 지녔던 귀금속 등을 빼놓은 뒤 머리를 풀고 가슴을 치며 통곡을 하였다. 자녀들이 곡을 하는 동안 다른 가족들은 손으로 망인의 얼굴을 내리 쓰다듬어서 눈을 감기고는 햇솜으로 입과 코, 귀 등을 막은 뒤 홑이불로 망자의 몸을 덮어드렸다.

하지만 전통적인 장례의식이 간소화되고 대부분 병원에서 임종을 맞이하는 현대인들에게는 임종이 삶과 죽음에 있어서 꼭 슬프게만 받아들여야 하는 절차라는 인식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이와 관련한 일화를 소개해 본다.

병원에 입원 중인 아흔이 넘은 노인의 병이 위중하다는 연락을 받고 열한 명의 자녀와 많은 손자손녀가 병실에 모였을 때, 어머니는 이미 혼수상태에 빠진 듯했다. 가톨릭 신부인 장남이 “어머님은 이미 말씀하는 것이 불가능하니 모두 함께 기도를 올리자”며 모두 임종 미사를 간절히 올렸다.

그런데 미사가 끝나자 어머니는 갑자기 눈을 번쩍 뜨고서 “나를 위해 모두 기도를 했구나. 고맙다. 그런데 위스키 한 잔 마시고 싶은데”라고 말해 모두가 놀랐다. 위스키 한 잔을 가져오자 어머니는 한 모금 마시고는 “미지근하니까 얼음을 조금 넣어줘”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두 시간 정도밖에 살 수 없다고 했던 노인이 얼음마저 요구하니 모두들 충격을 받았다. 재빨리 얼음을 넣어주자 어머니는 “맛있다”고 말하면서 전부 마셔 버렸다. 그리고 이번에는 “담배를 피우고 싶구나”라고 말했다. 어머니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장남은 “의사가 담배는 좋지 않다고 했어요”라고 하자 어머니는 “죽는 것은 의사가 아니라 바로 나지. 담배 한 개비 주게나”라고 말했다.

이어 어머니는 여유 있게 담배를 한 대 피우더니 모두에게 감사를 표한 뒤 “천국에서 다시 만나자. 안녕”이라고 말하고는 옆으로 누워 그대로 숨을 거두었다고 하는데, 그때 슬퍼했던 자녀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

물론 어머니의 임종은 슬픈 일이었지만, 죽음의 순간 어머니가 보여주었던 밝은 유머를 생각하면서 얼마나 어머니답게 삶을 마감하였는지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고는 웃었다. 어머니는 평생 위스키나 담배를 거의 입에 대지 않았다. 그러니까 죽기 직전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위스키를 마시거나 담배를 피울 이유는 없었다.

어머니는 여러 번 친척이나 친지의 장례식에 참석해 모두가 눈물을 흘리면서 슬퍼하는 것을 보아왔다. 그래서 자신이 죽으면 자녀와 손자를 슬프게 할 것이 아니라 밝은 분위기를 만들어주려고 하였다. 실로 너무도 아름다운 배려가 아니겠는가? 그것도 자신이 죽음에 직면하고 있는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에 말이다.

위 글은 결코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다. 독일인 신부로 일본 상지대에서 죽음학과 인간학 등을 가르치고 있는 알폰스 데켄 교수의 친구가 겪은 이야기이다. 누구나 마지막 순간 임종을 앞둔 사람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할머니는 유머를 통해 자식과 손자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귀한 선물을 남겨주고 떠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안자키 사토루 전 코마츠 사장이 ‘생전 장례식’ 안내광고를 냈다. 암 선고를 받은 CEO의 생전 장례식은 많은 이들에게 관심과 호기심을 주었는데, 그는 참석한 이들1000명 모두와 감사의 악수를 나누었다고 한다.

도쿄 시내 한 호텔에서 ‘감사의 모임’이라는 이름의 생전 장례식을 치르며 참석한 모두에게 감사의 편지도 전했다. 그는 “반년 전까지만 해도 건강하던 제가 예기치 못한 암 진단을 받았다. 남은 수명은 오직 절대자만이 알겠지만, 아직 건강할 때 여러분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삶을 마감할 때 그동안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감사드리고 떠나야겠다는 마음을 지니며, 은퇴한 후 지난날을 돌이켜보니 남에게 감사할 일이 참 많았음을 느끼고, 아침에 밥을 먹을 수 있는 것도 누군가가 그것을 땀 흘려 수확했기에 가능한 것이고, 사는 집도 누군가가 지어준 것이다.

하물며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것도 누군가의 덕분이다. 어쩌면 생을 살며 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온 셈이다. 당연히 삶을 마감할 때 지금까지 도움을 준 누군가에게 감사드려야 한다.

공연히 무의미한 생명을 연명 하느라 애를 쓰기보다는 주위 사람들과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며 먼 선대의 조상님과 부모님, 그리고 생명을 이어 가도록 도움을 준 모든 인연 있는 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갖으며 인생의 마지막을 정리한다면 아름답고 행복한 임종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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